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역사가 느껴지는 방돔 광장 18번지. 이곳에 위치한 샤넬 워치 화인 주얼리 부티크에는 샤넬 가브리엘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긴 패트리모니 컬렉션이 보관되어 있다. 800여 점에 달하는 패트리모니 컬렉션은 샤넬 주얼리 초창기부터 최근까지 제작한 주얼리와 오브제로 구성되었으며, 현재도 계속해서 작품이 추가되고 있다. 현시대 샤넬 하우스의 이러한 행보는 주얼리를 향한 가브리엘 샤넬의 열정이 그대로 투영되었으며, 패트리모니 컬렉션은 그녀에게 바치는 존경과 사랑의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브리엘 샤넬에게 주얼리는 옷과 액세서리, 뷰티 영역을 넘어 당찬 여성을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였다. 주얼리는 여성의 몸을 자유롭게 하는 동시에 아름다움을 더해준다고 생각한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을 통해 당대 여성들은 주얼리의 가치를 새롭게 깨달았다.
샤넬 패트리모니 컬렉션을 전시한 룸.
패트리모니 룸에 전시한 그녀의 첫 번째 하이 컬렉션 ‘비쥬 드 디아망’은 샤넬 주얼리 역사상 처음으로 통일된 하나의 테마로 이루어진 컬렉션이다. 가브리엘 샤넬은 주얼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마네킹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신경 썼으며, 가운과 스톨, 베레모를 더해 주얼리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이런 섬세한 과정을 통해 샤넬 화인 주얼리는 스타일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으며 주얼리의 오랜 유산을 이어가고자 1993년에 워치와 화인 주얼리를 위한 아카이브를 설립했다. 작품을 찾아 나선 샤넬은 그중에서도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던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을 회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47피스 중 미공개 작품이던 2피스, ‘플륌’ 브로치와 ‘꼬메뜨’ 브로치를 마주하게 된다. 개인 소장품인 플륌은 깃털 한올 한올을 정성스레 표현한 압도적 비주얼을 자랑하며 별똥별을 형상화한 듯한 역동적 자태의 꼬메뜨 브로치는 2000년 제네바에서 열린 경매를 통해 샤넬 품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샤넬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1993년에서 2023년 사이에 제작한 아이코닉한 하이 주얼리까지 수집하며 패트리모니 컬렉션의 볼륨을 키워나갔다. 2012년부터는 사자, 밀 이삭, 트위드, 코코만델 병풍, 파리의 러시아 문화 정신, 카페 소사이어티, 지중해 크루즈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창의적인 주제를 다루며 독창적인 정체성을 지닌 작품들을 소개했다. 특히 2012년의 ‘콘스텔라시옹 뒤 리옹’ 작품은 샤넬의 별자리 인 사자자리를 모티프로 한 디자인으로, 32캐럿 옐로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샤넬 최초의 하이 주얼리로 존재감을 알렸다. 태양처럼 타오르듯 위풍당당하고 위엄이 넘치며 강렬한 인상을 주는 ‘콘스텔라시옹 뒤 리옹’ 컬렉션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2024년, ‘리옹 솔레르 드 샤넬’ 컬렉션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나는 사자자리로 태어났다”라는 말을 할 만큼 사자의 상징성을 강조했던 가브리엘 샤넬의 정신을 본받아 샤넬 하이 주얼리의 힘과 창의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2021년에는 샤넬의 아이 코닉한 향수 N°5의 100주년을 기념한 ‘N°5’ 컬렉션을 선보이며 ‘55.55’ 네크리스를 공개했다. 향수 보틀의 스토퍼 형태를 띤 55.55 네크리스는 55.55캐럿의 D-FL 타입 lla 커스텀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샤넬의 원 앤드 온리 작품 중 하나다.
샤넬 패트리모니 컬렉션을 전시한 룸.
첫 번째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 공개된 지 약 100년이 지났음에도 가브리엘 샤넬의 주얼리를 향한 독창적인 예술 정신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샤넬의 장인과 여성들이 끊임없이 선보이는 새롭고 아름다운 것을 감상하는 것만큼 위기를 잊기에 좋은 것은 없다”라는 가브리엘 샤넬의 이야기처럼 샤넬은 끊임없는 아카이빙을 통해 무한한 아름다움을 재창조하고 있다. 방돔 광장 18번지, 차분하고 세련된 베이지 컬러 가구와 블랙 컬러의 견고한 직선이 조화를 이루는 이 방대하고 역사적인 공간에서 샤넬은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