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비판텐 연고, 크럼처럼 발라도 되나요?

‘약국꿀템’ ‘만능연고’로 붐업된 덱스판테놀 연고들, 화장품처럼 발라도 될까?

프로필 by 정혜미 2024.02.29
매년 이맘때면 나는 얼굴에 50개가 넘는 화장품을 테스트한다. 모 매거진 뷰티 어워드 덕분이다. 반반 바르고, 두드려 붙였다 지워내고, 레이어드해 궁합도 체크한다. 뇌는 도파민으로 가득하지만 채점지를 넘기고 난 후 피부는 붉고 따갑고 건조함에 아우성을 친다. 올해도 역시나 마감이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그것’부터 찾게 됐다. 빠른 진정과 재생이 필요할 때마다 소환하는 나의 피부 소방관, 비판텐 연고 말이다.
아기들 기저귀 발진에 주로 사용되곤 하는 일반의약품, 비판텐이 데일리 스킨케어 치트키로 떠오르기 시작한 건 의사와 약사들이 업로드하는 소셜 콘텐츠에 이름을 올린 후부터다. “명품 화장품보다 좋은 약국꿀템” “피부과 의사의 인생템” “약국만능연고” 등 혹하는 섬네일을 클릭하면 어김없이 덱스판테놀 성분을 함유한 크림들이 등장한다. 원조 격인 바이엘의 비판텐을 비롯해 태극제약의 덱스파놀, 동아제약의 D-판테놀 등 종류도 다양하다. 꽃내음한약국 약사 변유영은 최근 부쩍 많은 여성들이 보습크림 대용으로 이 연고들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유효성분은 덱스판테놀 5%로 모두 같지만, 제형에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인지 연령 대나 피부 타입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죠.” 비판텐은 백납과 유동파라핀, 정제라놀린을 베이스로 한 꾸덕함이 특징이라면, 글리세린과 백색 바셀린을 바탕으로 한 덱스파놀은 상대적으로 가볍다. D-판테놀은 라놀린과 시어버터를 담았다.
덱스판테놀 연고 신드롬의 이유는 명확하다. 효과가 정말 좋다. 덱스판테놀은 비타민B5의 전구체로 손상된 피부의 회복을 돕는 조효소의 주된 구성 성분이 된다. 스테로이드 연고 못지않은 진정 효과를 보이면서 지속적으로 사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고, 피부 장벽을 회복시켜 편안하고 촉촉한 피부를 만드는 데 특효다. 가격은 대부분 1만원 내외. 의사 처방도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이라 접근성도 좋다. 여기에 마데카솔 분말을 조금 믹스해 나만의 재생크림을 만드는 건 이제 마녀수프만큼 흔한 레시피! 더할 나위 없는 전천후 뷰티 반려템이라고?
그러나 보스피부과 전문의 김홍석은 일반의약품을 경각심 없이 사용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충고한다. “물론 아기 피부에 사용해도 되는 안전한 약품이니 진정이 필요한 부위에 바르는 건 문제되지 않습니다. 단, 피부 타입이 지성이거나 염증이 많은 경우라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꾸덕한 연고 텍스처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다 보면 트러블이 올라오거나 눈가에 비립종이 생길 수 있다.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기 후에도 사용하고 있다면 피부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지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 변유영은 약품과 화장품을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반의약품의 태생을 상기해보세요.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기에 효과는 확실하나 지나친 과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모든 덱스판테놀 약품에는 피부발진 등의 주의사항이 적혀 있는데, 실제 알레르기 등 이상반응이 보고된 경우가 있다. 비판텐 제조사인 바이엘 코리아의 공식 입장 역시 “비판텐은 일반의약품이므로 용법 용량에 맞춰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증상에 따라 자세한 사용법은 약사와 상의할 것을 권장합니다.”였다.
실망하긴 이르다. 우리에겐 덱스판테놀 화장품이 있으니까! 약품과 화장품에 사용되는 원료는 동일하지만 화장품 형태라면 매일 지속적으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고, 자외선차단제나 베이스 메이크업과의 궁합도 환상적이다. 나의 경우 성난 피부의 불을 끌 때는 비판텐 연고를, 바르고 일주일쯤 지나 진정되면 비판톨 나이트 페이스 크림을 사용했다. 비판텐의 주성분인 고순도 덱스판테놀 98%에 스콸렌, 나이아신아마이드를 더한 화장품이라 순차적으로 사용하니 피부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비옥해졌다. 아토팜 판테놀 크림도 추천할 만하다. 사람의 피부장벽 구조와 유사한 MLEⓇ 기술을 사용한 데다 오메가 세라마이드, 리피모이드 성분을 추가로 함유하고 있어 건강한 윤기를 연출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백지수
  • 사진/ 우창원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