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rity

'공부왕찐천재' 홍진경과 라엘 모녀의 패션 화보

공부왕은 몰라도 찐천재는 분명하다.

BYBAZAAR2021.05.31
 
누군가의 공부를 지켜보며 이토록 웃었던 적이 없다. 공부 예능 〈공부왕찐천재〉가 연일 화제다. 
구독자 수는 기대도 안 했다. 내가 절실해서 시작한 콘텐츠다. 딸 라엘에게 공부를 가르치다 보니 인강보다 덜 딱딱하고 좀 더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는 유튜브를 찾게 되더라. 세 명이 모여서 같은 생각을 하면 그게 여론이라고 하지 않나. 라엘 또래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중에 이런 콘텐츠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이렇게나 반응이 좋을지는 몰랐다. 보시는 분들은 〈공부왕찐천재〉에서 예능을 기대하는 것 같은데 내가 의도한 바는 아니다. 나는 진지하게 공부가 목표다. 웃음은 덤이고.
 
홍진경이 착용한 슬리브리스 톱, 트레이닝 팬츠, 선글라스, 브레이슬릿은 모두 Balenciaga.

홍진경이 착용한 슬리브리스 톱, 트레이닝 팬츠, 선글라스, 브레이슬릿은 모두 Balenciaga.

 
라엘이 착용한 원피스는 Iro.

라엘이 착용한 원피스는 Iro.

 
딸을 위해 2년 동안 수학 과외를 받고 있다. 왜 하필 수학인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다 합하면 12년이 의무교육 기간이다. 국어, 사회 정도는 노력하면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수학은 다르다. 피타고라스 정의를 모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고 1차 함수를 모르면 응용 문제를 풀 수 없다. 한번 진도를 놓쳐버리면 따라잡기 힘들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그랬다. 어느 순간 그 과목과 연이 끊어진 거다. 게다가 국영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듣는 수업이다. 평균 점수를 깎아먹고,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학교 가는 게 고역이고. 내가 12년 동안 그 고통을 처절하게 느꼈기 때문에, 내 새끼는 똑같은 패턴을 밟지 않았으면 했다. 딸이 취약한 부분은 내가 붙잡고 하나하나 가르쳐야겠다 싶어서 과외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정말 딸 성적이 올라가더라. 〈공부왕찐천재〉를 만든 이유도 그렇다. 어려운 수학을 쉽게 가르쳐주는 채널을 만들고 싶었다. “그 채널에서 수학 개념은 제대로 가르쳐줘.” “의외로 수학 공식에 있어서 진심이야.” 이런 말을 듣는 게 내 목표다.
 
수야말로 가장 고차원의 예술이라고 하지 않나. 
피타고라스 학파 중에서 루트를 발견한 제자가 있었다. 그런데 살해당했다. 피타고라스 수의 세계에서 루트는 존재해선 안 되는 개념이었던 거다. 우리 정도의 지적 수준을 가지고 그 당시로 돌아가면, 거의 연금술사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 과거 수학자들의 연구 덕분에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방정식이나 분수 같은 개념이 옛날에는 마법과도 같은 것이었다. 가끔은 문제를 풀면서 아름답다고 느낀다.
 
드레스, 롱 장갑은 Sugi. 앵클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레스, 롱 장갑은 Sugi. 앵클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터틀넥, 페더 장식 데님 팬츠, 페더 샌들, 주얼 장식 반지는 모두 Bottega Veneta.

터틀넥, 페더 장식 데님 팬츠, 페더 샌들, 주얼 장식 반지는 모두 Bottega Veneta.

 
어제는 무엇을 공부했나? 배운 내용을 요점 정리한다면? 
피타고라스 정의를 완전히 이해해버렸다. 어려운 응용 문제까지 다 풀었다. 2차 함수도 끝냈다. 학창 시절에 너무 몰라서 힘들었는데 이제야 깨달은 거다. 그때 나는 일을 하고 또래 아이들이 만질 수 없는 돈을 벌었다. 지금은 공부를 한다. 순서가 조금 뒤바뀌었지만, 이제라도 배울 수 있어서 참 좋다. 오상진이 자기는 스트레스 받을 때 수학을 풀었다고 하더라. 그 말을 이제야 조금 알겠다. 문제가 풀릴 때 그 즐거움과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더라.
 
오히려 유튜브의 생리를 몰랐기 때문에 신선한 접근이 가능했던 것 걸까.
내가 너무 몰라서 오히려 나만의 색깔을 가질 수 있던 거 같다고 하더라. 그런데 다른 연예인이 공부 콘텐츠를 해도 좀 이상하긴 할 거다. 연예인이 왜 갑자기 공부를? 절실함이 없지 않나. 나는 진짜로 공부가 필요한 딸을 가르치고 키우고 있기 때문에 진정성이 통한 것 같다.
 
페더 장식 드레스, 귀고리, 실버 반지는 모두 Bottega Veneta.

페더 장식 드레스, 귀고리, 실버 반지는 모두 Bottega Veneta.

 
원 숄더 드레스는 MM6 by Adekuver. 선글라스는 Balenciaga.

원 숄더 드레스는 MM6 by Adekuver. 선글라스는 Balenciaga.

 
“공부에도 다 때가 있다”는 말에 동의하나? 
지금도 많은 영단어를 외우는데 돌아서면 까먹고 일어나면 까먹는다. ‘Felon(팰 놈)’, ‘Clutter(클나따)’, ‘Plummet(풀러 밑)’, 이 세 개밖에 기억이 안 난다. 기억력이 요구되는 분야는 때가 있는 것 같다. 이건 뇌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해의 영역은 다르다. 나이가 들 수록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같은 책이라고 해도 열다섯 살에 봤던  〈데미안〉과 서른 살에 본 〈데미안〉과 마흔다섯에 보는 〈데미안〉은 다르다. 피타고라스 정의를 어렸을 때 접했다면 분명 이해하지 못했을 거다. 지금은 아주 쉽게 이해한다. 이런 학문은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자아실현이든 자기개발이든 새로운 배움을 시작하는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 
다이어트를 해도 닮고 싶은 사람의 사진을 냉장고에 붙여놓는다든가 입고 싶은 옷을 걸어놓는다든가 같은 동기부여가 필요하지 않나. 내 경우엔 내 딸에게 “엄마, 나 오늘 하나밖에 안 틀렸어!” “백점 맞았어!” “친구들한테 박수 받았어!” 이런 말을 듣고 싶었기 때문에 계속 해나갈 수 있었다. 이유없이 뭔가를 열심히 한다는 건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피곤한 일은 오래 할 수 없다. 그럴 때 동기부여만큼 좋은 원동력이 없다.
 
홍진경이 착용한 베스트, 팬츠, 벨트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반지는 모두 Portrait Report. 라엘이 착용한 메시 톱, 드레스는 Miu Miu.

홍진경이 착용한 베스트, 팬츠, 벨트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반지는 모두 Portrait Report. 라엘이 착용한 메시 톱, 드레스는 Miu Miu.

 
톱, 실버 체인 드레스, 판탈롱 레깅스 슈즈는 모두 Balenciaga.

톱, 실버 체인 드레스, 판탈롱 레깅스 슈즈는 모두 Balenciaga.

 
코미디언 홍현희와 함께 〈연애도사〉라는 연애 카운슬링 예능을 시작한다. 
한 번도 차여본 적 없는 언니 둘이 만난 건데. 그런데 진짜로 한 번도 차여본 적은 없다. 차일 조짐이 보일 때 항상 먼저 찼기 때문에.(웃음) 진실이다. 나를 찼다고 하는 분이 있다면 제보해달라. 다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연애야말로 공부한다고 해결이 되지 않는 분야다. 
성공의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대시를 했는데 성공한다? ‘어? 이게 되네?’의 성취감을 느껴야 한다. 그러면 슬슬 자신감이 쌓이는 거다. 아무리 못생겨도 자신감 있는 눈빛으로 당당하게 앉아 있으면 사람이 멋져 보인다. 예쁜 애들이 얼굴만 믿고 안일하게 행동할 때(웃음) 우리는 말발, 좋은 향수 같은 걸로 노력하는 거지. 밀당도 하고. 만났을 때 너무 즐겁게 해주었는데 일어나자마자 연락이 안 되는 거다. ‘어라? 얘 뭔데 전화를 안 받지?’ 이런 게 필요하다. 현희와 내가 살아온 방식이 똑같더라. 파악하고, 연구하고, 개발하고. 참 열심히 살았다.
 
연애뿐만 아니라 실은 우리 삶에서 학습으로는 결코 깨우칠 수 없는 영역이 훨씬 많지 않나? 
연예인이 되어서 가장 좋았던 게 무엇이냐 묻는다면, 학교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각계각층의 대단한 사람들을 만났다는 거다. 차기 대통령 후보이든 재벌이든 교과서에 나오는 실존하는 위인이든. 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밥을 먹었다. 큰 공부였다. 그러면서 내가 느낀 건 ‘이 사람들도 그냥 사람이구나’였다.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다. 내가 절대 할 수 없는 것이란 없구나. 해볼 만한데? 그래서 나는 라엘이도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길 바란다. 대학은 굳이 안 가도 된다.
 
 
오늘 엄마와의 화보 촬영도 딸 라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을 텐데. 딸에게서 모델로서의 자질을 발견했나? 
제법 어른 티가 나더라. 걔가 아주 애플힙이다. (웃음) 모델은 모르겠고 그냥 카메라 앞에서 자유분방하구나, 정도는 느꼈다.
 
본인도 그런 자유분방한 어린이였나? 
내가 읽는 책 속 세상에 빠져서 혹은 그냥 앉아서 계속 세상을 탐색하던 아이였다. 나는 내가 뭘 원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조차 몰랐다. 태어났으니까 사는데,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질려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자유를 주면 그 자유 안에서 뭘 할지 계획을 세우더라. 대신 다 노는 계획이다.(웃음) 라엘이는 참 재미있게 산다.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 게 없으면 그게 행복”이라고 말한 적 있다. 개인적으론 행복에 대한 잠언처럼 마음에 두고 위안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는 글귀다. 
사실 그 말은 “이 정도면 나 편안한 거야”라고 자위하란 뜻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조금 더 능동적이다. 그런 편안한 상태가 되기 위해서 치열하게 애쓰고 나서 꿀잠을 자란 거였다. 사랑이든 삶이든 다 태우지 못했을 때 미련이 남고 그런 미련에서 꼭 냄새가 난다. 그런 냄새 나는 미련이 사람을 좀 먹는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한 번쯤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매달려보고, 빌어보고, 무릎 꿇고, 바지가랑이도 잡아보고 나면 더 이상 그 이별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 해볼 만큼 해봤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헤어진 후에도 발 뻗고 잘 잔다.
 
요즘은 어떤가? 잠들기 전에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나? 혹은 행복한가? 
요즘은 꽤 편안하다.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일이 한 점도 없을 수 있을까? 죽는 날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도 없는 완벽한 잠에 빠져보는 것.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 하루도 끝까지 다 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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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손안나
  • 사진/ 윤송이
  • 헤어/ 한지선
  • 메이크업/ 박혜령
  • 스타일리스트/ 김석원
  • 어시스턴트/ 백세리
  • 웹디자이너/ 한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