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찍고 싶어서 요 며칠 하루에 한 끼만 먹었어요. 그것도 반 공기씩요. 제가 평소에 먹는 걸 참 좋아하거든요. 참느라 힘들었어요. 아까는 진짜 영혼이 휙 탈출하는 줄 알았어요.
결과물을 보니 고생해서 몸을 만든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찍는 대로 다 잘 나오는 모델은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컷들이 많아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저도 원래 이런 스타일 좋아해요. 힙하면서도 자유로운. 그래서 오늘 유독 즐거웠어요..
체크 수트는 Chancechance. 워커는 Dr. Martens.셔츠, 넥타이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난 2월 2일에 새 디지털 싱글 ‘안녕’을 발매했죠?
작곡가 정키님이 만들어준 곡이에요. 원래 그분의 곡을 좋아했어요. 양다일 선배님이 피처링한 ‘잊혀지다’ 같은 곡요. 이번에 함께하게 돼서 기뻐요.
‘안녕’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맨 마지막 구절요. 그때 비로소 마음이 편해집니다. 노래를 부르면서 계속 감정을 표현하고 일종의 연기를 하는 거잖아요. 노래가 끝날 때 긴장이 탁 풀리면서 무언가 내려놓게 되는 것 같아요. 팬들도 항상 맨 마지막 “잘 지내 이젠 정말 안녕” 부분에서 소리를 질러주시고요.
지금껏 수도 없이 무대 위에 섰는데, 여전히 노래할 때 긴장돼요?
특히 첫 소절 들어갈 때 가장 긴장해요. 고음도 부담되지만 사실 그건 연습으로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감정을 잘 잡고 그걸 지켜가는 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체크 수트는 Chancechance. 워커는 Dr. Martens.셔츠, 넥타이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직 어리기도 하고, 연애 경험이 그렇게 풍부하진 않을 텐데 어디서 그런 감정이 나와요?
꼭 연애를 통해서 얻은 감정이라기보다는 살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 덕분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나름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게 다 노래에 표현되더라고요. 제가 ‘나이 들면서’(웃음)라고 말하긴 좀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성격이 변해가는 것도 있고요. 같은 노래도 예전엔 더 울면서 불렀다면 요즘엔 담담해졌죠.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종종 지하철을 탄다는 게 참 인상 깊었어요. 그때의 초심은 구체적으로 어떤 마음이었나요?
연습생 생활을 하는 동안 아침마다 기타를 메고 선릉역으로 출근했거든요. 그걸 4년 동안 했어요. 누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회사 분들한테 잘 보이려고 하루도 안 빠졌죠. 그런데도 결국엔 데뷔도 못 하고 잘 안 됐잖아요. 그때 생각을 한 번씩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롱 슬리브 스웨터는 Trunk Project. 데님 쇼츠는 Sewing Boundaries.
모르겠어요. 가수가 돼서 돈을 벌고 싶었던 것도 인기를 얻고 싶었던 것도 아니에요. 그냥 어느 순간부터 당연하게 하고 있었어요. 이게 좋았거든요. 슈퍼스타가 되고 싶단 생각은 없었지만 그냥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의심한 적 없어요. 제가 실력이 부족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점점 나아질 거란 것도 알고 있었거든요.
실제로도 김재환의 성장을 지켜보고 응원하다가 입덕한 팬들이 많죠?
사실 데뷔 전엔, 완성형 가수로 딱 대중 앞에 나오고 싶은 욕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까 성장형, 노력형이라는 수식이 붙게 되었잖아요. 그게 저의 진실이었던 거죠. 사실 성장형이라는 말이 아직은 미흡하다는 뜻일 수도 있잖아요. 물론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긴 하지만요. 지금은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을 해요. 그렇기 때문에 더 노력하는 것 같아요. 한번 더 나를 채찍질하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돼요.
기타를 메고 선릉역으로 출근 도장을 찍던 때가 몇 살이었죠?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즈음이었어요.
니트 베스트, 체크 팬츠는 모두 Neil Barrett. 반지, 팔찌는 모두 John Hardy.
그때의 김재환을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어요?
연습을 더 하라는 말은 못할 것 같아요. 그럼 걔가 죽을 것 같아요.(웃음) 그냥 많이 놀라고 할 것 같아요. 근데 이왕 놀 거면 음악하는 친구들이랑 어울리라고 할래요. 그땐 늘 혼자 연습하다 보니까 좀처럼 실력이 늘지를 않았거든요. 주변에 잘하는 사람이 있어야 좋은 영향을 받잖아요. 저는 그걸 대학교 실용음악학과에 입학하고 나서야 실감했어요. 미리 알면 더 좋잖아요.
나중에 사랑받는 가수가 될 테니까 마음 편하게 먹으란 덕담을 할 줄 알았는데, 결국엔 미리 더 열심히 하잔 얘기네요?(웃음)
수트, 패턴 셔츠는 모두 Wooyoungmi. 스니커즈는 Converse.
유튜브 ‘째니타임즈’를 보면 무대 아래서도 흥과 에너지가 넘치던데요.
맞아요. 전 집에서도 혼자 ‘누나’ 안무 추고 그래요.
스태프들이 익숙한 듯 신경도 안 쓰고 제 할 일을 하는 풍경이 재미있더라고요. 평소에도 그래요?
원래는 다들 웃는데 제가 하지 말라 그랬어요. 연출인 거죠. 보는 분들의 재미를 위해서. 저는 그 채널 보시는 분들이 많이 웃으셨으면 좋겠어요. 개그 욕심이 좀 있거든요. 버려야 하는데….
패턴 반팔 셔츠, 컬러 배색 셔츠, 쇼츠, 스카프, 브로치는 모두 Prada. 하이톱 스니커즈는 Rekken.
‘귀여운 능청’이 본인의 매력 포인트라는 것에 동의하나요?
근데 저는 그 능청을 잘 안 쓰려고 하거든요.
너무 능청스러우면 안 귀엽잖아요. 요새는 제가 대중에게 비쳐지는 모습이 어떤지, 호감인지 아닌지 좋은지 나쁜지 한번씩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작년에는 가이 세바스찬의 창법에 빠져 있었다고 들었는데 요즘엔 어때요? 새로이 연구 중인 뮤지션이 있나요?
요즘엔 알 켈리를 많이 들어요. 예전에 프로듀서 분이 알앤비에 발을 들이려면 일단 알 켈리는 공부해야 된다고 하셨던 게 기억나서요. 최근엔 해리 스타일스가 솔로로 나왔잖아요. 무대 보면서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해리 스타일스도 원디렉션이라는 보이밴드의 메인 보컬이었잖아요. 홀로서기 후엔 자기 음악을 하고 있고요. 여러모로 겹치는 점이 있네요?
맞아요. 저도 예전에 데미언 라이스나 김광석 선배님을 팠었거든요. 해리 스타일스가 기타 한대 가지고 나와서 포크송을 부르는 걸 보고 나도 저런 음악을 시도해봐도 괜찮겠다 싶더라고요.
셔츠는 Sewing Boundaries. 수트는 Maxxij. 스니커즈는 Nike.
의외로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아이돌이 많더라고요. 본인은 어때요?
제가 본 건 아니지만 예전에 어떤 방송 프로그램에 제 사주풀이가 나왔는데요. 제 이름을 걸고 사업을 하면 잘될 팔자래요. 그런데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더라고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전 돈을 벌기 위해서 이걸 시작한 게 아니에요. 그냥 계속 실력을 키우고 싶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으면 제 분위기나 목소리도 달라지겠죠? 저는 그게 너무 궁금해요. 내일의 제 모습요. 제가 백발이 돼서 기타 치고 노래하는 모습도 기대되는 걸요.
일단 운동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몸만 건강하다면 자신 있거든요. 일편단심! 해바라기!
평소에 엄청난 축구 마니아라죠. 가수 김재환을 축구선수에 비유하자면 누구와 가까울까요? 순간 판단력이 좋은 반 다이크? 앞으로의 포텐이 더 기대되는 음바페? 아니면 근성이 좋은 캉테?
그렇다면 캉테? 아, 아니다. 선수 중에 그라운드에서 제일 오랫동안 뛰다가 은퇴한 사람이 누구죠? 저는 그 선수 할래요. 사실은 영원히 은퇴하고 싶진 않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