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자 미상, <Lucy in the Field with Flowers>, Oil on canvas.
이런 특이한 개념의 미술관을 설립한 취지가 무엇인가? 좋은 예술 대신 나쁜 예술을 전시하길 택한 이유가 있다면? 나쁜 예술은 재미있는 동시에 심오하지 않아 진입장벽이 낮다. 심지어 가격마저 합리적인데,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꽃밭의 루시〉를 본 지인들은 우리에게 이상하고 흥미로운 그림들을 기부하기 시작했다. 컬렉션이 점점 많아져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나쁜 예술과 관련된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모바를 설립할 이유는 충분했다. 흥미로운 경험을 공유하고 나쁜 예술을 기리기 위해서 말이다. 아티스트는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도달한다. 하지만 나쁜 예술의 경우 화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왜곡되곤 한다. 왜곡된 메시지는 호기심을 일으키고 전통적인 순수 예술이 그러하듯 관객 간의 대화를 유도한다. 결국 예술이 좋든 나쁘든 작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은 똑같이 생기기 마련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저 소통을 유발하는 매개체가 좋은 작품이 아닌 나쁜 예술작품일 뿐이다.
컬렉션의 작품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수집하는가? 작품을 선정하는 모바만의 기준이 있나? 개관 초반에는 공공 쓰레기장에서 찾아낸 작품들이 주가 되었다. 창고 세일이나 자선 행사를 통해 작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이후 모바가 점점 유명해지자 세계 곳곳의 작가들이 미술품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의 기준에 부합한 작품은 얼마 되지 않았다. 비록 모바가 나쁜 예술을 다루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 예술이나 수집하여 전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작품을 선택하는 우리만의 까다로운 기준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작품만의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창성이 없다면 예술은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작품에 얽힌 재미있는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 지역 신문에 모바에 대한 글과 함께 〈꽃밭의 루시〉가 소개된 적이 있다. 그 다음 날, 수전 롤러(Susan Lawlor)라는 독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는데 그림 속의 여인이 바로 자신의 할머니라는 거였다. 수전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슬픔에 빠진 이모에게 할머니의 초상화를 선물하기 위해 화가를 고용했고, 그의 손을 통해 〈꽃밭의 루시〉가 탄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처음 그림을 봤을 때 그와 사촌들은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놀랐지만 정작 이모는 이를 마음에 들어하며 수년간 벽에 걸었다고 한다. 그는 그림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또한 들려줬는데, 옷의 색을 루시가 좋아하던 파란색으로 정하게 되자 하늘은 어쩔 수 없이 이상한 노란빛을 띠게 되었다고. 지금의 모바를 있게 해준 의미 있는 그림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기억으로 추억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 예술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 결과물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작업물이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작품을 모바에게 제출한다면 우리는 당신의 예술품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기념할 것이며, 그곳에서 보석을 발견해내고 많은 사람이 이를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는 예술가가 실패할 권리를 보장하고 그들의 실패를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