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생리 일주일 전만 되면 남자친구를 의심하게 된다. 그의 작은 행동 하나 하나가 전부 의심스럽고, 서운하고, 원망스럽고 그렇다. 툭하면 ‘그래서, 나랑 헤어지고 싶어?’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살고, ‘그래서, 나 없으면 살 수 있을 거 같아?’라고 답정너처럼 애정을 확인하려는 멘트를 한다. 남친으로부터 ‘그 질문 그만 좀 해. 지겨워!’라는 말까지 듣지만 이 애정결핍증은 도무지 멈추지가 않는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1주일이 지나고, 깨닫게 된다. ‘아, 그래서 내가 그랬구나.’ 생리 일주일 전, 늘 나의 애정 전선은 흐림 상태다.” -이주희(29세, 마케터)
“갑자기 햄버거가 당겨서 맘스터치에 들어가 싸이버거를 주문했다. 그런데 버거를 받아들고 보니, 양상추가 너무 크게 들어있는 거다. 사실, 싸이버거에는 늘 양상추가 통째로 들어있었는데 그날따라 그 커다란 양상추가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점원에게 가서 ‘아니, 양상추를 이런 식으로 크게 넣으면 어떡해요? 이렇게 크게 넣으면 어떻게 먹으라는 거냐고요!’라고 미친듯이 따졌다. 한바탕 진상을 부리고 집에 왔는데, 기분이 찝찝했다. 도대체 그깟 양상추 때문에 왜 그렇게 화가 난 건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생리 직전이었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 생리 직전에는 웬만하면 PMS 완화 약을 먹는다.” -박인영(30세, 애널리스트)
“며칠 전, 남자친구가 출근할 때 연락을 하지 않았다. 늘 출근 길에 전화나 카톡을 하는 그였는데, 아무 연락이 없는 거다. 순간, ‘애정이 식은 건가?’라는 불안감이 솟구쳤다. 그래서 그에게 당장 전화를 걸어 득달같이 화를 냈다. ‘지금 나 까먹은 거야? 헤어지고 싶은 거니?’ 등등등. 바빴다는 그의 말도, 한번쯤 안할 수도 있지 왜 그러냐는 그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헤어지고 싶은 게 분명한 거라고 생각했고, 하루 종일 실연당한 사람처럼 우울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갑자기 마음이 차분해지며 남자친구를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사르르 아파오는 복통. 결국 생리 때문이었다.” -하지영(34세, 기자)
“절친 Y에게 전화를 걸어 한 시간 내내 울다가 웃다가 난리를 친다. ‘우울해서 정말 미칠 거 같아. 나 왜 이렇게 우울한 지 모르겠어. 나 진짜 미친 거 같아’하다가 막 울고, 30초 후에 ‘야, 근데 그거 너무 웃기지 않냐?’이러면서 막 웃다가 또 우울해져서 울고. 정말이지 감정의 널뛰기 신공을 발휘하며, 매달 나는 그렇게 친구를 괴롭혔다. 친구야 미안하다. 나 생리했다.” -윤민아(30세, 연구원)
“단 게 미친듯이 당겨서 아이스 바닐라 라떼에 초코 쿠키, 케이크 3종 세트를 흡입한다. 초콜릿을 대량 구매해와서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까먹는다. ‘오늘 나 건드는 놈 초상날이다’ 잔뜩 날카로워진 채로. 생리 때만 되면 스머프에 나오는 가가멜의 고양이 이즈라엘처럼 변하는 나, 비정상인가?”-곽도연(28세, PD)
“생리 2주 전만 되면 팀원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1분만 지각해도 화가 머리 끝까지 나고, 조금만 실수하는 모습을 봐도 고레고레 소리를 지르고 싶어진다. 세상 최악의 꼰대처럼 구는 나… . 한달의 절반은 나도 싫은 내 모습으로 살아가니, 나도 괴롭지만, 후배들에게 정말 미안할 뿐.” -박윤서(35세, 개발자)
“매달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다. 난 데 없이 ‘죽고 싶다,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 심지어 구체적으로 죽을 계획을 세우기까지 하는데, 그러다가 생리 주기 어플을 열어 보면, 생리 이틀 전. 그러다가 생리가 시작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기분이 나아진다. 아무래도 이러다가 정말 죽는 건 아닌지 두렵다.” -노영은(33세,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