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루이 비통이 펼친 프랭크 게리의 건축 세계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세계가 루이 비통의 피스로 옮겨졌다. 마이애미에 펼쳐진 창의적 순간.

프로필 by BAZAAR 2023.12.30

A New Dimension 

즉흥적으로 쌓아 올린 듯한 구조물,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곡선. 프랭크 게리는 자유로이 펜을 휘두른 스케치에서 기인한 드라마틱하고 비정형적인 건축물로, 확실한 인장을 새긴 건축가다. 한국 전통 학춤과 수원 화성에 영감받은 메종 루이 비통 청담, 돛을 단 선박의 형태를 나타낸 파리 루이 비통 재단미술관에서 짐작할 수 있듯 건축을 3차원의 오브제이자 조각으로 여긴 그의 작업은 어떤 예술작품보다 실험적이고 혁신적이다. 12월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에서 루이 비통은 견고한 관계를 맺어온 아티스트 프랭크 게리의 작업을 아우르는 특별한 전시를 열었다. 오랜 시간 한 예술가와 메종이 함께한 결과물을 재해석한 것은 물론 새롭게 협업한 캡슐 컬렉션을 공개했다. 전시 공간에는 2014년 메종 쇼윈도에 전시한 작품에 착안해 돛 모양의 그물 구조물을 가운데 배치했으며, 건축 모델링을 나타낸 스케치를 두어 사물의 형태를 다채로운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게 만들었다.
눈여겨볼 점은 이번 컬렉션에서 공개한 카퓌신 백이 프랭크 게리의 상징적인 건축물에 영감받아 탄생했다는 점이다. 제작 과정을 회상하며 그는 이렇게 얘기했다. “핸드백은 제가 평소에 해온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 그 자체였습니다. 이건 모든 창의적인 사람이 겪는 일이며 영화를 만들거나 달에 로켓을 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합니다.” ‘카퓌신 MM 콘크리트 포켓(Concrete Pockets)’ 백은 송아지 가죽 위에 시멘트 질감을 표현한 3D 프린팅 기법을 더해 마치 빌바오 구겐하임을 연상시킨다. 이외에도 ‘카퓌신 BB 쉬머 헤이즈’ 백은 영롱하게 빛나는 투명한 PVC 소재가 시애틀 대중문화박물관을 감싼 플렉시글라스 패널을 떠올리게 만들고, ‘카퓌신 BB 아날로그’ 백은 뉴욕 IAC 빌딩의 기하학적 단면을 패턴처럼 가죽에 덧입혀 프랭크 게리 건축의 정수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나아가 꾸준히 자연과 동물에서 창작의 영감을 받아온 그는, 메종의 공예적 테크닉과 재기 발랄한 상상력을 결합한 결과물도 선보였다. 과거 루이 비통 재단미술관에서 선보인 물고기 모양의 조명을 변형시켜 레드 가죽을 활용해 경쾌한 무드로 풀어낸 ‘카퓌신 MM 피쉬’ 백, 2014년 공개한 곰 형상의 철제 조각작품 <베어 위드 어스(Bear With Us)>를 그대로 본뜬 클러치 백과 향수 병에서 모티프를 얻은 레진 꽃잎을 부착한 백까지. 섬세한 만듦새와 창의적 발상이 어떻게 조화로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관람객들의 시야를 환기시켰다.
 
스튜디오에서 프랭크 게리. ⓒ Mario Kroes

스튜디오에서 프랭크 게리. ⓒ Mario Kroes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에 설치된 전시 전경.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에 설치된 전시 전경.

 
또 다른 묘미는 다양한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이 루이 비통의 트렁크를 모티프 삼아 작업한 «200개의 트렁크, 200명의 선구자(200 Trunks, 200 Visionaries)» 전시를 위해, 그가 재해석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루이 비통의 2백 번째 생일을 기념하며 완성한 <루이를 위한 티 파티(A Tea Party for Louis)>라는 이름의 작품은 직사각형 형태와는 전혀 동떨어진, 마치 인형극 무대 같은 인상을 준다.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등장인물을 8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트렁크를 탐구한 시도로 독특한 해체주의적 미감을 드러낸다. 트랜스포메이션의 천재이자 상상력의 대가는 이번 협업을 마친 소감에 대해 이렇게 술회했다. “창의력에는 매우 다양한 수준이 있어요. 저는 수많은 건물을 지어 올린 경험 덕분에 저의 창의성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94세라는 젊은 나이에 정말 재미있게 일하고 있죠.” 작품을 들여다볼수록, 패션과 건축의 교집합은 ‘오직 비율의 문제’라는 명제가 전복된다는 것을 실감한다. 루이 비통과 프랭크 게리의 만남은 패션을 가장 입체적인 방식의 예술로서 즐기는 시도인 것이다.
 

Credit

  • 에디터/ 안서경
  • 사진/ ⓒ Louis Vuitton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