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낸 골딘, 사라짐에 저항하는 사람
삶은 끝없는 투쟁. 예술은 사라짐에 대한 저항. 예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이 순진무구한 질문에 대한 예술가이자 사회운동가이자 생존자 낸 골딘의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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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낸 골딘은 이 시대의 위대한 예술가이며 사회활동가다. 2017년 골딘은 의사에게 처방받은 약물 오피오이드에 부지불식 중독되었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는 통증 완화를 위해 복용을 시작하지만 중독성이 강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미국에서만 20여 년간 65만 명 이상이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골딘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단체 P.A.I.N(처방 중독 즉각 개입)을 설립한 뒤 마약성 진통제를 판매하며 남용을 유도한 제약사 퍼듀 파마와의 투쟁에 들어갔다. 퍼듀를 소유한 유력 가문 새클러도 표적이 된다. 생전 유명한 미술애호가로 알려진 아서 새클러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던 메트로폴리탄, 구겐하임, 루브르 같은 유명 기관에서 새클러라는 이름을 지울 것을, 같은 공간에 작품이 영구소장되어 있는 예술가이자 운동가 골딘이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전단지를 뿌리고 약병을 던지고 바닥에 눕고 큰 소리로 외친 P.A.I.N 덕에 4년 만에 메트로폴리탄을 비롯한 유수의 기관에서 새클러의 이름을 지울 수 있었다. 퍼듀는 파산했고 유죄도 인정되었다. 그 어떤 정치가나 사법기관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다.
가장 유명한 작품 <Nan one month after being battered>는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한 후 회복 중인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골딘은 사진 덕분에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 필름 값을 벌기 위해 스트리퍼로 일하고, 갤러리로 작품을 운반하기 위해 택시 기사에게 ‘블로우잡’을 하고 때론 사창가까지 흘러가기도 했지만 골딘은 끝까지 삶을 놓지 않았고 사라짐에 저항했다.
혹자는 예술가 골딘의 생애와 사회운동가 골딘의 P.A.I.N 업적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연출이 마치 전기영화와 르포영화를 얼기설기 이어 붙인 모양이라고 지적하지만 나는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며 골딘의 일기장은 그 자체로 예술사의 한 조각이라고 믿기에 이 영화를 지지하는 쪽이다. 2022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Credit
- 사진/ 찬란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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