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사진가 4인의 인생 사진집 1

사진가 민현우와 장덕화에게 물었다. '당신의 책장에 단 한 권의 사진집만 남긴다면?'

프로필 by BAZAAR 2023.12.13
 
민현우


노년과 젊음, 필름과 디지털, 상업 사진과 개인 작업을 유연하게 오가는 패션 포토그래퍼.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 및 매체의 비주얼을 탄생시킨다. 
 
당신의 인생 사진집을 소개해달라. 
사진을 시작하던 초기, 도쿄 진보초의 서점 거리를 구경하다 여러 국적의 사진집 가운데 국내 사진가의 책이 단 한 권도 없다는 걸 알고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발견한 이갑철 선생님의 책 <충돌과 반동>은 ‘한국인의 정서라는 것이 사진에서 보여질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해주었다. 과거의 모습이 담겨있지만, 내게는 지금 무수히 생성되는 사진보다 더 새롭게 느껴진다.  
왜 이 책을 단 한 권의 사진집으로 꼽았나? 
종종 인물의 반대편, 사진가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사진이 있다. 35mm 렌즈로 찍은 사진들은 사진가와 인물과의 간격이 가깝다는 것을 의미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경직되기 쉬운데 이 책 속 사진에서는 전혀 인물의 어색함을 발견하기 어렵다. 사진가가 대체 인물을 어떻게 대하는지 궁금했고, 그 점을 배우고 싶어 노력하고 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구도다. 컷마다 당장 패션 매거진에 실려도 충분할 정도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구도를 따른다. 디자인의 관점에서 보면 사진 구도의 정석은 존재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규칙을 초월하고 설득력을 지니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마음이 가는 하나의 장면은? 
고무신을 들고 걸어가는 인물 뒤로 담벼락이 펼쳐져 있는 사진. 차분한 사랑이 느껴진다. 
당신의 책장에 놓인 또 다른 사진집을 추천한다면? 
육명심의  <예술가의 초상>에서 근래 가장 큰 영감을 받았다. 예술가들의 젊은 시절을 엿볼 수 있다. 대상이 마음을 열 때까지 사진기를 쥐지 않았다는 태도가 멋지다. 
사진집은 사진가인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 
사람들은 글에서 간접적인 경험을 하지만, 시각적인 것에서 경험을 배우는 법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나는 다큐멘터리 사진 같은 장르에서 사진가가 긴 시간 추적한 시각언어를 통해 글과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먹고 싶다, 듣고 싶다, 만지고 싶다, 맡고 싶다, 보고 싶다 같은 감각 중 내게 단 하나를 고르라 묻는다면 단연 ‘보고 싶다’. 
사진집을 볼 때 당신만의 감상법은? 
프레임 밖 사람들을 상상하게 만드는 사진을 좋아한다. 신기하게도 그 감정이 보이는 사진들이 있고, 진짜인 감정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감정은 구별될 수밖에 없다. 
나의 사진집을 펴낸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 더욱 단순해지기로 했다. 계획하기보단 직관을 믿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운 좋게 바라던 프로젝트를 맡아 여행책을 만들고 있고, 내년쯤 출간 예정이다.
 
장덕화 


유수의 셀러브리티와 매거진의 애정을 받으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포토그래퍼. 도쿄 비주얼아트 전문학교에서 패션 사진을 전공했다.
 
당신의 인생 사진집을 소개해달라.
마르세유와 런던에 기반한 독립출판사 루즈 조인트(Loose Joints)에서 2022년 펴낸 출판물이다. 제목은 <Holy Island>. 킹슬리 아이필(Kingsley Ifill)의 사진과 대니 폭스(Danny Fox)의 회화를 병치해 각각 50개의 작품으로 펼친 구성을 따른다. 도버에서 스코틀랜드 스카이섬까지, 두 예술가가 8일간 함께 영국 제도를 가로지르며 기록한 시각적 여행기다.
왜 이 책을 단 한 권의 사진집으로 꼽았나?
최근 구입한 사진집 중 가장 인상적이었고 내가 추구하는 작업 방식과 닮아있다.
특히 마음이 가는 하나의 장면은?
모든 컷마다 사람과 장소, 두 요소의 연결이 매력적이고 조화롭다. 이미지, 레이아웃, 손으로 써내려간 텍스트와 폰트까지 한 권의 사진집으로 지닐 수 있는 높은 완성도를 구현했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책장에 놓인 또 다른 사진집을 추천한다면?
다이도 모리야마의 <In Color>. 모리야마의 사진은 거칠고 불균형적이며, 불온함과 어두움이 공존한다. 극단적인 콘트라스트와 입자가 드러나는 흑백 작업과 달리 쉽게 볼 수 없는 컬러 사진집이다. 마리오 소렌티(Mario Sorrenti)의 영감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Draw Blood for Proof>도 서가에서 빼놓을 수 없다.
사진집은 사진가인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
영감, 설렘, 질투 같은 감정. 다시 꿈을 꾸게 하는 좋은 에너지.
사진집을 볼 때 당신만의 감상법은?
시각적인 강렬함에 이끌리던 과거와 달리 사진집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사진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그 이야기가 어떠한 명확함을 지니는지 추출하고자 한다.
언젠가 나의 사진집을 펴낸다면?
마흔 살이 되는 해 내 첫 사진집을 내고 싶다는 목표는 있다. 어떤 방식일지, 무슨 이야기를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여전히 배움 속에 있고,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
 
안서경은 <바자>의 피처 에디터다. 마감이 끝나면 취향이 아니어서 배제했던 사진가들의 사진집 속 구도를 살펴보고 아끼던 사진집의 프레임 밖 현장을 상상해볼 참이다. 

Credit

  • 글/ 안서경
  • 사진/ 김래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