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송혜교의 여러 얼굴, 익숙함과 낯섦 사이

비가 쏟아지는 초여름 어느 날, 사직동에 자리한 오래된 주택에서 소녀에서 여인까지,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이의 말간 얼굴을 오롯이 드러낸다. 잔잔하게 때론 강렬하게 스며드는 송혜교라는 우주. 여기 그녀의 새로운 얼굴이 있다.

프로필 by 서동범 2024.05.28
Part 2. 지금의 송혜교를 해석하는 다섯 가지 키워드.
시퀸 드레스는 Rabanne × Luisaviaroma.

입체적으로 완성한 톱, 스커트는 Pinkong.

프린트 티셔츠, 벨트 형태의 스커트는 Diesel.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턱시도 재킷, 오버사이즈 보 타이는 Kimhēkim. 사이하이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플로럴 패턴의 코르셋 드레스는 Mark Gong.

시퀸 장식 드레스는 Rabanne × Luisaviaroma.

별거 아닌 행복
요즘 제 걱정은 촬영 중인 영화 <검은 수녀들>의 어려운 장면들을 앞두고 ‘내가 이 신을 잘 끝낼 수 있을까?’ 정도 같달까요. 그리고 이건 당연히 해야 하는, 건강한 고민이죠. 그걸 빼면 저는 요즘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그냥 별일 없이, 대단히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소소하게 살고 있는 지금이 딱 좋아요. 매일매일 큰 사건사고 없이 하루가 조용히 지나가는 것에 감사해요. 저에겐 그게 행복이에요. 행복이 별게 아니잖아요.

페이턴트 가죽 소재의 하이넥 톱, 스커트, 레깅스는 모두 Alaïa. 펌프스는 Gianvito Rossi.

톱, 스커트는 Pinkong.

약간의 거리감
저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 가까우면 어느 순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그럴 때 가장 실수를 많이 하죠.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마음을 터놓는 소중한 몇몇 친구들과도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제가 그렇게 행동하면 상대방도 그걸 존중해주죠. 저는 약간의 거리감이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고 믿어요.

웨이스트 코트, 팬츠는 Blumarine.

홀터넥 톱, 트랙 팬츠는 Diesel. ‘비 마이 러브’ 후프 귀고리, 핑크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비 마이 러브’ 팔찌, 레이어드한 ‘리앙 에비당스’ 팔찌는 모두 Chaumet.

반려견 루비
처음엔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주저했어요. 과연 나 혼자서 온전히 이 강아지를 책임질 수 있을지 자문했죠. 특히 제가 일을 하러 나가면 루비가 집에 혼자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고민이 컸는데 다행히 옆에서 루비를 함께 돌봐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루비를 제 삶에 받아들이고 난 뒤 오히려 제가 얻은 게 너무 많아요. 루비와 살면서 정서적으로 훨씬 건강해졌고 지금도 큰 에너지를 얻고 있죠. 루비는 제가 벌려놓은 약간의 거리감을 훌쩍 뛰어넘어 제 일상 안으로 들어온 아주 예외적인 존재이고 그건 앞으로도 유일할 거예요.

Credit

  • 사진/ 박종하
  • 헤어/ 손혜진
  • 메이크업/ 조은정
  • 네일/ 이서하
  • 스타일리스트/ 김현경, 윤은주
  • 세트 스타일리스트/ 권도형(Ondoh)
  • 어시스턴트/ 정민호
  • 장소협조/ 건축가 김중업의 사직동 주택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