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늬라벤더팜 보라색 융단이 깔린 듯 광활한 라벤더 밭 사이사이 양귀비와 호밀 군락이 얼굴을 내민다. 따뜻하지만 눈도 제법 내리는 고성의 기후는 라벤더를 더욱 화려하게 피워냈다. 6월 중순부터 만개해 7월까지 절정기다.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꽃대마을길 175
능파대 작은 항구마을 안에 기암괴석이 늘어섰다. 해안가의 돌섬은 오랜 시간 파도와 부딪혀 크고 작은 구멍을 만들어냈다. 건널 능(凌), 물결 파(波) ‘파도 위를 사뿐히 걷는 걸음걸이’라는 이름처럼 발길을 조심히 옮겼다.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괘진길 65
응봉 숲길 김일성 별장을 지나 응봉 정상으로 가는 길은 눈이 쉴 틈이 없다. 소나무 사이로 화진포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데 지점에 따라 비취색이 되었다 자수정색이 된다. 전망대에 올라 숨을 고르면 학포습지의 장관이 반긴다.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화진포길 280
봉수대해변 삼포해변과 송지호해변 사이 작고 조용한 해변. 고성산불로 피해 입은 지역주민들을 위해 통제구역을 해수욕장으로 개장한 쉼표 같은 곳이다. 고운 모래와 야자수 조형물이 이국적이다. 그 앞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남긴다.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오호리
고성의 미덕은 고요함이다. 그 고요를 관망하며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은 고성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동해안 항포구 중 가장 아름답다 불리는 가진항에는 상반된 매력을 가진 두 군데의 스팟이 있다. 3층 높이의 카페 ‘에이프레임’은 그 높이만큼 뚫린 통창이 독보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격자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면 그 순간이 그림이 된다. 개와 고양이가 한가로이 떠도는 마을을 걷다 보면 주택가 사이 ‘테일’이 보인다. 들풀이 핀 마당과 아기자기하게 꾸민 내부도 좋지만 보온병에 든 커피와 마들렌을 피크닉 가방에 넣어 짧은 외출을 해보자. 1분만 걸으면 나타나는 고즈넉한 바다도 좋고 차를 타고 원하는 바닷가에 가도 좋다. 1시간 30분 동안은 한없는 풍경이 다 내 것이 된 것같이 느껴진다. ‘이스트 사이드 바이브 클럽’(줄여서 ‘이사바’로 부른다)은 조금 분주하다. 그래야만 하는 곳이다. 산에 닿아 있는 이사바 건물은 2019년 고성산불로 피해를 입었다. 흉물로 남아있던 건물을 다시 일으켜 세워 복합문화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벽 외부에는 아직도 불에 그을린 자국이 남아있고 내부 가구는 산불 당시 나온 폐자재를 재생해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버려진 낡은 것들은 새 생명으로 시끌벅적하다. 레코드로 음악을 틀고 당구를 치고 칵테일과 고성산 문어로 만든 버거를 먹으며 이곳만의 ‘바이브’를 즐긴다. 재해를 극복하려는 움직임과 그 증거들이 숨 쉬는 강원도를 여행하니 어느새 기운을 얻게 된다. 이사바 출구에 있는 표지판을 보며 다음을 기약한다. 또 보자 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