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헤어피스는 모두 Miss Gee Collection.
추자현은 〈바자〉가 그렇듯 1996년에 데뷔해 올해로 24주년을 맞이한 배우다. 존재만으로 후배 연기자들에겐 위안이 될 터인데 그는 끝내 손사래 친다. “저처럼 되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너무 힘들었거든요. 배우의 유형을 몇 가지로 나눈다면 저는 좀 예외적인 케이스예요.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도 있겠지만 걸어온 길이 조금 달랐어요. 어린 나이에 데뷔했지만 작품이 많은 것도 아니죠. 〈카이스트〉로 이름을 알리기는 했지만 그래서 기회를 잃은 것도 있고요. 보여지지 않으면 금방 잊혀지는 게 연예인인데, 10년 동안 국내에서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제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죠.”.
데뷔 후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낸 그는 자신을 찾는 중국으로 날아갔다. 국민 배우의 칭호까지 얻었지만 그곳에서의 영광을 스스로 한국에 알린 적은 없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사람들은 추자현이라는 이름 석 자를 금방 기억해냈고 곧 궁금해했다. 그렇게 다시 여기에 있다.
어느덧 저도 40대 배우가 되었어요. ‘팬들이 나를 더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이번 작품으로 나의 스타성을 어필해야겠다’ 이런 욕심은 없어요. 그저 연기를 하고 싶은 거죠. 결혼하고 출산하고 다시 복귀할 수 있었던 것,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것 자체에 감사해요
그리고 이제는 연기가 즐겁다. “20대 땐 연기를 진정으로 즐기지 못했던 것 같아요. 내내 중국에서 보낸 30대 때도 마찬가지였죠. 오롯이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지금이 좋아요. 때로는 ‘이런 날이 나에게도 오는구나’ 감격스럽기도 하고요. 요즘엔 아무리 몸이 피곤하고 힘들어도 그 고통조차 짜릿하고 행복해요”.
힘들었던 과거를 꺼내어 생색내고 싶지 않다. 그때의 기억은 혼자만 간직할 생각이다. 대신 앞으로의 일이 궁금하다. “어떤 작품이 제게 다가올지 기대하고 있어요. 무언가 욕심내기엔 세상에 그보다 좋은 것들이 훨씬 많던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