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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들어본적 있니?

가상과 초월을 뜻하는 메타, 세상과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조합으로 탄생한 메타버스(Metaverse). 하이패션계가 이 새로운 가상문명에 주목하고 있다.

BYBAZAAR2021.07.03
 

Meta 

Universe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3D 아바타 플랫폼 제페토와 협업한 ‘구찌 빌라’. 구찌의 ‘버추얼 25’ 스니커즈. 스냅챗을 통해 선보인 AR 선글라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3D 아바타 플랫폼 제페토와 협업한 ‘구찌 빌라’. 구찌의 ‘버추얼 25’ 스니커즈. 스냅챗을 통해 선보인 AR 선글라스.

 
날 선 감각의 소유자라면 근래에 한번쯤 들어봤을 단어, 바로 ‘메타버스(Metaverse)’다. 가상과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상과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를 처음으로 소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소설가 닐 스티븐슨. 그가 1992년에 쓴 SF소설 〈스노 크래시〉에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가상세계라는 개념을 대중에게 전파한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 소설에서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처럼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가리킨다. 이는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으로, 자신의 아바타(이 용어가 제일 처음 등장한 곳도 이 소설이다)를 활용해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와 같은 사회·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 단순하게 퀘스트를 완수하는 게임들을 메타버스라 하지 않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위) 가상의 뮤즈인 버추얼 아미. 마고, 슈두, 자이. 첫 메타버스 패션쇼에 참여한 디자이너들. (아래 왼쪽부터) 마이 맘 메이드 잇, 콜리나 스트라다, 집시 스포트.

(위) 가상의 뮤즈인 버추얼 아미. 마고, 슈두, 자이. 첫 메타버스 패션쇼에 참여한 디자이너들. (아래 왼쪽부터) 마이 맘 메이드 잇, 콜리나 스트라다, 집시 스포트.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는 이 메타버스를 우리의 삶 속에 아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들었다. 아울러 5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불리는 5G의 상용화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이 두 가지가 결합된 혼합현실(MR, Mixed Reality)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까지 발전했다. 그리고 이 변화의 바람을 고스란히 맞게 된 패션계는 이를 가상과 현실이 연결된, 새로운 문명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메타버스를 통해 디지털 세상에 존재하는 나의 아바타에게 옷과 신발을 사주기도 하고, 그 제품을 현실의 내가 구입할 수도 있으며,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일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사실 패션 하우스와 가상세계의 만남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2012년에 탄생 25주년을 맞은 RPG게임 〈파이널 판타지〉가 프라다와 협업한 캐릭터 의상을 선보인 것을 대표적인 메타버스의 사례로 꼽는다. 실제 2012 S/S 프라다 컬렉션 룩을 입은 캐릭터들은 영국판 〈아레나 옴므+〉 화보를 장식해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으니. 이 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을 지켜본 루이 비통은 2016 S/S 컬렉션 모델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13편의 주인공인 라이트닝을 발탁하기도 했다. 당시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인터뷰를 통해 “라이트닝은 용감무쌍한 현대 여성을 대변하는 완벽한 아바타.”라는 평을 남기기도. 여기에 발맹의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2018 F/W 시즌 캠페인을 선보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변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경계를 넓혀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새로운 세대와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는 사진작가 카메론-제임스 윌슨과 함께 만든 새로운 발맹의 뮤즈도 소개했는데, 진짜 사람이 아닌 ‘버추얼 아미(Virtual Army)’라 명명된 세 명의 여성, 세계 최초의 슈퍼 버추얼 모델인 슈두를 비롯해 마고, 자이라는 가상모델이 그 주인공이었다.
 
(위) 기록 갱신형 비디오 게임으로 소개한 2021 F/W 컬렉션의 키 룩과 포스터. (아래)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결합된 초현실적인 영상을 선보인 2019 F/W 시즌.

(위) 기록 갱신형 비디오 게임으로 소개한 2021 F/W 컬렉션의 키 룩과 포스터. (아래)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결합된 초현실적인 영상을 선보인 2019 F/W 시즌.

 
그렇다면 팬데믹 시대를 맞이한 지금, 패션 브랜드에서는 이 메타버스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가장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인 하우스는 단연 구찌다. 작게는 구찌 아케이드 앱을 통해 모바일 비디오 게임을 출시했고, 스냅챗을 통해 AR 아이웨어들을 선보이는가 하면 가상세계에서만 착용할 수 있는 ‘버추얼 25’ 스니커즈를 12.99달러(약 1만5천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3D 아바타 플랫폼인 제페토와 손잡고 ‘구찌 빌라’라는 가상의 공간을 마련해 구찌의 최신 컬렉션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탐정 게임, 브이로그 촬영과도 같은 다양한 버추얼 체험을 가능케 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게이밍 소셜 플랫폼인 로블록스를 통해 ‘구찌 가든’을 열어 한정판 구찌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젠지세대들은 때때로 가상의 제품들을 물리적 제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로블록스를 통해 자기 표현에 대한 모든 것을 분출할 수 있죠.” 브랜드의 제휴 담당 부사장인 크리스티나 우튼이 말했다. 실제로도 로블록스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구찌 디오니소스 가방에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어 4천1백 달러(한화 약 4백60만원)가 넘는 가격에 재판매된 사례도 있다고.(실제 디오니소스 가방의 가격은 대략 2백~3백만원 선이다.) 루이 비통 역시 제스키에르의 지휘 아래, 메타버스 세계와의 교류를 활발히 이어나가고 있다. 2019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캐릭터인 키야나를 위한 스킨을 디자인하고, LoL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47종의 한정판 컬렉션을 선보인 것. 더 나아가 2020년엔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팀이 들어올릴 소환사의 컵과 이를 보관하기 위해 특별 맞춤 제작된 루이 비통 트로피 트래블 케이스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한편 런웨이 쇼를 대체할 신선한 방안으로 떠오른 버추얼 쇼는 늘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디자이너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2021 F/W 컬렉션을 비디오게임 형식으로 선보인 발렌시아가를 비롯해 디지털 아바타로 변신한 벨라 하디드가 등장한 2021 S/S 뮈글러 쇼, 마린 세르는 그보다 앞선 2019 F/W 컬렉션인 ‘Radiation’를 통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결합된 기묘한 이미지와 영상들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 열린 3D 아바타 소셜 앱 IMVU에서 개최한 가상 패션 페스티벌은 옷을 만들고 이를 선보이는 과정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것이었다. 20만 명 이상의 제작자가 만든 5천만 개의 아바타 물품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IMVU가 신진 디자이너 7명과 함께한 메타버스 패션쇼를 진행했고, 실제로 그들은 물리적인 옷을 만들지 않고도 온전히 새로운 컬렉션을 완성할 수 있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LoL 게임에서 착안한 한정판 컬렉션의 범백. 게임 캐릭터 중 하나인 키야나의 스킨 디자인. 작년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팀을 위해 제작한 소환사 컵과 트로피 트래블 케이스. (오른쪽) 약 1천75만원에 판매된 세계 최초의 AR 드레스 ‘Iridescence’.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LoL 게임에서 착안한 한정판 컬렉션의 범백. 게임 캐릭터 중 하나인 키야나의 스킨 디자인. 작년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팀을 위해 제작한 소환사 컵과 트로피 트래블 케이스. (오른쪽) 약 1천75만원에 판매된 세계 최초의 AR 드레스 ‘Iridescence’.

 
반면 메타버스를 활용해 새로운 디지털 패션 하우스를 창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파브리칸트(The Fabricant)다. 파브리칸트의 슬로건 역시 흥미롭다. “Always Digital, Never Physical. 우리는 데이터만 낭비하고 상상력만 활용합니다.” 최근 이곳에서 만든 세계 최초의 AR 드레스 ‘무지갯빛(Iridescence)’이 9천5백만 달러(한화로 약 1천75만원)에 낙찰되며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이 드레스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스마트폰 렌즈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적 가능하고, 거래 가능하며, 수집 가능한 디지털 예술로 평가받은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3D 의류는 물리적인 그 어떤 것도 개입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그 어떤 제품보다 환경친화적이다.
 
지금까지의 정보만으로도 메타버스가 굉장히 매력적인 트렌드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패션 하우스들은 그들의 잠재적 고객이 될 1020세대, 즉 Z세대와의 교류를 원하고 있다. 또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강력한 내러티브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대중 역시 언택트로 인해 끊어진 인간관계를 보상받고, 자신이 꿈꾸던 페르소나를 마주하며, SNS 세상에서는 그 누구보다 완벽한 사람이길 바란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새로운 문명을 기꺼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일까? 물론 메타버스를 전혀 알지 못하더라도 트렌드를 읽고, 무언가를 쇼핑하는 것엔 아무런 불편이 없을 것이다.(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면 외면해도 될 것인가? 소설 〈스노 크래시〉 속 현실세계에서는 선택된 극소수의 인간만이 메타버스로 접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꺼이 동참할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메타버스다. 그러니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약간의 귀차니즘만 이겨낸다면, 이 메타버스를 통해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우주와도 같은 미지의 공간을 마음껏 유영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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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진선
  • 사진/ 각 브랜드
  • 웹디자이너/ 한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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