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tallation view, Augustas Serapinas, 〈Čiurlionis Gym〉, 2023. Presented by Galerie Tschudi, Courtesy of Art Basel.
글로벌 경제 위기와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악재로 판매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막상 장이 열리자 기우에 불과했음이 밝혀졌다. VIP 프리뷰 첫날 하우저앤워스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거미 Ⅳ〉를 2천2백50만 달러에 팔았고 화이트 큐브는 마크 브레드포드의 〈The Less Common Royalness〉를 4백50만 달러에, 페이스갤러리는 알렉산더 칼더의 소형 조각 대부분을 35만 달러에서 2백80만 달러에 대부분 솔드아웃시켰다. 첫날만 반짝, 소위 ‘오픈빨’도 아니다. 갤러리스트 B가 귀띔했다. “아트 바젤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게, 페어가 끝나는 날까지 판매가 계속돼요. 작품이 워낙 고가잖아요. 큰손들도 두 번, 세 번 둘러보고 심사숙고 끝에 사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셀러브리티나 북미의 컬렉터가 대거 불참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바젤은 건너뛰고 10월에 파리로 오겠다네요.” 갤러리스트 C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해는 가요. 이 작은 도시에 수십 번이나 와봤다고 생각해보세요. 더 이상 뭘 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일까. 지난해 아트 바젤은 프랑스 파리에서 새로운 아트페어 ‘파리 플러스 파 아트 바젤’을 개최했다. 임시 거처인 몽파르나스 에피메르에 아기자기하게 모인 1백56개의 부스와 알짜배기 부대 행사가 워낙 호평이었다. 벌써부터 파리가 바젤을 앞지를 것이라는 예측이 심상치 않게 들려온다. 더 이상 이 도시의 살인적인 물가, 불편한 경유 항공, 부족한 숙박 시설을 견딜 필요가 없어지는 걸까? 과연 바젤은 언제까지 아트 캐피탈로서의 권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한편, 그해 아트 바젤의 경향은 ‘갤러리즈’보다는 실험적인 작품들로 구성된 아트 바젤의 비엔날레격인 ‘언리미티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언리미티드의 특징은 한마디로 다양성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흑인 혹은 여성주의 작가들이 강세를 보였어요. 환경이나 생태 문제가 트렌드인 적도 있었죠. 올해 언리미티드는 뚜렷한 주제를 발견하긴 어렵고 오히려 다채롭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거장과 신진작가의 조화가 돋보이네요”. 이를테면 이번 언리미티드에서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신작 〈Strip-Tower〉나 바바라 크루거의 〈Untitled(Our Leader)〉만큼 주목받은 건 1990년생 아우구스타스 세라피나스의 〈Čiurlionis Gym〉이었다. 그는 참여형 설치 조각을 통해 사람과 장소에 대한 기억을 소환한다. 전시장 한복판에 펼쳐진 간이 체육관은 미술학도이던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자연을 모방하여 그림 그리기, 고대 그리스의 조각품을 본뜬 조각하기 같은 미술 교육을 반복적인 훈련에 기반을 둔 체육관 운동에 비유하며 복사-붙여넣기식의 예술 교육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눈빛을 반짝이며 언리미티드 섹션을 둘러보던 큐레이터 A가 덧붙였다. “아트 바젤에서 주목받은 신인이 몇 년 뒤 미술계에 떠오르는 경우가 흔해요. 그러므로 페어 기간 동안 열리는 다양한 부대행사와 기관 전시도 주목해야 하죠.” ‘글래머러스한’ 전시는 없을지라도, 바젤 시내 곳곳을 전시장으로 활용하여 장소 특정적 작품을 선보이는 ‘파쿠르’ 섹션과 쿤스트뮤지엄, 쿤스트할레, 바이엘러 미술관 등의 기관에서 발휘하는 수준 높은 큐레이션이 바젤의 저력임을 실감했다. 〈바자〉가 아트 바젤에서 채집한 새로운 얼굴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