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양양으로 도착함을 알리는 표지판 아랫길로 진입하면 죽도해변이 나타난다. 큰 길이 아닌 곁길로 빠지면 아직도 밭이 있고 옥수수가 무성하다. 동구 밭 사이로 비료를 실은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민가 사이의 서핑숍에는 서퍼가 태양을 맞으며 누워있다. 다음 골목은 읍내다. 시내버스가 다니고 주민들은 시원하게 대문을 열어놓고 이웃과 담소를 나누며 일상을 산다. 40년 동안 영업 중인 ‘현남슈퍼문구’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옛 가수의 브로마이드를 판다. 그 사이사이 서퍼들의 진정한 단골집인 태국요릿집 ‘하이타이드’와 바 ‘스톤피쉬’가 들어서 있다. 이자카야 ‘문월’과 라멘집 ‘냐멘’ 등 다양하고 새로운 가게들이 거리의 여유로움을 해치지 않고 하나씩 더해지고 있다.
서퍼들이 몰리는 죽도해변과 인구해변의 큰길을 ‘양리단길’이라 부른다. 해변에 캠핑카와 텐트를 두고 수시로 파도를 타는 상급자와 서핑숍에서 속성으로 배우는 초심자가 사이좋게 바다를 나눠 쓴다. 반라와 맨발로 자유로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서퍼들과 새로 생긴 카페와 맛집을 즐기는 사람들의 대비가 양양을 더욱 젊어 보이게 한다. 두 달 전 새로 생긴 죽도 스케이트 파크는 보더들까지 불러 모아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