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목해야 할 전시 리스트
관심이라는 원인, 관종이라는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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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능수능란한 관종»은 전시 포스터부터 획기적이다. 전시에 참여하는 23팀 작가를 각각의 브랜드로 상정하고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한 로고를 빼곡히 담아 만든 것이다. 동시대 미술에 나타나는 여러 층위의 ‘관종’을 살펴보는 것을 통해 관종(관심+종자)이라는 현상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에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조망하는 전시답다. 작가뿐 아니라 비평가, 큐레이터, 연구자 등 국내외 23팀이 참여하여 회화, 조각, 사진 등 다종다양한 매체의 작품 1백36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그 통렬한 주제만큼 자아의 본질적 가치와 삶의 방식에 대한 실질적인 고찰을 끌어낸다. 신민, 이강혁, 이목하 등 동시대 작가부터아트테이너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조영남, ‘개념미술의 선구자’ 피에로 만초니, 내면과 자연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실천했던 아나 멘디에타 등 계통 없이 뒤섞인 참여 작가 리스트부터 흥미가 샘솟는다. 7월 7일까지.
박민하, <타임 패러독스>, 2024, 싱글 채널 비디오, 16mm film+2K,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17분, 스틸 컷.
스티브 비숍, <스탠다드 발라드>, 2015, 싱글 채널 비디오, 5분 10초, 스틸 컷. Image © Steve Bishop 2024, courtesy the artist and Carlos/Ishikawa, London
오늘날 문화·사회·정치 전반에서 좋았던 시절을 거듭 회고하는 경향은 일반적이다. 일민미술관의 «포에버리즘: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는 그리움이 현실을 지배하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대가 된 오늘을 ‘영원주의(Foreverism)’라는 개념으로 돌아본다. 문화비평가 그래프톤 태너에 따르면 영원주의는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고 거기에서 영감을 얻는 것에서 나아가 무엇도 종결되지 않는 듯한 상태가 지속되는 현대사회의 특성을 반영한다. 전시에 참여한 정연두, 박민하, 송세진, 홍진훤 등 국내외 작가 12팀은 본인들의 성장 과정에서 영향을 받은 인터넷 네트워크의 과열, 이미지의 과다 등을 시각화하고 혼합해 과거의 역사를 다시 쓰고, 지금 현실 너머의 사유를 통해 영원주의의 양상을 탐색한다. 새로운 ‘역사 쓰기’로 독자적인 출구를 모색할 수 있을까. 6월 23일까지.
<Ttéia 1,B>, 2000, 황금색 나일론 실, 손톱, 조명.
<But I fly>, 2001, 싱글 채널 비디오, 3분 25초.
리지아 파페 개인전 전경. © Projeto Lygia Pape. Photo © White Cube (Jeon Byung Cheol)
브라질 현대미술의 선구자, 리지아 파페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이 화이트큐브에서 열리고 있다. 파페는 구상미술에 치우쳐 있던 브라질 모더니즘의 관습을 거부하고 1930년대 이래 국제적으로 인기를 얻은 구체미술(콘크리트 아트)의 영향 아래 활동했다.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초에는 동료들과 함께 관찰된 실재에 얽매이지 않는 기하학적 추상을 추구한 신(新)구체주의 운동을 주창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 사후 20주기를 맞아 작품 활동 초기 드로잉부터 조각과 후기의 설치작품까지 지난 50여 년의 작품 활동을 집약해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파페의 생애 후반기에 완성된 <테이아(Ttéia’)> 연작 중 장소 특정적 작품인 <테이아(Ttéia) 1, B>(2000)이다. 팽팽하게 당겨진 금색 실을 교차하여 찬란한 빛의 기둥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공간과 작품의 상호 작용에 대한 탐구의 결실이라 할 만하다. 5월 25일까지.
서지우, <자하문>, 2023, 시멘트, 목재, 조명, 모터, 35x47x157cm.
서울시립미술관은 2024년 전시 의제인 ‘건축’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를 선보인다. 서소문본관 2~3층에서 가장 먼저 개막한 «시공 시나리오»전은 건축가가 참여하지 않는 건축 전시라는 점에서 전제부터 흥미롭다. 미술관이라는 상징적인 공공건축 속에 함의된 ‘건축의 생애주기’에 주목해 서도호 작가의 미발표 영상작품 <통로:문래동>(2022)을 포함하여 구동희, 박기원 등 12팀의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건축모형 만들기 워크숍 ‘세마 건축사무소’ 등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관심을 끈다. 7월 7일까지. 서소문 본관 1층에서는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파트너스»가 뒤를 잇는다. 사뮈엘 베케트의 극장 프로젝트를 포함해 홍콩 HSBC 빌딩, 뉴욕 허스트 타워 등 ‘하이테크 건축’으로 대표되는 건축가 노먼 포스터와 포스터+파트너스가 설계한 문화예술 공공 건축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7월 21일까지. 대한제국 시절 벨기에영사관으로 지어져 2004년 미술관이 된 남서울미술관에서는 건축의 본질적 속성을 ‘관계맺기’로 파악하고 이를 개념적으로 접근한 «길드는 서로들»을 선보인다. 고등어, 서지우, 안진선 등이 참여해 자아를 확인하는 기본 조건이 되는 물리적인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을 매개로 발생하는 ‘관계맺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7월 7일까지.
우고 론디노네, <노란색과 빨간색 수도승>, 2021, 채색된 브론즈, 400x 213x140.8cm. © Ugo Rondinone
뮤지엄 산은 우고 론디노네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BURN TO SHINE»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지난 30년간 일관되게 관심을 보여온 삶과 자연의 순환,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이로써 형성되는 인간 존재와 경험을 담은 조각·회화·설치·영상을 포함해 총 4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마치 일기를 쓰듯 살아 있는 우주를 기록”하는 작가의 세상을 유감 없이 만날 기회다. 전시의 중심에는 안무가 푸아드 부수프와 협업해 제작한 퍼포먼스 영상작품 <번 투 샤인(burn to shine)>(2022)이 있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반려자 존 조르노의 시 ‘You got to burn to shine’에서 영감을 받은 유사 작품 시리즈는 점차 삶과 죽음의 연약한 경계를 탐색하는 것에서 나아가 불교 격언이나 그리스 신화 등과 결합하여 발전·확장되고 있다. 론디노네 예술 세계의 빛나는 징표와도 같은 <수녀와 수도승> 시리즈는 전시의 하이라이트를 담당하며 완연한 봄이 내려앉은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에게 몰입적 숭고미를 선사한다. 또한 작가는 미술관이 위치한 원주시에 거주하는 1천여 명의 어린이들이 그린 2천 장의 드로잉으로 완성하는 참여 작품을 통해 삶의 순환에 대해 사유해볼 것을 청한다. 9월 18일까지.
전명은, <어린아이에게>, 2023, 라이트박스, 40x30cm.
피비갤러리에서는 전명은의 개인전 «북쪽창문으로»가 열린다. 조소과 졸업 후 사진을 공부한 작가는 사진, 영상, 퍼포먼스, 글쓰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눈앞에 드러나는 이미지로부터 기억과 감각을 떠올리게 하는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그동안 내가 곡괭이로 금을 캐듯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포착한 빛 덩어리의 사진들을 모았다. 거기에는 스스로 빛나거나, 깊숙이 빛을 품고 있거나, 아직은 빛이 나지 않는 것도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빛’이다. 전라북도 익산의 반딧불이 서식지에서 담아낸 <어린아이에게>(2023), 서울맹학교 학생들이 직접 빚은 얼굴 조각, 눈의 결정, 해변의 밤 풍경 등 모든 작품에서 아름다운 빛의 형상 그리고 개인적 경험에 기반하여 깨달은 빛의 다층적 심상을 관찰할 수 있다. 5월 25일까지.
안동선은 컨트리뷰팅 에디터다. 미술관의 투명하게 짙은 고요, 호기심의 불씨를 던져주는 작품, 그리고 주변의 맛집 때문에 이틀이 멀다 하고 전시를 보러 간다.
Credit
- 글/ 안동선
- 사진/ 부산현대미술관,일민미술관, 화이트 큐브, 서울시립미술관, 뮤지엄 산,피비갤러리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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