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는 게 빠르겠다? 강남 치폴레에 줄 선 사람들
정국의 ‘치콜레’부터 강남 오픈런까지, 치폴레가 한국에서 주목받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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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사 전공자가 만든 작은 식당,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기까지.
- 식중독 사태로 위기를 맞았던 치폴레는 어떻게 다시 일어섰을까?
- 쿠차라·타코벨이 자리 잡은 한국, 치폴레의 등장으로 달라질 풍경.
2026년 9월 2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 미국 패스트 캐주얼 브랜드 치폴레의 아시아 1호점이 문을 열었다. 96석 규모에 오픈 키친 구조로 설계돼 재료 손질부터 조리 과정까지 고객이 눈앞에서 지켜볼 수 있으며, 부리토 및 보울 메뉴의 가격은 12,800원부터 시작한다. 한국 치폴레는 SPC그룹 계열 빅바이트컴퍼니와 치폴레 본사가 세운 합작법인 'S&C레스토랑홀딩스'가 운영을 맡으며, 치폴레가 해외 진출을 위해 합작법인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라리 미국 가는 게 빠르겠다? 아시아 1호점을 향한 열기
오픈 당일 정오 개점 전부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고, 매장은 영업시간을 결국 연장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또한, 미국인 인플루언서 아담 노박은 매장 앞에서 "미국 가는 게 빠르겠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오픈런 열기를 이해하려면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2022년 '방탄TV' 영상에서 정국이 치폴레를 "치콜레"로 잘못 발음한 것이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자, 치폴레 공식 트위터는 계정명을 '치콜레'로 바꾸었다. 또한 미국 아미 7000명을 대상으로 무료 보울(Free bowl)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스타의 사소한 발음 실수에서 시작된 팬덤의 파급력을 마케팅으로 활용했다.
치폴레, 본토에서는 어떤 역사를 가진 브랜드인가
창업 비하인드. 치폴레의 창업자 스티브 엘스(Steve Ells)는 원래 미술사를 전공했다가 미국 최고 요리학교인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졸업하고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그의 진짜 꿈은 고급 레스토랑을 여는 것이었는데, 그럴 자금이 없어 우선 자금을 모으기 위해 1993년 자신의 모교인 덴버대학교 앞에 작은 멕시칸 식당을 열었다. 이게 바로 치폴레 1호점이다. 즉 부업으로 시작한 가게가 본업이 됐다는 스토리가 배경에 있다.
뉴요커들의 하루 한 끼. 뉴욕은 유독 치폴레 밀도가 높은 도시로 유명하다. 한 블록에 여러 개의 매장이 있을 정도로 촘촘하게 깔려 있는데다, 바쁜 직장인들이나 학생들에게는 10~15달러 안팎으로 커스터마이징된 한 끼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가성비 좋은 현지식 한 끼로 꼽히며 필수 코스처럼 회자된다.
위기와 재도약. 이 브랜드는 항생제와 호르몬 없는 육류, 유기농 재료 사용 등을 앞세운 'Food With Integrity' 철학으로 정크푸드 이미지의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다만 2015~2016년 여러 매장에서 잇따른 대장균(E. coli)·노로바이러스 식중독 사태가 터지면서 주가가 반토막 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 사건은 이후 치폴레가 위생·품질 관리를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이런 미국 내 위상이 이번 한국 상륙의 화제성을 뒷받침했다면, 실제 안착 여부는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에 달려 있다.
국내 멕시칸 푸드 시장, 경쟁 구도는 어떻게 짜이나
설립 9년차를 맞이한 '쿠차라'는 신선함과 커스터마이징을 앞세우는 패스트 캐주얼 멕시칸 브랜드다. 쿠차라는 치폴레와 가장 유사한 컨셉으로 꼽히는 국내 브랜드로, 카운터에서 베이스와 프로틴, 토핑을 골라 담는 커스터마이징 방식이 치폴레와 거의 동일해 업계에서는 두 브랜드를 직접적인 비교 대상으로 본다. 2026년 상반기 BTS의 정규 5집 'ARIRANG' 컴백을 기념해 하이브가 주최한 도시 프로젝트 'BTS THE CITY ARIRANG SEOUL'에 F&B 협업 브랜드로 참여했다. 한국식 양념갈비와 볶은 김치를 활용한 퓨전 메뉴 '더 시티 김치 갈비 부리또'는 멕시칸에 K-푸드 요소를 접목했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타코벨'은 2014년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을 시작으로 국내에 진출한 브랜드로, 타코·부리토·퀘사디아·나초 등으로 패스트푸드점으로서의 인지도를 쌓았다. 한동안 매장 수는 정체돼 있었지만 최근 KFC코리아가 얌 브랜드(Yum! Brands)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국내 개발권과 운영권을 확보하면서 5년 내 직영점 40개 확장이라는 공격적 목표를 내건 바 있다. 또한 밤 8시 이후 주류 전 품목을 1+1로 제공하는 '애프터 아워' 프로모션으로 주류 매출을 2배 이상 끌어올리는 등 저녁 시간대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이렇게 여러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일 수 있는 배경에는 실제 수요 증가가 있다. 배달의민족 집계에 따르면 2026년 8월 16일부터 31일까지 멕시칸 푸드 주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2.6% 증가했다. 치폴레의 오픈런 열기가 일회성 화제몰이가 아니라, 이미 커지고 있던 멕시칸 푸드 수요 위에 올라탄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배달 주문 데이터가 매장 방문 수요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멕시칸 푸드에 대한 관심이 특정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고 카테고리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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