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커뮤터코어가 뭔가요?
디자이너들이 회사로 컴백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걸맞는 의상을 제안하면서 커뮤터코어(Commuter-Core, 출퇴근 코어) 룩이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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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젠지세대가 이끄는 트렌드 중 하나로 (숨가쁘게 좋아했다가 또 다음으로 넘어가는) 또다른 ‘~코어 룩’을 조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사람들은 틱톡을 통해 이 같은 스타일을 ‘커뮤터코어’라고 명명했다! 이는 쏟아질 듯한 가방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을 포함한다. 블레이저 안에 후디, 넉넉한 배기 팬츠에 스니커즈, 혹은 버튼다운 오버사이즈 셔츠를 입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깔린 기조는 대략 이렇다. “나는 오늘 한껏 꾸몄지만 이동하는 동안 땀을 흘리거나 뭔가를 쏟아도 괜찮아. 사무실에 그대로 가더라도 별로 신경 안 써.”
아주 약간 차려입은 듯 보이는 커뮤터코어 룩은 모든 코어 룩이 그렇듯 현재 패션계의 판타지가 되었다. 사실 젊은 친구들에게 오피스 룩은 익숙지 않다. 만약 지난 4년 안에 커리어를 시작했다면, 아마 재택을 오래 했을 테니깐. 하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이 다시 사무실로 컴백하고 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 디자이너들은 다시금 찾아온 정신없는 삶을 위해 옷 입기 방식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짐을 많이 넣을 수 있고, 긴 출퇴근 시간을 고려한 편안한 의상을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옛 오피스 룩으로 반드시 돌아가야 하는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새로운 옷장의 재창조를 고민하고 있다.
1940년대 아메리칸 스포츠웨어를 대중화시킨 클레어 매카델(Claire McCardell)로 시작해 30년 후 앤 클라인으로 이어진 오피스 룩 옷장은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의 개인적 스타일을 포용하도록 일종의 지위를 부여했다. 그 후에 등장한 것이 도나 카란과 노마 카말리다. 도나 카란이 선보인 일명 ‘7가지 이지 피스’는 여성들의 일상적 옷장에 스타일리시함을 부여했고, 노마 카말리는 어깨 패드와 몸을 덜 조이는 저지, 패러슈트, 면 소재 등을 제안함으로써 여성들을 전형적인 출근 복장에서 벗어나게 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초, ‘파워 드레싱’이란 표현은 벨트가 달린 블레이저와 타이트한 펜슬 스커트 등 남성복에서 차용한 불편한 여성용 의상이 등장하면서 대두되었다.














우리 엄마는 1970~80년대 시카고에서 검사로 일했다. 사실 그녀는 집과 사무실, 그리고 법원 사이를 움직일 때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통화로 엄마에게 출근복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그녀는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건조하게 물었다. “뭐?” 당시 엄마는 고개를 숙이고 일에만 매진했다. 주위 남성들이 그녀가 캘리포니아 애비뉴 26번가에 있는 쿡 카운티 형사 법원 건물에서 몸을 갈아 일하는 두 명의 여성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게끔 애쓰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한 가지 타협할 수 없는 것은 있었다고 한다. “스니커즈는 안 돼.” 수트와 스니커즈에 대해 엄마가 이토록 본능적인 반응을 보였던 건 1988년의 클래식한 영화 <워킹 걸>에 출연한 멜라니 그리피스의 캐릭터 테스 맥길에 의해 상징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테스가 책상에서 화이트 스니커즈를 구두로 갈아 신을 때, 남성 동료들에게 지속적인 희롱을 당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때 그 룩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쿨하다고 받아들여진다. 당시엔 스니커즈를 신더라도, 바꿔 신을 신발을 반드시 챙겨 사무실에 출근해야 했다. 그때만 해도 일하는 공간에서 무엇이 허용되고 또 어떻게 입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관한 개념이 부족했다. 특히 남성복을 입는 것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존재로 보이게 할 것이라는 잘못된 개념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룩이 갑갑한 가부장제의 숨통을 완화하는가 하는 관점에서 보자면 (지금과 마찬가지로) 별반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영화 <워킹 걸>이나 <베이비 붐(1987, 다이앤 키튼이 J.C. 와이엇이라는 이름의 컨설턴트로 출연했다)>과 같은 영화는 여성들에게 옷을 입는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내며 출근 룩을 제안했다. 다이앤 키튼의 스커트수트와 버튼 셔츠는 보다 전통적인 반면, 멜라니 그리피스가 선보였던 허리를 조인다거나 어깨를 노출시키는 오프숄더 룩은 특정 감정을 유발시키기보다는 좀 더 페미니스트적인 면모를 갖고 있었다. 그리피스는 영화에서 배짱 좋게 말한다. “일할 수 있는 머리가 있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몸도 가지고 있어. 뭐 잘못된 거 있나?”
2024 S/S 런웨이에서 루아르의 라울 로페즈, 제인 웨이드, 레이첼 코메이, 필립 림, 그리고 다니엘라 칼메이어와 같은 뉴욕 디자이너들은 보다 접근하기 편하고, 숨 쉬기 좋으며, 체제전복적인 의상으로 출근하는 여성들의 옷장을 새롭게 제안했다. 먼저 웨이드는 확 짧아진 미니스커트와 해체된 셔츠 등 자신의 컬렉션을 ‘출퇴근용’이라 명명했다. “이번 콘셉트은 제 실제 경험을 토대로 했습니다. 제 스타일이 자주 동떨어져 있다고 느꼈고, 그러면서 회사 문화에 적응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좀 더 실용적인 노선을 탄 디자이너들도 있다. 다니엘라 칼메이어는 “이번 디자인 방향성은 여성들이 곧잘 분위기를 바꿔야 하고,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소화해야 하는 다면적인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출퇴근을 생각할 때 신발을 바꿀 필요가 없으면서, 팬츠가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하고 한편으론 편안할 수 있을지, 또는 노트북과 서류, 운동복을 넣은 백이 저녁 식사 시간에도 어떻게 하면 스타일리시하고 우아해 보일 수 있을지를 상상했어요.”라고 말한다.




이렇듯 많은 디자이너들은 현재 여성들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보다 섬세한 이해도를 가지고 의상을 만들고 있고, 절제된 감성이나 생동감뿐만 아니라 캐주얼함과 편안함을 동일하게 다루고 있다. 우리와 함께 움직이고 현재 우리의 삶에 적합한 의상의 이러한 추세는 가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보테가 베네타의 2024년 F/W 컬렉션에서 블라지는 ‘일상을 극대화’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그는 바삭거리는 질감의 아우터, 드레이핑된 톱과 드레스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매일의 일상에서 아름다운 뭔가를 만드는’ 컬렉션을 소개했다. 커뮤터코어 룩이 드레스업하는 것을 즐겨보자는 열망에서 비롯된 개념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것은 우리의 복잡한 삶, 현실에 대한 반영이며 혼돈의 일상을 함께 받아들이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결국은 어떻게 하면 자신을 더 잘 눈에 띄게 만들지, 나아가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할지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Credit
- 글/ Brooke Bobb
- 번역/ 이민경
- 사진/ Nycpap,Backgrid, Getty Images, Ignat, Bauer-Griffin,Gc Images,Getty Images, Daniel Zuchnik/Getty Images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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