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즈 부르주아의 시간을 꿰어낸 두 전시
'현대미술의 거장' 루이즈 부르주아의 전시가 호암미술관과 국제갤러리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25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소설가 최영건은 '코바늘 연작'에 시선을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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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실로 쓰인 기록
“새의 자취를 그리는 것이 뜨개질로 대체됐을 때 글이 시작됐다.” “새의 무늬가 매듭진 끈을 대신했을 때, 글이 처음 나타났다.” 팀 잉골드가 플로리안 쿨마스의 글에서 발췌해 소개한, 기원전 5세기 경 중국 사상가 유협이 남긴 기록에 대한 두 가지 번역이다. 이 번역의 근원에는 자취를 남기는 새와 실, 그리고 글이 있다. 글의 기원에 실과 매듭, 직물이 존재한다는 은밀한 사실은 이제 어느 정도 잘 알려진 것이 되었다. ‘Text’의 기원에는 짜다, 엮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Texere’가 있다. ‘Text’와 직물을 뜻하는 ‘Textile’은 이런 시작점을 나눠 가진다. 까마득히 먼 옛날 유협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이 시작점에는 사라진 새에 대한 기억도 있었다. 글은 실의 형태로, 떠나간 존재가 남긴 자취로부터 쓰여야 했다.

<Hours of the Day>(detail), 2006, Digital print on fabric, suite of 25, 44.5 x 68.6 cm, each sheet. © The Easton Foundation/(Licensed by VAGA at ARS, New York),/(SACK, Korea), 사진: Christopher Burke,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붉은 실로 된 루이즈 부르주아의 코바늘 연작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그것을 글처럼 읽고 싶었다. 한때 알았지만 지금은 망실한 언어로 된 글이었다. 수세기 전의 사람들은 글을 읽는 일을 여정으로 감각했다고 한다. 루이즈 부르주아가 실로 지은 글을 읽는 일이란 그런 사라진 독해의 방식과 맞닿는다. 정답도, 정답으로 가는 곧은 길도 없다. 우리는 휘어지고 구부러지는 붉은 단서들을 따라 망실된 시공으로 들어선다. 전시에서 실제로 이 작품을 마주쳤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 순간 내가 읽었던 그 은밀하고 붉은 길, 망실되었지만 망실의 방식으로 현현하던 기억으로의 여정…. 오늘의 나는 그것을 어떻게 해독하고 있는 걸까.

<The Destruction of The Father>, 1974-2017, Archival polyurethane resin, wood, fabric, and red light, 237.8 x 362.3 x 248.6 cm. Collection of the Glenstone Museum, Potomac, Maryland (exhibition copy shown). Photo: Ron Amstutz. © The Easton Foundation / Licensed by SACK, Korea. 이미지 제공: 호암미술관.
루이즈 부르주아를 소개하는 이스턴 재단의 큐레이터 필립 라라트 스미스(Philip Larratt-Smith)는 작가의 다른 패브릭 작품들에 대하여 “특정 시간과 장소, 감정적 상태나 사건, 관계의 문서” 라고 칭했다. 패브릭으로부터 문서로의 도약은 기록물로서의 작업에 대한 함축이자, 직물과 글의 관계에 대한 선험적이고 무의식적인 직관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나는 그 말을 이 코바늘 연작에게로도 기울여 본다. 이것은 문서, 붉은 실로 쓰인 글이다. 우리는 이 은밀한 것을 읽을 수 있다. 최영건(소설가)

<Cell (Black Days)>, 2006, Steel, fabric, marble, glass, rubber, thread and wood, 304.8 x 397.5 x 299.7 cm. Collection of the Easton Foundation. Photo: Christopher Burke. © The Easton Foundation / Licensed by SACK, Korea. 이미지 제공: 호암미술관.
호암미술관의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은 작가의 70여 년 창작 여정을 국내 최대 규모로 조망하는 전시다. 전시 제목은 부르주아가 생전에 쓴 문장에서 차용한 것으로, 그의 평생에 걸친 심리적 탐구를 반영한다. 1940년대 초기 회화와 <Personages> 연작부터 1990년대에 시작된 대형 <Cell> 연작, 말년의 패브릭 작업과 드로잉, 대형 설치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양극을 작가 고유의 언어로 풀어낸다.

<10 AM Is When You Come To Me>(detail), 2006, Etching, watercolor and pencil on paper, 20 sheets, 38.1 x 90.8 cm, each sheet. © The Easton Foundation/(Licensed by VAGA at ARS, New York),/(SACK, Korea). 사진: Christopher Burke.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의 《Rocking to Infinity》는 작가의 말년 20여 년을 중심으로 한 조각과 드로잉을 조망한다. 전시 제목은 작가의 문장에서 따온 문구로, 아이를 품에 안아 달래는 어머니의 이미지가 떠오르며 정서적 평안을 환기한다. 제리 고로보이(Jerry Gorovoy)와의 관계를 악보처럼 시각화한 작품 <10 AM Is When You Come To Me>, 시계 화면과 발췌된 글을 병치한 직물 연작 <Hours of the Day>, 지금껏 단 한 번만 지금껏 단 한 번만 공개된 커피 필터 드로잉 등 다양한 작업이 함께 전시된다.
※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은 호암미술관에서 2026년 1월 4일까지, 《Rocking to Infinity》는 국제갤러리에서 2025년 10월 26일까지 열린다.
Credit
- 글/ 박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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