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처음으로 오페라 극장에서 열린 샤넬 오트 쿠튀르

샤넬이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노래한 패션 오페라.

프로필 by 황인애 2024.07.26
나폴레옹 3세 치하의 제2제정 시대에는 파리를 유럽에서 가장 현대적인 도시로 만들고자 ‘파리 개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수많은 건축 사업을 벌였다. 그 대표작 중 하나가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 1860년, 오페라 극장 건축을 위한 디자인전에서 1백71명의 경쟁자를 뚫고 35세의 무명 건축가 샤를 가르니에가 당선된다. 가르니에는 어느 하나의 건축양식에 구애받지 않고 고전에서 바로크까지 다양한 건축양식을 혼합해 극강의 화려함으로 치장한 오페라 극장을 완공했다. 나폴레옹 3세의 황후가 “이것은 대체 무슨 양식입니까?”라고 물었을때, “나폴레옹 3세 양식입니다”라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오페라 대로에서 존재감이 가장 큰 오페라 가르니에는 마치 여왕처럼 군림한다. 건물 외관은 온통 화려한 조각으로 장식되었는데, 정면에서 오른쪽 끝에 자리한 카르포의 작품 <춤>이 가장 유명하다. 당시 나체의 남녀 군상이 너무 선정적이라 여겨져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작품.(현재 장식된 것은 복제품이고 원작은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내부 장식은 외부보다 더욱 호화롭다. 천장까지 뚫려 있는 홀과 그 중앙에 걸쳐 있는 큰 계단이 최대 볼거리다. 프랑스 각지에서 모아 온 색색의 대리석을 사치스럽게 조합했다. 이 계단을 올르면 당시 최고의 사교장이었던 대연회장 ‘그랑 푸아예’가 있으며, 신바로크 양식의 치밀한 장식을 감상할 수 있다. 무대는 길이 25m, 폭 50m로 한 번에 4백50명이 춤출 수 있을 만큼 넓고, 천장에 그려진 샤갈의 대작 <꿈의 꽃다발>이 펼쳐져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2024/25 F/W Haute Couture

2024/25 F/W Haute Couture

2024/25 F/W Haute Couture

2024/25 F/W Haute Couture

과감한 대비를 이루는 오프닝 룩.

과감한 대비를 이루는 오프닝 룩.

플라운스 디테일의 페플럼 드레스.

플라운스 디테일의 페플럼 드레스.

2024/25 F/W 오트 쿠튀르의 클로징 룩.

2024/25 F/W 오트 쿠튀르의 클로징 룩.

지난 6월 말, 이 역사적인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열린 샤넬 2024/25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패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가 구상했다. 브랜드 창립 이후 패션과 하우스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오페라 가르니에를 테마로 했다. 모든 것에 압도되며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공연과 우아함의 중심지로서 이번 샤넬 런웨이 쇼의 장소로 선정된 것. 세련되고 고급스러우면서도 극적인 요소를 갖춘 이번 컬렉션은 강당을 둘러싼 외부 복도에서 공개되었는데, 복도는 쇼를 위해 레드 벨벳으로 감싼 오페라 박스로 변신했다. 더불어 익숙한 랜드마크를 변형시켜 오페라 가르니에서의 경험을 새롭게 재해석했다. 무대 디자인은 프랑스의 감독 크리스토프 오노레가 맡았다.
쇼 타임 내내 오트 쿠튀르와 오페라의 세계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것을 목도할 수 있었다. 깃털, 태슬, 카보숑, 꽃 자수, 고급스러운 브레이드 장식, 래커 저지, 부드러운 트위드, 실키한 벨벳, 일루전 튤, 태피터, 뒤셰스 새틴 등 화려한 소재들이 서로 뒤엉키며 마치 섬세한 선율을 노래하는 듯했다. 비치는 소재의 가벼운 부피감과 퍼프 슬리브, 플리츠 플라운스가 돋보이는 가운데, 풍성한 자수로 하우스의 코드에 로맨틱한 감성을 불어넣었다. 화이트 새틴으로 트리밍하고 버건디 트위드로 재해석한 박스 플리츠 장식의 샤넬 수트, 블랙 코듀로이 턱시도와 자수 플래스트런으로 장식한 화이트 블라우스, 롱 퀼로트를 매치한 블랙 수트와 블랙 깃털 장식으로 어깨를 감싼 몸에 꼭 맞는 쇼트 재킷이 롱 코트, 풍성한 케이프, 이브닝드레스 사이로 춤추며 현대적으로 해석한 무대 전통과 화려한 장식에 대한 조예를 보여주었다.
쿠튀르적인 디테일.

쿠튀르적인 디테일.

런웨이로 변한 오페라 가르니에 계단.

런웨이로 변한 오페라 가르니에 계단.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오트 쿠튀르 룩.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오트 쿠튀르 룩.

오페라의 세계와 어우러졌다.

오페라의 세계와 어우러졌다.

또한 매트하거나 글로시하거나 래커를 입힌 텍스처로 빛을 적재적소에 활용했으며 블랙, 골드, 실버, 아이보리, 푸크시아, 페일 핑크, 청자색으로 드라마틱한 화려함을 더했다.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관객은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며, 감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이곳은 무용을 위한 장소 아니던가. 샤넬은 2023년부터 파리국립오페라단, 2021년부터 파리오페라발레단, 2018년부터 댄스 시즌 오프닝 갈라의 후원사로 활동하며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아방가르드 발레의 역사와 연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하우스의 탄생 자체가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결된 샤넬은 1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를 증명해온 것. 가브리엘 샤넬이 혁신적인 의상을 디자인했던 발레 <르 트랑 블루(Le Train Blue, 1924)>와 <아폴론 뮤자게트(Apollon Musagète, 1928)>를 연상시키는 튀튀, 피에로 의상과 디바, 공주, 신부를 위한 드레스 등이 그 예다. 이로써 2024/25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의상이 공간을 지배하면서 동시에 장식하는 세계로 보는 이를 끌어들었다. 더불어 샤넬 오트 쿠튀르 아틀리에의 기술 노하우, 탁월한 기술과 감수성의 집약을 감상해보시길.
쇼에 참석한 나오미 캠벨.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 프렌치 시크의 아이콘, 캐롤린 드 메그레.

Credit

  • 사진/ © Chanel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