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요즘 핫한 헤르난 바스 전시, 아직 못 봤다면

데이비드 호크니가 가장 캘리포니아다운 작가라면 헤르난 바스는 가장 플로리다적인 작가다.

BYBAZAAR2021.05.03
 
 
〈Pink Plastic Lures〉, 2016, Acrylic on Linen, 303.5x504.8x5.1cm.

〈Pink Plastic Lures〉, 2016, Acrylic on Linen, 303.5x504.8x5.1cm.

 
헤르난 바스(Hernan Bas)는 이른바 플로리다적 감수성을 지닌 작가다. 바스가 나고 자란 마이애미와 북부 플로리다는 미국에서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초자연적이고 비주류의 공간이다. 일찍이 바스에게 UFO나 유령 같은 단어는 평범한 것이었다. 하디 보이즈, 네스호의 괴물,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처럼 미스테리하고 오컬트한 것에 대한 그의 탐닉은 작가로서 붓을 잡은 이래 캔버스 위에 흥미로운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한국에서 세 번째,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열린 이번 개인전  «모험, 나의 선택(Choose Your Own Adventure)»에서 선보인 신작 〈The Monster Hunter(or Desperately Seeking Nessie)〉에는 이른바 ‘호수 괴물’로 알려진 네스호의 괴물을 쫓는 사냥꾼 스티브 펠텀이 등장한다. 집도 직업도 애인도 포기한 채 산기슭 캠핑카에 잠복하며 괴물의 그림자라도 목격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펠텀의 얼굴이 마치 바스의 자화상으로 읽힌다.

 
〈The Thought Flow(Cabin at Walden)〉, 2009, Acrylic airbrush on linen over panel, 213x183cm.

〈The Thought Flow(Cabin at Walden)〉, 2009, Acrylic airbrush on linen over panel, 213x183cm.

 
당신의 작품에는 소년과 어른의 경계에 있는 인물들이 주로 등장한다. 
만약 내 작품이 연극이었다면 내 배우들은 항상 인터미션 직전의 순간에 사로잡혀 있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내겐 스스로 누구인지 아직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불확실의 상태에 놓인 인물이 가장 매력적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방황하지 않는 성숙한 인물로 묘사됐다고 상상해보라. 그가 논리정연한 고집불통의 어른이었다면 누구도 그 책을 읽고 싶어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들어 ‘그’ 소년들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초기작과 비교하자면, 화폭 안의 소년들은 구석에서 중심으로 이동하였고, 더 크고 더 선명해졌다. 
나는 스스로의 별남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인간이 성숙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여전히 자아발견의 시점에 놓여 있지만 당신의 해석처럼 조금 더 강해진 것이 사실이다. 혹은 그들 스스로 조금 더 편해졌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묘하고 미스터리한 배경 속에서도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들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도 같다. “그래, 나는 오컬트 서적으로 가득 찬 방 안에 있고, 때로 수십 마리의 플라밍고 무더기에 둘러싸여 있지. 그게 뭐가 대순데?”
 
〈Out To Sea〉, 2020, Acrylic on linen, 213.4x182.9cm.

〈Out To Sea〉, 2020, Acrylic on linen, 213.4x182.9cm.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착안하여 ‘항해 시리즈’를 작업했다. 지금 이 시대에 왜 고전인 〈노인과 바다〉여야 했나? 
이 시리즈를 구상하면서 다양한 출처를 고려했다. 이를 테면 헤밍웨이의 투쟁을 시작으로, 혼자 작은 보트를 타고 대서양을 항해해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려다 실종된 예술가 바스 얀 아더르의 비극적인 결말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 작품의 제목은 〈In Search of the Miraculous〉이다. 난 마이애미에서 자랐고 이곳 사람들은 쿠바와 마이애미 사이의 물길을 ‘플로리다 해협(Florida Straights)’이라고 부른다. 플로리다 해협은 지난 수십 년간 쿠바를 탈출한 사람들에게 트라우마이자 승리의 원천이었다. 내 부모님을 포함해서 말이다. 헤밍웨이의 ‘노인’ 역시 이곳에서 승리하고 또 실패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세상에 벌어진 모든 혼돈을 돌이켜볼 때, 새로운 기적의 물길을 찾아 항구를 떠나고자 하는 ‘욕구’를 포착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작가로서 당신의 사기를 북돋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잘생긴 젊은 청년을 그리는 것은 아주 쉽다. 허나 그건 내게 너무나 지루한 일이고 시간 낭비다. 지난 10년간 배경이나 이야기가 없는 작품은 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 스스로에게 조금 가혹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란 무엇인가? 
마침내 끝부분에서 ‘아, 우리가 상상도 못했던 무언가가 존재할 수도 있겠구나.’ 믿게 되는 그런 이야기다.
 
〈The Monster Hunter(or, Desperately Seeking Nessie)〉, 2020, Acrylic, ink transfers and distemper on linen, 183x152.5cm.

〈The Monster Hunter(or, Desperately Seeking Nessie)〉, 2020, Acrylic, ink transfers and distemper on linen, 183x152.5cm.

 
당신은 늘 불완전함에 탐닉해왔다. 완전무결함에 대한 욕구가 없는가? 
절대로. 난 미스터리로 가득 찬 세상이 좋다. 모든 것에 답이 있다면 사는 데 무슨 재미가 있겠나.
 
스페이스K 전시장에서 재생되는 당신의 인터뷰 클립을 보면, 코로나 감염증 이후 ‘고독’과 ‘내향적인 사람들’에 대해 새로이 사유하는 모습이던데. 
록다운을 거치며 실은 내 작품 속 인물들이 팬데믹 시대에 딱 맞아떨어진다는 묘한 깨달음을 얻었다. 모든 사람들이 몇 주 혹은 몇 달간 집 안에 갇히게 되면서 내 작품 속 인물들의 기묘한 취미가 더 이상 관객들에게 이상해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컨버스, 볼캡, 페도라, 후디 등 당신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모티프가 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이 무엇을 알아차리길 바라나? 
습관적으로 특정 아이템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에 약간의 미스터리를 더하고 싶은 일종의 ‘증세’이기도 하다. 컨버스를 신은 소년은 어제 그린 작품일 수도 있고 50년 전에 그린 작품일 수도 있다. 가끔은 인물들에게 흰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히기도 한다. 이런 클래식한 패션이야말로 작품에 특정 시대의 꼬리표를 붙일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Where〉, 2011, Acrylic, block print and airbrush on linen, 183x152.4cm.

〈Where〉, 2011, Acrylic, block print and airbrush on linen, 183x152.4cm.

 
당신의 작품에서는 플로리다, 마이애미라는 지역성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동시대 마이애미를 어떤 장소라고 정의하나? 
마이애미는 플로리다의 이웃 도시들과는 꽤 다르다. 나는 마이애미에서 태어났고 어려서 몇 년을 플로리다 북부에서 보낸 뒤 다시 마이애미로 돌아와서 자랐다. 〈Pink Plastic Lures〉에서 마이애미는 플라스틱 플라밍고 상자이며 플로리다는 그 상자가 놓인 낡고 오래된 마당이다. 마이애미에는 펠리컨과 빈곤이 있다.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에 살 때 현지인이 느끼는 혼란스러운 이중성이랄까.
 
당신은 일찍이 세계적인 컬렉터인 루벨 컬렉션에 소개되면서 주목받았고 휘트니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L.A 현대미술관, 베니스 비엔날레 등 주류 미술계에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아티스트에게 유명세란 어떤 의미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자유는 유명세에서 나온다. 스스로가 인기에 영합한 특정 스타일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음번 내놓을 작품이 인기가 있을지 없을지 확실치도 않다. 다만 지금껏 작품을 통해 쌓은 관객층이 있고, 내가 흥미롭게 느끼는 소재라면 관객과 컬렉터는 기꺼이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날 것이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Four Bathers by a River〉, Acrylic on linen, 182.9x213.4x3.2cm, 2017

〈Four Bathers by a River〉, Acrylic on linen, 182.9x213.4x3.2cm, 2017

 
새롭게 구상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가? 
당분간은 마감 기한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것이다. 최소한 앞으로 일 년은 개인전을 갖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마감 기한이 없는 작업 시간을 갖는 건 무려 15년 만의 일이다.
 
특히 〈The Start of the End of The Longest Drought〉나 〈It Fell in Sheets That Day〉에서 기묘한 희망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세상이 정말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나?
솔직히 팬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의 행동을 지켜보며 희망을 잃었다. 적어도 내 작품 속 인물들에 스며 있는 조용한 그림자와 비밀스러운 고민들이 관람객에게 덜 무섭게 느껴지기를 바랄 뿐이다. 이상하다는 이유로 박해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로 이상한 현실일 테니까.
 
※ 헤르난 바스 개인전 «모험, 나의 선택(Choose Your Own Adventure)»은 스페이스K 서울에서 5월 27일까지 열린다.
 
손안나는 〈바자〉의 피처 에디터다. 현대미술과 서브컬처의 융복합을 지켜보는 일에 흥미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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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손안나
  • 사진/ 스페이스K 제공
  • 번역/ 유세지
  • 웹디자이너/ 한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