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에르메스 가방에 대한 모든 것

오는 5월 22일부터 6월 6일까지, 성수동 디뮤지엄에서는 에르메스 가방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에르메스, 가방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장엄한 유산을 기록하고 보관해온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브 컬렉션 부서의 디렉터, 마리-아멜리에 타로(Marie-Amelie Tharaud)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가방의 영원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BYBAZAAR2021.05.17

THE

BAG

STORY 

에르메스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브 컬렉션 부서는 1987년에 에르메스 탄생 1백50주년을 기념하며 생겨난,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담당하는 팀이다. 다섯 명의 팀원이 모든 유형의 에르메스 제품을 수집해 이를 보존하고 연구한다.
 
1백8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패션 하우스인 만큼, 아카이브 피스 수도 엄청날 것 같다. 그중 당신을 놀라게 한 오브제가 있다면? 
오래된 오브제를 수집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온라인을 통한 지속적인 리서치, 경매 혹은 수집가를 통한 구입, 기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여러 오브제가 나를 놀라게 했지만, 그중에서도 작년에 수집한 1920년대 아르데코풍 개 목걸이가 인상 깊었다. 둥그스름한 모양의 새빨간 보석이 박힌 매우 화려하고 우아한 디자인이었다. 아울러 전시를 통해 소개될 가방 중에서 잠금 장식에 립스틱과 거울을 숨겨둔 1958년의 이브닝 클러치가 떠오른다.
 
에르메스 최초의 가방인 ‘오뜨 아 끄로와’.

에르메스 최초의 가방인 ‘오뜨 아 끄로와’.

 
1923년의 ‘볼리드’ 백. 켈리 백 다음으로 가장 많이 재해석된 가방이다.

1923년의 ‘볼리드’ 백. 켈리 백 다음으로 가장 많이 재해석된 가방이다.

 
아카이브는 창조자들에게 ‘영감의 보고’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 실제로도 에르메스 아카이브 컬렉션 부서는 아티스틱 디렉션(Artistic Direction)의 일부이며 새로운 컬렉션을 만드는 것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작업 방식은 두 가지로 하나는 아티스틱 디렉터들이 데이터베이스에서 우리의 컬렉션을 찾아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오브제 대여를 요청해 직접 가져가서 참조하는 것이다. 가죽 제품과 패션 액세서리, 주얼리 공방 팀들이 우리의 오브제를 주요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여성복 아티스틱 디렉터인 나데쥬 바니 시뷸스키 역시 그러하다. 그녀는 매우 자유로운 방식으로 이전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컬렉션을 창조하곤 하는데, 특히 1970년대 에르메스 여성복 디자이너였던 카트린 드 카롤리의 작업을 재해석한 컬렉션이 인상 깊었다.
 
«에르메스, 가방 이야기(Once upon A Bag)»는 네 번째 헤리티지 전시다. 이와 같은 헤리티지 전시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이유는? 
이번 전시 이전에 세 개의 에르메스 헤리티지 전시가 있었다. 첫 번째는 에르메스의 기원인 말, 승마를 주제로 한 «마구의 뿌리», 두 번째는 이동성과 여행을 소개한 «에르메스, 꿈을 꾸는 여행자», 세 번째는 레드 컬러에 포커스한 «루즈 에르메스» 전시가 바로 그것이다. 새로운 전시에서는 에르메스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인 ‘가방’을 다루고 있다. 에르메스는 한 가지 주제를 심화하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데, 이번엔 오브제와 가방을 한쪽 편에 두고 다른 한쪽에는 이코노그래피(Iconographie, 도상학)을 둔 대결 구도가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1988년의 ‘말뛰기(Saute-Mouton)’ 백.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1988년의 ‘말뛰기(Saute-Mouton)’ 백.

≪에르메스, 가방이야기≫ 전시 포스터.

≪에르메스, 가방이야기≫ 전시 포스터.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를 꼽는다면? 
에르메스 애호가들에게 있어 켈리(Kelly) 백의 조상 격인 1930년대 최초의 시티 백을 볼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다. 1950년대 말, 그레이스 켈리 왕비가 들고 있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이 가방에 ‘켈리’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는데, 사실 가방 자체는 이미 1930년대부터 존재했었다. 아름다운 루즈 아쉬 컬러의 초창기 켈리 백을 전시할 예정이며, 이 밖에도 볼리드(Bolide), 콘스탄스(Constance), 버킨(Birkin) 등 그 시대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긴 가방들을 두루 만나볼 수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개인적으로 가방의 걸쇠만을 모은 아카이브, ‘Clasps’ 공간을 기대하고 있다. 
에르메스는 계속해서 오래된 모델을 탐색하기 때문에 특정 모델의 경우 기존 피스와 컨템퍼러리 피스에서 동일한 걸쇠를 발견할 수 있다. 매우 독창적이고 일상적인 기계적 요소에서 영감을 받은 걸쇠가 달려 있어 가방 이름을 베루(Verrou), 에크루(Écrou), 에투(Étau)라 짓기도 했다. 에르메스는 언제나 효율적이고 기능적인 잠금 장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이 연구는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시스템의 변화에 따른 제조 기법의 변화 정도다.
 
1938년에 첫선을 보인 문 빗장 모양의 잠금 걸쇠가 특징인 ‘베루’ 백.

1938년에 첫선을 보인 문 빗장 모양의 잠금 걸쇠가 특징인 ‘베루’ 백.

1970년대 카트린 드 카롤리의 작업에서 영감받은 2017 S/S 시즌 룩.

1970년대 카트린 드 카롤리의 작업에서 영감받은 2017 S/S 시즌 룩.

 
에르메스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가방인 ‘오뜨 아 끄로와(Haut `a Courroies)’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들었다. 
(실제 가방을 보여주며) 화면이 꽉 찰 만큼 큼직한 크기의 가방이라는 것이 이 오뜨 아 끄로와 백의 첫 번째 특징이다. 당시 기수들의 장비인 안장, 부츠, 승마 채찍 등을 모두 담을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첫 번째 가방이기에 에르메스에 있어서도 무척이나 중요한 피스이며, 마구 제조업체였던 에르메스가 가죽 제조업체로 변모한 시발점이 된 제품이기도 하다. «에르메스, 가방이야기» 전시 입구를 장식할 오브제도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브 컬렉션에서 가장 오래된 피스(1920년대부터)인 이 제품이 될 것이다.
 
가장 많이 재창조된 제품은 무엇인가? 
단연 켈리 백이다. 왜냐하면 켈리 백은 오래된 역사를 가진 데다 반박의 여지 없이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파리 포부르 매장의 쇼윈도용으로 특별히 제작된 깃털 소재의 켈리 백을 두 가지로 소개할 예정이다.
 
1935년의 시티 백. 1950년대부터 켈리 백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1935년의 시티 백. 1950년대부터 켈리 백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브 컬렉션 디렉터인 마리-아멜리에 타로.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브 컬렉션 디렉터인 마리-아멜리에 타로.

 
큐레이터 브루노 고디숑이 이번 전시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19년  «에르메스, 꿈을 꾸는 여행자» 전시가 열렸을 당시 그가 “에르메스의 역사와 정신은 ‘움직임’이라는 질문과 연결되어 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에르메스에서 ‘움직임’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움직임은 항상 에르메스 제품의 핵심이 되어왔다. 1837년 하우스의 설립자인 티에리 에르메스가 1860년대부터 말을 타기 위한 마구를 만들었으니 처음부터 이동에 대한 아이디어가 존재한 셈이다. 제1차세계대전 이후 자동차의 보급과 함께 여행이 활성화되자 에밀 에르메스는 여행과 스포츠, 야외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제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에르메스는 늘 기능성과 편안함 및 이동에 대한 아이디어를 유지해왔다. 아울러 움직임이라는 주제는 우리의 창조적인 능력과 결합해 스스로를 재발명하고, 때론 유머를 부여하기도 했는데 이 가방이 그 대표적인 예다. (가방을 보여주며) 1980년대 후반에 만든 장난스러운 가방으로, 전시의 ‘Bags of Mischief’ 섹션에서 만나볼 수 있다. 울타리를 뛰어넘는 양 모티프를 가미해 움직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것이다.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지속가능성이 화두인 요즘 같은 시대에는 어떤 것의 정수라 일컬어지는 하나의 피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듯하다. 그런 면에서 에르메스는 이에 굉장히 부합하는 브랜드가 아닌가 싶다. 
그것은 에르메스가 항상 품질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갖고 엄격하게 지켜왔기에 가능한 것이다. 또 우리는 유행을 좇지 않으면서도 시대정신을 포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르메스의 창조물에는 언제나 시대를 초월하는 영원성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1930년대의 가방도 옛것으로 치부되지 않고, 오늘날에도 사랑받는 제품이 된 것이다. 우리의 고객들은 종종 자녀 혹은 손자에게 물려줄 유산으로 가방을 구매하곤 한다. 이것은 곧 에르메스 제품이 평생 간직할 수 있고 전승하고 싶은 피스라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에르메스를 대변하는 가방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개인적인 의견일 수도 있겠지만 1960년대 후반에 태어나 요즘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콘스탄스 백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크리에이티브 팀의 손길을 거쳐 모던하면서도 다채로운 모습으로 변모한 콘스탄스 백을 보고 매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깊숙이 뿌리내린 가방이지만 지금의 우리에게도 큰 감흥을 주는 가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