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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ST ME! 첫 정규앨범을 낸 유겸이 하고 싶은 말

노래하고 춤추며. 유영하듯 나아가는 유겸의 지금.

프로필 by 고영진 2024.03.21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지난주 유튜브 채널 <주락이월드>에서 유겸 씨를 봤어요. 의사들이 운영하는 채널인 <닥터프렌즈>에도 출연했죠? 지난달 발매한 정규 앨범 <Trust Me> 홍보 활동의 일환이었을 텐데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이라 재밌었어요.
유겸 홍보 활동이긴 했지만 실제로 제가 즐겨 보는 채널들이에요. 음악방송 대기할 때나 스케줄 중간에 시간 뜰 때 유튜브를 자주 보거든요. <닥터프렌즈>는 알고리즘에 떠서 알게 됐는데 제일 처음 본 게 말라리아의 역사를 주제로 한 영상이었을 거예요.(웃음) 이렇게 뜬금없는 데서 불쑥 등장하는 게 재밌잖아요.
하퍼스 바자 솔로 활동 시작한 지 3년을 넘어섰고, 새로운 회사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일이 훨씬 자유로워진 시점이기에 가능한 행보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첫 정규 앨범 활동이니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해보겠다는 의지도 있었을 테고요.
유겸 확실히 그래요. 물론 앨범 홍보 스케줄은 회사에서 제안해주는 것도 있지만, 제가 해보고 싶은 걸 적극적으로 얘기하면 얼마든지 받아들여주는 분위기거든요. 1년치 플랜이 짜여 있는 팀 활동 위주로 하다 솔로가 되니까 야생에 던져진 느낌이었어요. 뭘 하고 싶으면 제가 먼저 움직여야 해요. 예전엔 매니저 님의 도움을 받았던 일도 제 손으로 하는 게 더 많아요. 예를 들면 곡 작업할 때 작곡가 형이랑 스케줄을 잡는 것. 사실 제 일이니 제가 하는 게 맞죠. 훨씬 주체적으로 일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가죽 후디는 Hood by Air. 티셔츠는 Rick Owens.

하퍼스 바자 2021년도에 발매한 EP 이후로 앨범 단위의 컴백은 처음이에요. 그때 딱 7곡을 냈고, 이번 앨범은 정확히 2배의 볼륨이 됐죠. 곡의 수만큼 변한 게 있다면요?
유겸 첫 EP는 거의 AOMG에 오자마자 낸 앨범이었어요. 솔로 뮤지션으로서 제 색이 뭔지 잘 몰랐을 때니 어쩔 수 없이 회사의 스타일이 많이 묻어 있죠. 그 사이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노래를 부르는 방법부터 다시 익혔으니까요. 실력도 확실히 늘었고요. 이번 앨범은 진짜 제 색을 담았어요.
하퍼스 바자 앨범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는 말로 들려요.
유겸 맞아요! 이 앨범으로 빵 뜰 거라고 생각했다는 뜻은 아니에요. 물론 음원 차트나 음악 방송 1위 하는 것도 좋겠지만, 저는 갓세븐 활동할 때도 그런 것에 욕심내는 스타일은 아니었거든요. 그냥 열심히 준비한 음악을 빨리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확신이었던 것 같고요. 다른 건 몰라도 전보다는 나아졌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하퍼스 바자 순위를 매겨 줄 세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수치나 성적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건 노력의 결과인가요?
유겸 노력했다고 한들 제 성격상 잘 안 됐을걸요? 그냥 멀리 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어른들이 말씀하시기를 차근차근 올라간 사람은 누구보다 견고해서 내려올 때도 급하지 않을 거래요. 전 지금 당장 주목받고 엄청난 성적을 내는 것보다 가수로서의 삶을 오래 사는 게 중요하거든요.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게 너무 좋아서 이왕이면 길게 하고 싶어요. 근데 이번 앨범은 성적이 꽤 좋긴 했어요.(웃음)

톱은 Acne Studios. 와이드 팬츠, 키링은 Sankuanz by Adekuver. 목걸이는 Portrait Report.

하퍼스 바자 언제 그걸 느꼈어요?
유겸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횟수가 아예 다르던데요. 팬이 아닌 리스너 분들이 달아주신 댓글도 많더라고요.
하퍼스 바자 기억에 남는 말도 있었나요?
유겸 “자기가 잘하는 R&B 기반 댄스 음악 위주로 들고 온 것 같은데… 역시 잘하네” “유겸에게 AOMG가 날개를 달아준 것 같다” 이런 말들? 기분 진짜 좋았어요. 실력은 계단식으로 는다고 하던데, 실제로 평지를 걷는 것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 확 성장해 있는 게 보일 때가 있어요. 저는 그걸 느꼈는데 인정도 받으니까 너무 짜릿했습니다.
하퍼스 바자 유겸 씨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확실히 넓어진 것 같다고도 생각했어요. <Trust Me> 안에 팝, R&B, 댄스, 힙합이 다 녹아 있으니까요.
유겸 그렇게 생각해주셨다니 감사해요. 저는 발전하지 못하는 상태를 계속 경계하는 것 같아요. 발전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진짜 멋있는 사람 같거든요. 근데 방향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노래, 랩, 춤 혹은 음악적 장르 안에서 어떤 방향을 택할지 고민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오히려 최대한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요.
하퍼스 바자 멈춰 있지만 않으면 된다?
유겸 그리고 버티는 게 승자다! 사실 우리 다 버티고 있는 것 아니에요? (웃음) AOMG에서 만난 저랑 10살씩 차이 나는 형들도 그렇게 하시던데요. 미친 듯이 작업하고, 연습하고, 만들었다 엎기를 반복하면서. 그 정도 실력을 갖춘 형들도 그렇게 필사적인데. 저는 더 노력해야죠.

슬리브리스 톱은 Liberal Youth Ministry by G.Street 494. 모자는 Diesel. 목걸이는 Trencadism. 슈즈는 Puma.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요즘은 주로 어떤 피드백을 들어요?
유겸 저희 회사 사람들이 정말 솔직하거든요. 피드백도 무조건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줘요. 지금까지는 늘 부족한 점을 들었는데 이번 앨범 수록곡들을 가져갔을 땐 다 좋다고 하시는 거예요. 어? 뭐지? 대박…. 그래서 더 기뻤어요. 처음엔 이게 아쉽다, 이 곡은 못 쓴다 이런 말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솔직히 자존심도 상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거만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퀄리티를 생각하면 당연히 받았어야 할 피드백이에요. 심지어 형들은 피드백에서 그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은 그게 뭐든 정말 꼼꼼히 알려주세요. 누군가 발전할 수 있게 도와주려는 마음이 결코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나니까 기분 상할 게 하나도 없어요. 하나도.
하퍼스 바자 갓세븐 활동할 때도 곡 작업은 해왔지만, 최근 3년 동안은 임하는 자세가 달랐을 것 같아요. 우선 절대적인 작업량부터 차이가 났겠죠?

유겸 쉽게 말해 취미였던 일이 업이 된 느낌이었으니까요. 처음엔 형들처럼 ‘척하면 척’, 바로바로 안 되는 게 답답했어요. 근데 부담감은 없었어요. 저는 저를 냉정하게 볼 줄 알거든요. 굉장히 현실적으로요. 제 실력은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걸 알았던 거죠. 겸손하려는 것도, 저를 깎아내리려는 것도 아니에요. 지금의 저에겐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그래요. 아직은 배울 게 많은 단계고 실력은 점점 더 키우면 되죠.

후디는 Greg Ross. 카고 팬츠, 메가 스니커즈는 Balenciaga. 목걸이, 탱크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AOMG에서는 막내였을지 몰라도 데뷔 8년 차였을 때예요. 크고 작은 성공을 충분히 맛봤고, 수년간 쌓아온 자기만의 스타일을 버리고 마치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을 먹는다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요.
유겸 전 배움에 대해서는 열려 있어요. 편견도 없고요. 어른들 말도 잘 들으려고 해요. 나보다 훨씬 오래 살아온 사람들이 해주는 말이라면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에요. 노래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연습할 때도 거부감은 전혀 없었어요. 내가 인정하는, 잘하는 사람들이 주는 피드백이라면 수용해야 하고, 못하면 배우는 게 맞는 거니까.하퍼스 바자 활동 막바지에 접어들었으니 이제 여유가 좀 생기겠어요. 스케줄 없는 날 제일 먼저 뭘 할 거예요?
하퍼스 바자 이번 앨범으로는 어떤 걸 배웠어요?
유겸 나를 믿어야 한다는 거요. 가끔은 ‘연습한다고 될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거든요.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데 정답은 없으니까요. 근데 되더라고요. 생각을 줄이고 퀘스트 깨듯이 일단 눈앞에 놓인 일들을 해내면 돼요. 그게 결국 자기를 믿게 되는 방법인 것 같아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마음으로 일단 나를 믿고 해보는 거예요. 실제로 어렸을 때 1등으로 벌 받겠다고 하는 애긴 했어요.(웃음)

피케 셔츠는 Miu Miu. 팔찌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활동 막바지에 접어들었으니 이제 여유가 좀 생기겠어요. 스케줄 없는 날 제일 먼저 뭘 할 거예요?
유겸 작업해야죠. 노래 연습하고. 요즘 제가 김건모 선배님 노래에 푹 빠져 있거든요. 오늘도 인터뷰 끝나고 집에 가서 건모 형 노래 부를 거예요.
하퍼스 바자 지금껏 스튜디오에서도 계속 불렀잖아요.(웃음)
유겸 하하하. 집에서도 똑같아요. 그래서 제가 작업하고 노래 연습한다고 하는 게 각 잡고 일하는 느낌은 아니에요. 오히려 노는 거에 가깝죠.
하퍼스 바자 그런 식이라면 올해 안에 또 새로운 곡을 들어볼 수 있겠는데요?
유겸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올해 싱글을 몇 개 더 내고 싶어요. 투어 공연도 곧 시작할 텐데 안무 연습도 미리미리 해놔야죠.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있어요! 투어를 하게 되면 무조건 한국에서 시작할 거예요. 어쩌면 올해 연말이 될 수도?

Credit

  • 사진/ 이준경
  • 헤어/ 수진(더 헤메스)
  • 메이크업/ 미애(더 헤메스)
  • 스타일리스트/ 이종현
  • 어시스턴트/ 조혜원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