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쁠 ‘환’, 빛날 ‘희’. 빛과 기쁨이라는 뜻을 가진 배우의 데뷔는 6살 무렵이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아요. 그저 감독님 무릎에 앉아 ‘레디, 액션!’을 외치던 풍경만이 어렴풋이 남아 있어요.” 그렇다고 모든 기억이 휘발된 것은 아니다. 그의 세 번째 작품인 드라마 〈천하무적 이평강〉은 평생 잊지 못할 감정의 경험을 안겨주었다.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에휴’ 하고 한탄하는 장면을 찍었는데, 끝나자마자 촬영 현장이 온통 웃음바다가 됐어요. 그 순간 내가 하는 연기가 누군가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데 큰 쾌감을 느꼈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확신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후 영화와 드라마에서 성실히 시간을 쌓아가던 그가 대중의 눈에 각인된 건 영화 〈곡성〉에서다. 영이 깃든 ‘효진’의 연기는 현장의 모든 이들에게 감탄보다는 걱정을 불러일으킬 만큼 폭발적이었다. “나홍진 감독님이 가장 많이 하셨던 말이 두 가지가 있어요. ‘아역 배우가 아니라 그저 배우’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과 그 외 수많은 걱정이 담긴 말들요.(웃음)” 하지만 그는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 또한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일상은 다음을 준비하는 그의 또 다른 놀이터다.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 가사를 유심히 살펴보면서 간접적인 감정 경험을 하기도 해요.” 물론 주변 또래 친구들에게서 얻는 영감도 많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았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완벽히 공감할 수는 없지만, 저 또한 성인이 되기 전에 찾아오는 막연한 두려움이 분명히 있죠. 20대에는 어떤 작품을 선보여야 할까, 아역 이미지에 어떻게 변화를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요.” 하지만 다가올 날들이 두렵지는 않다. 수많은 현장에서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은 연기적인 스킬뿐만이 아니니까. 삶의 중심을 바로잡는 일이 우선이 될 것이다.
연기는 타인의 공감을 끌어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해보고 싶은 역할은 너무나 많지만, ‘공감’이란 키워드는 끝까지 가져가고 싶어요.
그것은 앞으로의 목표이자 평생 흔들리지 않을 그의 중심이다. 열아홉 김환희.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건 이토록 황홀하고 짜릿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