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를 막 치른 박혜은에게 궁금한 것이 참 많았다. 소속사 없이, 인스타그램을 연 지 얼마 안 된,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아 알려진 것이 얼마 없는. 그러나 품은 질문들은 금세 시시하기만 한 부호가 되었다. 박혜은의 손에는 커다란 가방이 들려 있었다. 군인 가방이라고 했다. 시커멓고 커다랗고 각진 가방 속에서 직접 싼 도시락과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 초코바가 나왔다. 머리를 만지는 동안 도시락을 까먹고 초코바는 스태프들에게 돌렸다. 자리에 있던 모두의 눈이 커다래졌다.
리본 블라우스, 베스트는 Eenk. 데님 팬츠는 Dew E Dew E. 하트 반지는 Big Hug Club. 플랫폼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레스는 4 Moncler Simone Rocha.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은 새 얼굴의 보고다. 목련고 2학년 6반에 앉은 학생들은 비슷한 구석이 하나 없다. 손쉽게 세계로 송출되는 매체를 통해 동양인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던 이경미 감독의 뜻이었다. “‘아라, 이마 한번 볼까요?’ 오디션에서 감독님이 제게 하신 말씀이에요.(웃음)” 장면 속 성아라는 머리를 대충 묶어 넘기고 있는데 과연 박처럼 둥근 이마가 눈에 훤하게 들어온다. 아라는 이른바 ‘퀸카’지만 아람단 소속처럼 보이는 볼로타이를 액세서리로 착용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체육복을 입은 채로 보건실 침대에 늘어져 있는다. 꼭 여성스럽지 않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새로운 타입의 퀸카 탄생이다. “아라는 좋은 의도가 많은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하고 악의 없게. 그래서 모두가 좋아하는 아이일 거라고요.”
플로럴 셔츠는 Eenk. 로퍼는 H&M. 드레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머릿속이 투명하게 보인다고 해서 별명이 해파리인 여자애였다. 그나마 좀 귀여운 어감인 젤리피시로 불려서 다행이지,」 성아라는 정세랑 작가가 쓴 동명의 원작 소설에서 혜연이라는 이름이다. 겉과 속이 같은 혜연과 혜은. 촬영을 위해 풍성한 드레스를 입고는 “너무 예뻐요. 죄송해요. 저 너무 주책맞죠.”라고 말할 때 소설과 드라마 사이 어딘가에 있는 인물을 마주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 중국을 거쳐 미국에서 지금껏 살았던 미술사학과 학생. 연기가 하고 싶어 혼자 서울에서 산 지 2년째, 조용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스물네 살. 말로 나눈 사실 몇 가지보다는 화면에서 움직이는 것이 박혜은에게 더 어울리는 언어가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톱, 드레스는 Minju Kim from Net-A-Potrter.
터틀넥 톱은 Dew E Dew E. 튜브톱 드레스는 Push Button. 스니커즈는 Nike. 시스루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다가 연기가 하고 싶어서 학기 도중에 혼자 한국에 왔어요. 아무런 정보 없이 몸만 온 거라 프로필 사진 찍고 오디션 보면서 시작된 거죠. 저는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에요. 깊이 고민하면 안정적이고 계획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대담하고 자유롭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 서울에 왔을 때는 ‘해볼까?’였지만 이제는 ‘더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강해요. 요즘 중학생 역할과 30대 역할이 같이 들어오고 있어요. 너무너무 신기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