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사진가 김용호가 조명한 거장들과 구찌의 시선
구찌가 사진가 김용호와 함께 한국적 정체성을 세계에 알린 국내 예술가들을 조명한 전시 <두 개의 이야기>를 ‘파운드리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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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작고한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 모습을 찍은 인물 역시 김용호 작가다. 당시 선생은 테스트용 사진을 보고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했다며 찬사를 전했다고. ‘형식은 본질의 표면이지만, 진실은 보이는 것 너머에 있다’고 믿는 김용호 작가에겐 최고의 칭찬이었을 것이다. 김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딥틱(diptych)’이라는 기법을 통해 인물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했다. 그는 작품 ‘사유’에서 김수자가 지긋이 내려다보는 얼굴 옆에 수중에서 위를 올려다 찍은 연잎을 배치했고, ‘비룡승운’에선 묵직한 시선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박찬욱 옆에 용의 탈을 쓴 남자를 등장시켰다. 안은미와 매화(작품 ‘도망치는 미친 년’), 조성진과 바위(‘빛나는 청춘’)에서도 새롭게 접근한 딥틱 기법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의 문화적 토양과 배경에서 성장한 세계적 아티스트들이기에 인물을 표현하되 한국적 맥락을 녹여내고 싶었다”고 말한 김용호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각 명사의 어떤 울림에 집중했을까? 지난 10월 11일, 서울 잠원동 사무실에서 그를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딥틱을 생각해 낸 이유가 특별히 있나?
얼굴 사진은 굉장한 이야기, 하나의 역사성을 간직하고 있다. 게다가 피사체가 보통 인물들이 아니지 않나. 이미 얼굴에 인생의 흔적과 철학이 다 나타난다고 본다. 이 스토리를 좀 더 포괄적으로 강조해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두 장의 사진을 두는 딥틱이라면 주제가 좀 더 분명해지고 이야기가 풍성해지겠다 싶었다.
한 사람에 대한 주제, 더구나 이미지로 표현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관점이 필요한 작업이다. 가령 김수자 선생은 단순한 아티스트가 아니다. 이주, 정체성, 피난, 문화, 종교적 충돌 또는 만남, 삶과 죽음을 둘러싼 경계에 관해 끊임없이 사유하는 자다. 내게 선생은 철학자 혹은 구도자로 다가온다. 그래서 ‘사유’라는 타이틀을 짓고 종교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 깨달음의 경지, 다른 세상으로의 초월을 상징하는 연잎을 골랐다.
안은미와 매화, 조성진과 바위는 어떤 의미인가?
안은미 선생은 사회의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 속에서도 늘 새로운 무대를 보여주는 분이다. 그의 선구자적 정신과 고고함을 매화로 표현해봤다. 조성진의 경우에는 언제 봐도 소년 같은 이미지지만 연주에 바치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기량은 어떤 대가 못지않다. 그 모습이 시간의 흐름, 자연현상을 견뎌내며 결국 독특한 형상을 만들어낸 바위와 흡사하다고 느꼈다.
세 인물과 달리 박찬욱 감독은 자연이 아닌 용과 짝을 지었다.
영화감독에게 신화적 존재인 용 같은 리더십과 카리스마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박 감독은 예전에도 몇 번 촬영하며 느꼈지만 말이 없는 편이다. 이런 부류는 마음의 에너지가 굉장하지 않을까. 분노든 열정이든. 박 감독이 ‘복수 3부작’을 낼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생각했고, 이걸 용으로 표현해봤다.
인물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을 것 같다.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분들이지만 이번에 키워드를 찾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 책을 읽고, 화집을 보고, 사전 대담도 하고. 개인적 서사와 철학을 이해하고 제 나름의 관점을 만들면서 대상을 떠올렸다.
촬영하면서 네 인물에게 어떤 공통점을 발견했나?
경지에 오른 이들은 가식이 없다. 카메라 앞에서 숨길 것, 꾸밀 것 없는 평정심을 보여준다. 수도승 같다고 해야 하나. 장르는 다르지만 모두 자신이 갈 길만 끊임없이 매진하는 사람들이다. 구도자와 다르지 않다.
이번에도 다른 시도가 있었나?
박 감독이 사진을 좋아해 그의 소장품으로 카메라를 찍으려 했는데 낡은 수첩이 하나 있더라. 열어보니 무슨 난수표처럼 박 감독 본인만 알 수 있는 글이 가득했다. 70~80장이나 되는 걸 한 프레임에 담았는데, 거장 감독의 속내를 깊숙이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었다. 김수자 선생도 손만 찍으려던 건 아닌데 보는 순간 작업 노동의 응집이 대단한 정신력으로 느껴져 마음을 바꿨다.
이런 새로운 시선은 어떻게 생겨날 수 있는지?
이거다, 저거다 정답은 없다. 일단 해보는 거다. 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경상도말로 ‘천지 삐까리’다. 엄청나게 많다는 뜻이다. 조사하고 연구하고 스케치하면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또 현장에 가서 더 나은 게 있으면 바꿔보는 거다. 새로운 작업에 또 다른 자양분이 된다. 고민만 하는 건 아무것도 안 하는 거다. 일단 찍어라.
Credit
- 글 김미강
- 인터뷰 이도은
- 사진 구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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