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의 심플함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산 놈을 끓는 물이나 뜨거운 김 오르는 찜통에 넣어 쪄서 먹거나 고추장물 속에 담가 탕으로 먹거나 간장 양념에 푹 절여 먹거나. 참 단순한 요리법으로도 이토록 맛있는 꽃게. | 가을,박찬일,꽃게,제철재료

사람이란 게 참 용해서 머리를 잘 쓴다. 꽃게를 운반하는 데 톱밥을 쓸 줄이야. 게가 톱밥의 거친 나무 부스러기를 설마 자신이 놀던 모래바닥으로 알고 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게를 ‘살려서’ 운반하고 있으니 나름대로 효용이 있는 셈이다.봄 암게, 가을 수게라고 한다. 봄에는 알(실은 생식소다. 알은 게 몸 밖에 포도넝쿨처럼 열리는데, 이때는 금어기라 잡을 수 없다.)이 몸에 차서 인기다. 게장 담그기에도 좋고, 쪄 먹어도 그만이다. 그렇지만 나는 가을 수게가 좋다. 살이 제대로 올라 찜을 해 먹기 좋은 까닭이다. 게찜, 아아 게찜.우리 어머니는 서울 살았는데 꽃게철이 오면 한 보따리씩 사서 찜을 해주셨다. 요즘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중림동시장이다. 일종의 도깨비 시장이어서 새벽에 잠깐 열리고는 없어진다. 약현성당 앞에서 한국경제 가는 길이다. 그냥 길바닥, 노상에 장이 서는 것이다. 이 시장은 값이 싸기로 유명하고 특히 수산물이 꽤 좋았다고 한다. 가난한 밥집에서 주로 나와서 장을 봤다. 우리 어머니도 밥집을 했고, 그렇게 들른 장에서 꽃게를 망째 사 오셨을 것이다. 새끼들 자는 새벽, 장에 들렀다가 밤이 되어야 귀가하면서 그 꽃게를 들고 오셨다. 우리 집은 경상도 내륙 쪽 피라 꽃게가 뭔지 몰랐으리라. 꽃게는 서해안을 중심으로 잡히는 어종이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밥집을 하면서 이것저것 수산물을 요리하게 되었고, 꽃게도 그중 하나가 되었다. 값이 싸고, 맛도 좋았다.왜 그때는 꽃게가 그리 쌌을까. 아닌 게 아니라 어획량의 변화만으로 그걸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때는 지금처럼 홈쇼핑에서도 간장게장을 팔고(김수미 씨도 이걸로 돈 좀 벌었고), 온갖 한식당 메뉴에 다 들어가 있던 시절이 아니었던 것이다. 꽃게는 서해안에서나 먹는 지역 어종에 가까웠다. 서울사람들도 먹긴 했지만 아는 사람들이나 먹는 것이었다. 어떤 이는 꽃게의 소비 확산을 어획 방법의 발전으로 보기도 한다. 꽃게 잡는 기술이 진보했다는 얘기다. 어쨌든 내가 기억하는 꽃게 값은 알 밴 암게가 1킬로그램에 6천원이다. 노량진수산시장에 가서 직접 샀다. 대략 20년 전의 일이다. 물가 상승을 감안해도 꽃게 값은 참 많이 올랐다. 주꾸미, 대하, 새조개, 전어, 산오징어가 전국에서 동시개봉하는 국민 계절 음식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산지에서나 알음알음으로 먹던 음식이 전국화된 건 결국 값이 오를 불쏘시개였다.꽃게를 요리하는 건 참 단순하다. 복잡한 걸로는 꽃게감정이라는 궁중요리 비슷한 게 있기는 하다. 살을 다 발라내어 양념이랑 섞어 지지는 요리인 모양인데, 손 많이 간다고 꼭 맛있는 것도 아니다. 게는 그저 게답게 요리해야 맛이 좋다는 게 내 지론이다. 게란 놈은 상당히 영리하다.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칠게나 농게, 도둑게 같은 걸 잡아보라. 어지간해선 게가 당신을 놀린다. 빠르고 머리도 좋다. 그런 녀석을 우리가 잡았다 하면 요리하는 건 꽤 터프하다. 아주 작살을 내버린다. 우선 강제 수장(水葬)이다. 게를 잡아서 찔 때 먼저 민물에 넣어 죽이는 일이다. 이건 그래도 게에 대한 예의가 있다. 아예 산 놈을 펄펄 끓는 물에 넣거나 뜨거운 김 오르는 찜통에 확 넣어버린다.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게장이 쏟아지지 말라고 뒤집어 넣는다. 이런 걸 ‘요령’이라고 우리는 배운다. 게의 피는 무색투명해서 사람에게서 동정이나 혐오를 사기 어렵다. 게는 좀 하등해서 불편해 하지 않는 것이랄까. 허나 앞서 게 머리가 좋다는 걸 상기하기 바란다. 게를 잡는 법도 예의가 없다. 다른 고기는 미끼를 달아 형식을 갖춘 낚시를 하거나 하다못해 가짜 미끼라도 늘어뜨려 몸을 채가는데, 꽃게는 그냥 그물로 가둬버린다. 둥둥 떠다니는 게를 발로 걸어 넘어뜨리듯이 그물로 걸어올린다. 이봐요, 인간들. 하다못해 뭐 미끼라도 줘가면서 유혹하는 건 없는 거요? 냅다 이렇게 맨입으로 꽁꽁 묶어 가깁니까.수장시켜 푹 쪄낸 꽃게. 그 이름 꽃게도 익혔을 때 빨개서 꽃 같다고 붙인, 꽃게 처지에서 결코 흔쾌하지 않을 이름이다. 요리랄 것도 없이, 그저 뼈를 벗기고 살을 발라서 먹는다. 쪽, 쪼옥. 마지막 한 점까지.신사동 꽃게탕 골목에 가면, 거기서 거기인 집들이 호객꾼을 내세워 사람들을 앉힌다. 꽃게탕을 시키면 산 꽃게 몇 마리를 넣어 불을 지피는데, 기어나오려는 꽃게를 아주 압살하듯 뚜껑을 꾹 누른다. 게는 몇 번 버둥거리다가 고추장물을 뒤집어쓰게 마련이다. 동료인 낙지란 놈은 더러 즉석 쇼의 메인 코너 주인공이 된다. 시중 드는 아낙들은 낙지를 집게로 잡아 펄펄 끓는 고추장물 속에 담갔다 꺼냈다 하면서 샤워사를 시킨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낙지의 몸부림을 더 실감나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사람이 참 먹는 일에 이처럼 요란할 것이 무언가 싶다. 수장으로 치면 간장은 또 어떤가. 요리 선생님들이 간장게장을 담그면서 잊지 않는 말이 있다. “꽃게는 꼭 산 걸로 넣으셔야 합니다. 죽은 게는 못 써요.” 싱싱한 건 좋은데, 끓여서 식힌 짭짤한 간장 양념 물에 몸을 담가야 하는 꽃게의 처지란 것도 참 심란하다. 그렇게 만든 간장게장은 ‘프로’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쪽 동네만 가면 왜 그리 생색 심하고 비싼지 모르겠다. 쪄서 먹을 때도 그렇다. 이렇게 그로테스크한 모양의 고기를 산 채로 뜯는 건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수장시켜 푹 쪄낸 꽃게. 그 이름 꽃게도 실은 익혔을 때 빨개서 꽃 같다고 붙인, 작명의 근원을 알면 꽃게 처지에서 결코 흔쾌하지 않을 이름이다. 요리랄 것도 없이, 그저 뼈를 벗기고 살을 발라서 먹는다. 쪽, 쪼옥. 마지막 한 점까지 빨아낸다. 그리하여 수북한 뼈만 남는데, 사람들은 그걸 껍질이라고 한다. 글쎄 말이오, 껍질이 뭡니까. 명색이 그게 원래는 뼈였다는 거 아니오. 껍질이라니. 그런 건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시에서 말하듯 가짜나 엉터리를 의미하는 법인데. 우리 뼈는 겨우 껍질밖에 안 되는 것인가요. 실은 꽃게의 껍질은 진화 과정에서 뼈가 몸 밖의 껍질로 변한 것이다. 갑각류의 진화다. 왜 그들은 뼈를 밖으로 내밀었을까. 무엇을 막기 위해 중장갑을 했을까. 그래 봐야 사람들은 그 장갑을 뚫고 뼈도 없는 부드러운 속살을 파 먹는다. 그리고는 휙 버린다. 걸음은 또 어떤가. 옆으로 걷는다고 놀림감이 된다. 옆으로 걸어도 빠르기만 하면 그만이지. 사람이 꽃게 걸음 따라잡기 쉬운 게 아니다. 꽃게는 아니지만, 참게의 길을 생각한다. 몇 해 전에 연천에서 오랫동안 민물고기를 잡아온 어부를 만났다. 그가 해준 참게 얘기는 오래도록 인상에 남았다. 참게가 산란철이 되거나 이주하기 위해 이동하는데, 꼭 가는 길이 있더라는 것이다. 아무 길이나 가지 않고 선대가 닦아놓은 길을 기억했다가 꼭 그 ‘트랙’을 따라서 이동하더라는 것이다. 맨 앞에는 노련한 대장이 서서 그 길을 인도하는데, 제법 눈물 겨운 종의 이동이라고 했다. 꽃게로 스파게티를 만들어 파는 게 한동안 강남 일대 레스토랑의 유행이었다. 다들 자기가 개발했다고 하는데, 실은 이탈리아에 있는 메뉴다. 게란 어디든 있게 마련이고, 그걸로 파스타를 안 할 리 없다. 속을 파고 그걸 버터에 올리브유에 버무려서 화이트 와인 넣고 조려 소스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속을 파야 하는 게의 숫자다. 예를 들어 그날 게가 2백 마리 들어왔다면(어획량에 따라 값이 무지 싼 날이 있는데, 그러면 식당 주인들은 요리사들이 죽든 말든 왕창 사들여 주방에 그 무더기를 던져넣고는 놀러 나간다), 살아 있을 때 손질을 해야 하므로 그날은 밤을 새워야 한다는 뜻이다. 게를 삶아 살을 발라내고, 그것도 푸른 조명을 비추어 혹시라도 있을 빤짝이는 진주, 아니 게 껍질 부스러기를 골라내야 한다. 그리고는 1인분씩 ‘포션’해서 냉장하거나 냉동하는 일이다. 삶은 물은 졸여서 육수를 만들고 게 껍데기는 장식용으로 쓸 수 있게 잘 씻어서 냉동해두는 일도 해야 한다. 게가 쌀 때는 이걸로 돈 좀 번 사람들이 있다. 게가 비싸서 그런지 요새는 참 보기 힘든 메뉴가 됐다. 더러 있다고 해도 맛이 없다. 1킬로그램에 두 마리, 세 마리짜리 큰 ‘다마’가 별로 없고, 있어도 여간 비싸지 않으니까. 꽃게의 절정판은 목포 초원식당이다. 게를 발라본 사람은 알지만, 이게 제법 큰 놈도 살을 짜내면 먹을 게 없다. 그런데 이 집 꽃게비빔밥을 시키면 허옇고 반투명한 꽃게살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아주머니, 이게 진짜 다 꽃게살입니까. 혹시 정체 모를 바다 생명체나 도룡뇽 알 같은 거 아니에요? 농담이다. 그렇게 양이 많다. 맵고 단 고춧가루 양념에 무쳐서 나오는데, 뜨거운 밥에 얹어서 먹는 걸 권한다. 그래야 고춧가루의 뜨거움과 밥의 온도가 만나서 입안에서 불을 지른다. 꽃게의 폭발이다. 이 집은 사근사근한 맛도 없지만, 그래도 다시 가고 싶다. 아주 먹다가 끝장을 보랑께, 이런 태도다. 아, 좋다. 저 전투성. 꽃게를 제대로 대접하는 남도의 손 큰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