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F/W RUNWAY REPORT

지금 이 순간 빠져들어야 할 10년은 단연 1990년대다. 빈티지 숍에서 건져올린 듯한 페티코트 룩을 등장시킨 루이 비통, 슬립 드레스와 체크 셔츠의 레이어링을 선보인 버버리, 타탄체크 패턴의 드레스와 옷핀을 잔뜩 꽂은 수트를 선보인 몬세, 메시 드레스의 발렌티노까지!


마치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예견이라도 한 듯, 다수의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종교적 색채의 룩. 사제복을 연상케 하는 구찌, 하이더 아커만, 발렌시아가를 비롯해 가톨릭 신자들의 미사보(미사 때 머리에 쓰는 얇은 베일)를 차용한 레이스 소재의 헤드피스, 여기에 빅토리안 드레스를 매치한 시몬 로샤와 리처드 퀸의 룩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신성한 느낌을 준다. 물론 이를 동시대적으로 재해석 하고자 한 노력도 엿볼 수 있었다. 성서의 한 장면을 모자이크 프린트한 프린과 먼 미래에서 온 수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 파코라반이 대표적인 예다.

강렬한 진홍색에 주홍빛이 살짝 감도는, 1990년대 발렌티노의 시그너처 레드가 다시금 전성기를 맞이했다. 빨강이라는 강렬한 접점을 가졌으나 그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프렌치 도트 프린트가 가미된 빅토리안 드레스를 선보인 로다테, 스팽글 소재로 글래머러스함을 극대화한 보테가 베네타, 몸에 꼭 맞는 드레이핑 드레스에 팬타부츠를 매치한 컨셉추얼 룩으로 눈길을 끈 발렌시아가 등 올 시즌 레드 드레스를 즐길 방법은 무척이나 다채로울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