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부쉐론의 '콰트로' 20주년, 그 중요한 이정표를 기념하며

때로는 말보다 하나의 물체가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부쉐론의 철학이 응축된 콰트로 링. 20주년을 맞이한 이 링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여정을 되짚어본다.

프로필 by 서동범 2024.07.04
(위부터) 그로그랭 모티프, 다이아몬드 라인, 클루 드 파리, 더블 고드롱

(위부터) 그로그랭 모티프, 다이아몬드 라인, 클루 드 파리, 더블 고드롱

Chapter 1
‘아이콘은 정지된 존재가 아니라 과정이다.’
콰트로 링. 이 반지의 작은 곡선 하나도 의미 없이 만들어진 부분이 없다. 부쉐론을 이루는 4가지 밴드에는 부쉐론 메종의 상징이 담겨 있다. 맨 아래 자리한 더블 고드롱은 1860년대 메종의 작품에 처음 등장했다. 부쉐론은 언제나 건축에서 디자인의 영감을 얻었는데 기둥에 새겨진 세로 홈 장식을 연상시키는 더블 고드롱도 마찬가지다. 두 개의 링이 합쳐진 형태는 두 존재를 하나로 묶어주는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기도 한다.
콰트로의 두 번째 모티프는 클루 드 파리다. 링에 광채를 더하는 수많은 파셋이 파리, 특히 방돔 광장에서 볼 수 있는 자갈길을 연상시킨다. 1893년, 프레데릭 부쉐론은 방돔 광장에 부티크를 오픈하며 방돔 광장 최초의 컨템퍼러리 주얼러가 되었다.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광장의 26번지, 부쉐론의 고향이다. 1911년, 부쉐론의 디자인 레퍼토리에 처음 소개된 클루 드 파리 코드는 메종의 역사적인 장소에 대한 경의를 담고 있다.
세 번째는 다이아몬드 라인으로 1892년부터 부쉐론이 사용해온 위대한 클래식 주얼리 코드다. 부쉐론 주얼러의 노하우를 담아 탁월한 스톤을 선택하고, 또 이를 섬세한 미러 세팅으로 완성한 다이아몬드 라인은 콰트로 링의 화려함과 영원함을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그로그랭 모티프가 콰트로 링을 완성한다. 그로그랭은 리본을 만드는 데 자주 사용되는 실크 패브릭을 의미한다. 이 코드는 1860년대부터 부쉐론 아카이브에 등장했으며, 그 유래는 포목상이었던 프레데릭 부쉐론의 아버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로그랭 코드는 고급 패브릭처럼 유연하고 섬세한 주얼리를 제작하는 메종의 쿠튀르 헤리티지를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콰트로 링은 순간적 영감이 아닌 메종의 역사적 맥락을 담고 있다.

Chapter 2
‘아이콘은 변화와 혁신의 원동력이다.’
주얼리는 자연과 시간이 만들어낸 보석을 인간의 손을 거쳐 얼마나 창의적으로 가공하냐에 따라 각자만의 특징을 가지게 된다. 콰트로 링은 4개의 밴드가 결합하여 하나의 반지를 이루는데, 서로 다른 성질의 밴드를 결합하는 과정에는 부쉐론만의 기술이 담겨 있다. 합금의 초기 구성부터 4개의 밴드를 최종적으로 조립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은 나노 밀리미터 단위로 정확하게 수행된다. 아주 미세하게라도 일치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때문. 접착이나 납땜 없이 압력만을 사용하여 4개의 밴드를 수공으로 조립하며, 마지막에 들리는 부드러운 ‘딸깍’ 소리로 제품이 완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콰트로 컬렉션은 전통적인 주얼리 제작 기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이를 보완하는 기술을 활용한다. 콰트로 링 제작 과정 중, 인간의 손으로 완성할 수 없는 정밀한 작업에는 디지털 제어 기계를 사용한다. 한 예로, 링 밴드의 내부와 외부 형태를 만들기 위해 골드를 조각하는 터닝 단계에서는 정교한 디지털 제어 기계가 이용된다. 시간과 자연, 사람과 기계 이 모든 것이 마치 콰트로 링의 결합처럼 완전하게 일치될 때 완벽한 결과물이 탄생하는 것이다.

‘콰트로 진’ 링. ‘푸이상스 콰트로’ 링.
Chapter 3
‘아이콘은 인류의 창의성과 열망을 대변하는 무언가다.’
파리 방돔 광장의 터줏대감과도 같은 부쉐론은 현재 두 명의 여성이 이끌어가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CEO인 엘렌 풀리-뒤켄, 부쉐론의 혁신적인 디자인 언어를 완성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 이들은 때로는 철학자처럼, 때로는 환경운동가처럼, 때로는 과학자처럼 주얼리에 접근한다.
부쉐론은 매년 컬렉션에 참신한 소재를 도입하여 ‘귀중함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한다. 2020년, 메종은 데님 소재를 활용한 콰트로 진 링을 선보였다. 데님과 화이트 골드, 다이아몬드라는 이질적이고도 낯선 소재의 조합으로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반지를 만들어낸 것. 이러한 색다른 도전을 계속해나갈 수 있는 건 부쉐론 R&D 부서의 공이 크다. 그들은 하이주얼리 분야와 전혀 공통점이 없는 파트너를 찾아나선다. 일례로 2021년, 메종은 1665년에 설립된 프랑스의 유리 부품 제작회사인 생 고뱅(Saint-Gobain)과 협력하여 홀로그래픽 코팅을 주얼리에 적용했다. 그렇게 탄생한 콰트로 올로그라피크 링은 안전하게 클래식한 디자인의 길을 가지 않고 아방가르드한 제품으로 새로움을 추구한 부쉐론다운 선택이었다.
이어서 2022년, 클레어 슈완은 콰트로 아이콘에 코팔리트Ⓡ(CofalitⓇ) 소재를 사용하여 귀중함의 가치에 다시 의문을 제기했다. 독특한 유리화 공정을 통해 산업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하여 얻은 코팔리트Ⓡ는 가장 마지막까지 재활용된 물질로 ‘최종 소재’로 불린다. 콰트로 코팔리트Ⓡ 링 역시 수개월간의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탄생됐다. 극강의 귀중함과 폐기물 사이의 긴장감은 끊임없이 한계를 뛰어넘고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주얼리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메종의 목표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2023년에는 전통을 깬 푸이상스 콰트로 링으로 콰트로 컬렉션의 컬러 팔레트를 변화시켰다. 콰트로 링의 4개 라인을 골드보다 8배 가벼운 소재인 레진과 알루미늄으로 재해석해 완전히 ‘색’ 다른 콰트로 링을 선보였다. 각 알루미늄 층은 매우 섬세하여 세팅 과정 도중에는 수정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부쉐론은 혁신의 주얼러답게 이를 기술력으로 극복했다.
“콰트로의 디자인은 아이코닉하며, 본질을 희석하지 않으면서 끝없이 재해석될 수 있습니다.” 엘렌 풀리-뒤켄의 말처럼 콰트로 링은 언제나 부쉐론, 그리고 인류의 창의력을 실험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아이콘이다.

콰트로 링이 왜 아이콘이 되었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던 성수동 팝업 부티크.

콰트로 링이 왜 아이콘이 되었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던 성수동 팝업 부티크.

QUATRE MILESTONE
콰트로 20주년, 그 중요한 이정표를 기념하며 특별한 팝업 부티크가 열렸다.

아이콘은 정지된 존재가 아니고 역사와 진화를 기록하는 과정이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는 콰트로 역시 여전히 하나의 유기체처럼 현재와 과거를 투과하며 미래를 그려내는 과정 중에 있다. 2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이정표를 기념하기 위해 부쉐론은 특별한 팝업 부티크를 4개의 도시에 순차적으로 열고 있다. 부쉐론의 고향인 파리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 성수동에서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9일까지 20주년 기념 팝업 부티크가 열렸다. 이어 8월에는 상하이, 10월에는 도쿄에 팝업 부티크를 오픈할 예정이다.
이번 팝업 부티크에서는 콰트로 컬렉션 파인 주얼리 제품을 비롯하여 부쉐론의 기술력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콰트로 캡슐 컬렉션, 콰트로 탄생 20주년을 기념하여 진귀한 소재로 재탄생한 콰트로 하이주얼리 컬렉션까지, 지금껏 콰트로가 펼쳐놓은 세계관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콰트로를 주얼리가 아닌 타투 스티커로 경험해볼 수 있는 타투 바를 팝업 부티크 내부에 마련해 시대의 디자인 아이콘인 콰트로를 기념했다.
한편, 5월 30일에는 배우 한소희, NCT 마크,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 배우 이호정, 가수 우원재, 모델 홍태준이 각자만의 콰트로 스타일링으로 성장하고 팝업 부티크 오픈 파티에 참석했다. 보다 더 젊어진 콰트로의 미래를 보여주는 셀럽들은 팝업 부티크 지하에 마련된 클럽 콰트로에서 콰트로 탄생 20주년 축하 파티를 즐겼다.

Credit

  • 글/ 김민정(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 Boucheron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