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음악’
당신은 추상화가 음악이 되는 상상을 한 적 있는지. 우리 시대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시각예술과 현대음악의 교류에 대한 소망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가 내다본 예술적 비전을 봄날의 통영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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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큐멘터리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화>의 감독 코리나 벨츠가 이 연구를 이어 받았다. 벨츠는 카메라로 이미지를 촬영하는 대신 리히터가 그랬듯 이미지를 나누고, 대칭하고, 반복한다. 32분 길이의 이 영화에는 무려 6만 개의 프레임이 동원되었다.
같은 시간, 독일의 작곡가 마르쿠스 슈미클러도 리히터의 방법론으로 자신의 음악을 창작한다. 사실 리히터와 벨츠는 수년 전 이미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와 비슷한 형태의 음악 실험을 시도한 적 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라이히가 보통의 영화음악 작곡가처럼 영화를 보고 악보를 썼다면 슈미클러의 작곡은 영화 제작과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의도적으로 영화에 맞추어 음악을 만들지 않았으므로 영화와 음악은 서로 충돌하거나 우연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관객 사이로 침투한다. 이렇게 탄생한 <리히터스 패턴스>는 말 그대로 리히터의 미학을 영화와 음악으로 체험하는 시청각 프로그램이다. 2016년 쾰른 뮤직에서 초연하였고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다.
혹자는 “시가 음악이 되는 것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통해 그림을 비추는 것만큼 혼란스럽다”고 한 시인 폴 발레리를 인용하며, 두 가지 예술 장르가 만나면 그 성취가 떨어지게 마련이라고 비관하지만 나는 여전히 루체른만큼 아름다운 봄날의 통영에서 그의 예술 실험에 참여하고 싶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그렇듯, 예술은 시도되었을 때 비로소 예술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누가 아는가. 리히터의 추상화를 듣는 순간, 당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 2024 통영국제음악제는 3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다.
Credit
- 사진/ ⓒ 통영국제음악제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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