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양을 거꾸로 만들면 어떨까? 라는 아이디어로 시작했어요. 물방울 모양과 비슷한 소재를 찾다가 출근길에 편의점을 들러 풍선과 콘돔을 샀죠. 아르바이트생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해요. 당황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그런 목적으로 사는 거 아니에요.’라고 변명을 했어요.(웃음) 사무실에 와서 샴푸통에 풍선을 넣고 물을 담아 실험해봤는데 얼추 모양이 나오더라고요. 그때 ‘말도 안 되는 얘기는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당시 변리사였다. “창업까지 확신은 없었어요. 특화 법인 대표로 있어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죠. 그런데 지인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은 거예요. 그때가 만 39살이었는데 지금 안 하면 후회하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사업은 국내 최대의 창업 경진대회 ‘도전 K-스타트업 2018’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아이템의 가능성 정도를 평가받기 위한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했는데 1등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풍선처럼 탄성이 있으면서 내용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소재를 찾는 게 쉽지 않았고, 내용물이 새지 않도록 막는 밸브를 실리콘으로 제작하는 것도 매우 어려웠다. “전문가의 도움조차 받을 수 없었어요. 실리콘을 이런 용도로 사용하는 예가 없었으니까요. 논문을 찾아보고 굉장히 많은 공부를 했죠.” 그렇게 해서 획기적인 발명품, ‘이너보틀’이 탄생했다.

이너보틀은 현재 실리콘보다 효과적인 파우치 소재를 개발 중이며 펌프형뿐만 아니라 콤팩트, 튜브, 좌 타입 용기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하지만 오세일의 최종 목표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너보틀이 궁극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거예요. 다 쓴 용기를 분리수거함에 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순환 자원을 모으고 깨끗하게 관리해 안전하게 공급하는 거죠. 예를 들어 용기에 있는 QR 코드를 인증하면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물류회사에서 공병을 회수하고 그걸 바로 재사용할 수 있도록요. 소비자들이 본인이 쓰고 버린 화장품이 재활용됐는지, 거북이 배 속으로 들어갔는지 의문을 갖지 않고 깨끗하게 재사용된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 굉장한 의미가 있거든요.”(곧 영국에서 출시하는 브랜드는 이를 위한 시스템이 이미 구축된 상태다.) 이르면 2021년 상반기부터 화장대에서 만날 수 있는 이너보틀. 이 놀라운 창작물이 가져올 변화를 기대해도 좋다.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변화는 일어날 수 없어요. 과거에는 보기 좋고 튼튼한 용기가 ‘좋은’ 포장재였다면 이제는 내용물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포장, 재활용 여부 등을 먼저 고려해야 하죠. 쉽게 찌그러지는 종이 용기가 과거의 기준에는 자격 미달이지만, 이제는 다르게 봐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