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결혼식에 대한 로망을 실현시켜준 샤넬 오뜨쿠튀르 쇼

지난 1월 26일, 샤넬의 새로운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공개되었다. 쿠튀르 쇼 특유의 낭만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버지니 비아르는 ‘가족’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했다. 여러 세대가 한자리에 모인, 따뜻한 대가족의 모습을 떠올린 것이다. 결혼식처럼 진행된 쇼, 가족사진을 콘셉트로 한 포트레이트 컷, 여기에 공방 장인들의 특별한 솜씨가 더해진 서른두 벌의 쿠튀르 룩이 한데 조화를 이룬 그날의 풍경을 되짚어보았다.

BYBAZAAR2021.02.26
 

COME together!

세일라 사마라가 포착한 모델 로렌 드 그라프.

세일라 사마라가 포착한 모델 로렌 드 그라프.

살롱 창밖을 내다보는 아만다 산체스.

살롱 창밖을 내다보는 아만다 산체스.

여러 세대가 한자리에 모인 대가족 모임을 좋아합니다. 따뜻하니까요. 샤넬의 정신도 그러하죠. 샤넬도 가족 같은 곳이거든요. 
애니카 포조가 입을 쿠튀르 룩을 피팅 중이다.

애니카 포조가 입을 쿠튀르 룩을 피팅 중이다.

마지막 웨딩드레스 룩과 함께 등장한 백마.

마지막 웨딩드레스 룩과 함께 등장한 백마.

버지니 비아르는 2021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선보이며 이와 같은 소감을 남겼다. 성대한 쇼는 물론이거니와 소규모 모임조차 불가능한 팬데믹 상황에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유대감을 되새기고자 한 것이다. 쇼 역시 결혼식처럼 진행되었다. 시즌마다 그랑팔레를 가득 채웠던 놀랍도록 비현실적인 구조물들이 사라지고, 소박한 프랑스식 웨딩을 떠올리게 하는 텐트와 조명, 꽃 장식이 자리했다. 모델 군단은 황금빛 계단을 걸어 내려와 꽃잎이 흩뿌려진 런웨이를 거닐었고 샤넬의 가족과도 같은 페넬로페 크루즈, 마리옹 코티야르, 바네사 파라디와 릴리 로즈 뎁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다수의 모델들이 신부를 연상케 하는 화관을 착용했다.

다수의 모델들이 신부를 연상케 하는 화관을 착용했다.

패밀리 포트레이트 컷 중 하나.

패밀리 포트레이트 컷 중 하나.

의상들은 가브리엘 샤넬이 1920~30년대에 선보인 룩들을 떠올리게 했는데, 특히 남성복을 차용한 재킷과 빅토리안풍 셔츠, 베스트, 팬츠가 눈에 띄었고, 실루엣은 심플했으나 쿠튀르다운 섬세한 디테일로 감탄을 자아냈다. 몽텍스 아틀리에의 자수 마크라메가 더해진 튤 드레스와 르마리에 하우스가 만든 섬세한 깃털 장식이 가미된 리틀 블랙 트위드 드레스처럼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만 접할 수 있는 피스들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샤넬 패밀리 중 한 명인 릴리 로즈 뎁.

샤넬 패밀리 중 한 명인 릴리 로즈 뎁.

살롱 소파에서 포즈를 취한 비카 에브세바.

살롱 소파에서 포즈를 취한 비카 에브세바.

아울러 풍성한 페티코트, 러플 장식의 볼레로, 탱고 댄서들이 신을 법한 더블 스트랩의 투톤 메리제인 슈즈에서 버지니 비아르가 표현하고자 한 춤과 자유, 여름날의 파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샤넬 쿠튀르 쇼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웨딩드레스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백마를 타고 등장한 롤라 니콘은 르사주 공방에서 인조 보석과 진주로 수놓은 나비 모양 자수, 고전적인 윙 칼라와 커프스가 장식된 화이트 드레스를 입고 마치 동화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이는 1920년대 코코 샤넬의 애인이었던 드미트리 러시아 대공의 누이, 마리 공작이 만든 자수집 속 샘플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안톤 코르빈이 촬영한 패밀리 포트레이트 컷.

안톤 코르빈이 촬영한 패밀리 포트레이트 컷.

이번 컬렉션의 티저 영상부터 컬렉션 영상, 포트레이트 촬영을 담당한 사진작가 겸 영화감독 안톤 코르빈(Anton Corbijn)과의 협업도 이슈가 되었다. 그는 U2와 디페시 모드의 뮤직비디오, 조이 디비전의 보컬 이언 커티스의 인생을 담은 영화 〈컨트롤〉의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앨범에서 흔히 볼 법한 가족사진을 찍고 싶었다는 디자이너의 바람처럼, 사진 속에는 샤넬 오트 쿠튀르 살롱을 배경으로 마치 가족이나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한 여성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자수 마크라메가 더해진 튤 드레스에 베스트를 매치한 룩.

자수 마크라메가 더해진 튤 드레스에 베스트를 매치한 룩.

최근 파리 캉봉가 31번지에 리오픈한 쿠튀르 살롱은 이번 컬렉션의 중요한 영감이 된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이 다시 문을 열면서 샤넬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랑스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자크 그랑주(Jacques Grange)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난 살롱은 가브리엘 샤넬의 오리지널 매장이 갖고 있던 여성스러운 매력에 초점을 맞췄고, 샤넬 여사의 코로만델 병풍과 1950년대 로베르 구센스가 만든 밀 다발 테이블로 마무리했다. 이렇듯 “언제나 동시대 여성들이 어떤 옷을 갖고 싶어할지 생각한다”는 버지니 비아르의 현실적인 비전과 안목, 여기에 깊이를 부여할 하우스의 유산이 더해져 오늘날의 샤넬 왕국은 어느 때보다도 굳건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빛나고 있다.
코로만델 병풍 앞에서 포즈를 취한 로렌 드 그라프.

코로만델 병풍 앞에서 포즈를 취한 로렌 드 그라프.

대규모 쇼를 할 수 없으니 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했습니다. 그때 그랑팔레 계단을 걸어 내려와 꽃으로 장식한 아치 아래를 통과하는 작은 행렬이 떠올랐죠. 가족끼리 축하하는 자리, 결혼식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 버지니 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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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진선
  • 사진/ Chanel
  • 웹디자이너/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