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붐! 패션계가 화려한 볼륨을 높인 이유는?
조용한 럭셔리의 시대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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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M BOOM
2025 F/W 시즌, 1980년대의 자유롭고도 화려한 ‘붐붐’ 리듬 속으로!







한동안 패션계는 속삭임으로 가득했다. 절제된 미니멀리즘과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가 메가 트렌드로 자리하며 지난 몇 시즌을 풍미한 것. 허나 올가을, 패션계는 더 이상 속삭이지 않는다. 이번 시즌 런웨이는 볼륨을 높인 음악처럼 현란하고 시퀸처럼 번쩍이며 자신을 드러내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이러한 흐름에 완벽한 이름이 붙었으니, 바로 ‘붐붐(Boom Boom)’이다.
‘붐붐’은 갑자기 등장한 신조어는 아니다. ‘놈코어(Normcore)’와 ‘바이브 시프트(Vibe Shift)’ 트렌드를 제시하며 공신력을 높여온 미국의 트렌드 예측가 션 모나한(Sean Monahan)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또 하나의 트렌드 키워드가 바로 붐붐이었다. 뉴욕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의 전설적인 클럽 ‘붐붐룸(Boom Boom Room, 황금빛 인테리어가 특징)’에서 이름을 가져온 이 키워드는 탐욕적이며 에너지가 넘치는, 즉 ‘자신의 부와 능력을 드러내기 위한 화려한 패턴과 컬러, 벌키한 실루엣의 스타일’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모나한은 “약간 야릇하게 들리지만 말하기엔 재밌다”고 평한다. 한 매체는 이 현상을 ‘도금된, 탐욕적인, 새로운 미학’이라 설명하며, 1980년대의 파워 수트와 글램 문화가 다시 소환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패션계는 왜 1980년대를 다시 주목한 것일까?
돌이켜보면 1980년대는 불안과 화려함이 공존한 혼돈의 시대였다. 1979년 이란혁명,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오일 쇼크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세계 경제가 흔들렸다. 그러나 사람들은 오히려 독창적이고 개성 넘치는 패션을 즐겼다. 포스트 모더니즘이 부상하면서 기존의 틀을 거부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집단이 형성된 것이다. 또한 여성들이 남성적인 파워 숄더 재킷을 착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여성들의 본격적인 사회 진출 시기와 맞물려 높아진 여성의 권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함께 유행한 시퀸 드레싱과 큼지막한 귀고리 등은 불확실한 시대에서도 삶의 무대를 향유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기도. 디스코와 펑크, 뉴웨이브, 초기 힙합이 교차하며 클럽 문화의 열기를 만들었고 마돈나, 프린스, 마이클 잭슨 같은 전설적인 아이콘이 그 불꽃을 증폭시켰다. 음악과 영상이 결합된 MTV(Music Television)의 개국은 새로운 미디어 시대를 열었으며 패션계는 황금기를 맞이했다. 오늘날의 붐붐은 바로 그 시절의 문화적 현상을 현대로 불러낸 개념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미중 무역 갈등과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긴장,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글로벌 뉴스와 각종 SNS가 만들어내는 피로감까지. 불안은 개인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고, 대중은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해줄 무언가를 갈망하게 되었다. 이에 부응하듯 패션계 또한 과시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조용한 럭셔리는 뒤로한 채 가장 풍요롭고 눈부셨던 1980년대를 소환한 것이다.







이를 가장 명징하게 보여준 하우스는 바로 생 로랑. 브랜드의 시그너처 컬러를 녹여낸 파워 숄더 룩은 1980년대로 이끌었고, 당대 파리에서 유행했던 리본 디테일은 허리 아래로 묶어 벨트처럼 연출하거나 애니멀 패턴 원단에 실리콘 코팅을 더해 우아함을 불어넣었다.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고별 무대였던 베르사체 쇼는 관능적 에너지를 과시했다. 화려한 패턴과 몸매를 드러낸 과감한 실루엣, 과장된 어깨, 조명에 반짝이는 메탈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은 마치 나만 보라는 듯 당당했다. 그렇다면 맥시멀리스트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발렌티노는 어떠한 방식으로 붐붐을 표현했을까? 공적이고도 사적인 공간인 공중화장실을 베뉴로 삼은 이번 쇼는 “개인의 정체성을 어떻게 드러내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풍성한 퍼 재킷에 프릴 블라우스와 V넥 베스트를 레이어링하거나, 파이톤 패턴 미니 드레스에 퍼 칼라를 가미한 룩은 붐붐 트렌드의 핵심인 ‘보여주는 즐거움’을 완벽하게 드러낸다. 한편 이자벨 마랑은 글리터 드레스 위에 가죽 아우터를 매치해 클럽의 열기와 도시의 리듬을 표현했고, 1980년대 절제된 파워 수트로 혁신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었던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유혹을 주제로 한 컬렉션으로 당시의 분위기를 되살린 수트 룩을 선보이기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갑작스러운 부재 속에 공개된 구찌 쇼는 레이스 슬립 톱과 시퀸 펜슬 스커트, 오버사이즈 니트와 볼드한 액세서리를 겹겹이 쌓아 올리며 1980년대 드레싱을 재현했다. 반면 미우미우는 마돈나를 연상시키는 콘브라를 니트웨어 안에 착용하거나 큼직한 브로치와 퍼 스톨을 둘러 과시적인 욕망을 시각화했으며, 프라다는 파자마 셔츠와 봉제선을 드러낸 디테일, 빈티지 가죽 액세서리를 통해 편안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제안했다.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다수의 패션 하우스가 붐붐 트렌드에 동조하며 새로운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결국 붐붐은 단순한 복고의 귀환이 아니라 현시대를 반영한 결과다. 여피족이 과거 자신의 능력과 지위를 패션으로 과시했던 것처럼, 오늘날의 패션은 불안한 현실일수록 오히려 더 대담하게 자신을 드러내라고 부추긴다. 과장된 어깨, 반짝이는 시퀸, 풍성한 퍼 장식은 현실의 문제를 잠시나마 잊게 만드는 방패이자 자신의 존재를 밝혀주는 조명과도 같을 것. 불안 속에서 화려함이 태어난 1980년대처럼, 오늘날의 패션계는 다시 한 번 과시의 볼륨을 높이고 있다.
Credit
- 사진/ Launchmetrics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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