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흥미진진한 예술 커뮤니티들 part.1

현대 미술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미학적 비전을 추구하는 갤러리, 창조적인 대화가 샘솟는 커뮤니티, 미술 전문 콘텐츠를 생산하는 채널이 생겨나고 있다.

프로필 by 안서경 2024.05.08
BYOA Project
서초동의 국제전자센터 3층, 각종 전자제품 매장 사이 둥지를 튼 BYOA 프로젝트는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뭔가 예술적인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는” 아트 살롱이다. 회사원인 고준환, 영상감독인 윤성준, 공통적으로는 아트 컬렉터인 두 사람은 2022년 베니스비엔날레의 예술감독인 세실리아 알레마니가 2009년 뉴욕에서 기획한 그룹전 «Bring Your Own Art»를 프로젝트명으로 빌려왔다. 회화와 조각을 비롯해 아날로그 TV와 턴테이블, 피겨와 만화책 등이 구식 장식장을 빼곡히 채운 이곳의 인테리어는 이베이와 당근마켓 거래 그리고 멤버들의 소장품으로 완성했다. “수집품을 중심으로 하는 이유는 모든 것이 클라우드화되는 시대잖아요. 물건이 지닌 물성과 그 물건과 함께한 시간까지 가상의 공간에서 부유하고 휘발되는데 이곳에서만큼은 그 촉감과 무게를 감각하고 싶어서요.” 멤버들의 수집품을 맡아 전시하고 그로부터 생성된 창조적 연결을 통해 두 사람이 기획하는 프로그램은 그 면면이 무척 흥미롭다. 스탠리 큐브릭의 블랙 코미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와 폭력의 모호성을 다룬 회화 작가 미리엄 칸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기도 하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황금기였던 1980~1990년대 작품을 일별하며 오타쿠 시절을 추억한다. 또 겸재 정선부터 장욱진, 김구림, 양혜규 작가의 예술 세계를 훑어보며 음양오행 이론과 미술을 엮어낸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새로운 예술 향유의 방법론을 제안하는 유토피아적 장소가 될지도 모르겠다.
@byoaproject

Soft Corner
소프트 코너는 아트 토이 컬렉터였던 고기환이 2019년 설립한 스타트업 회사로 아트 토이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전시 형태로 풀어내는 희소가치 높은 갤러리다. “‘soft corner’, ‘soft spot’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유 없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것’이라는 뜻이에요. 거창하고 숭고하지 않아도 그냥 좋은 존재가 있잖아요. 저에겐 일본 유학 시절에 접해 빠져들게 된 아트 토이가 그랬거든요. 언젠가 아트 토이를 제작하는 작가들의 드로잉, 회화, 그래피티 등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난해부터 소프트 코너에서는 일본의 저명한 갤러리 타깃의 소속 작가들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개인전을 연달아 열고 있다. “허무주의를 익살스러운 캐릭터로 표현하는 준 오손, 전 세계 유명 상업 공간에서 벽화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MHAK, 이제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나이젤 그라프 등의 개인전을 선보였어요. 앞으로도 근사한 라인업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간 소프트 코너라는 공간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고기환이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해 구축한 참신한 수익 구조다. 일례로 지난 3월 그는 소프트 코너가 자리한 압구정로의 건물 1층에 후쿠오카 대표 로컬 카페 노커피의 서울 지점을 오픈했다. 카페의 한쪽 벽을 후디부터 핀배지까지 다양한 굿즈로 가득 채운 것이 갤러리가 낸 카페다웠다. “의류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은 창업자 사토 신스케는 여전히 10평도 되지 않는 작은 공간 하나만 유지하면서 노커피를 다양한 브랜드, 아티스트와 흥미로운 협업을 선보이는 컬처 브랜드로 키워냈어요. 그의 갤러리나 카페, 어떤 공간에 관한 협소한 시각에 의문을 던지는 행보에 많은 자극을 받아요. 노커피 서울도 지켜봐주세요.”
@softcorner.art

Credit

  • 글/ 안동선
  • 사진/ 이현준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