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경자, 〈초원 2〉, 1978. ⓒ 서울특별시

박래현, 〈이른 아침〉, 1956.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추적하다 보면 문자 그대로 숨이 턱 막힐 때가 있다. 그러다가 온전한 문장으로 완성되지 못한 감탄사만 겨우 내뱉는다. 아니… 대체… 어떻게… 그런…. 트라우마의 역사 한복판에서 그토록 강렬한 예술혼을 불태우며 한없는 자유로움으로 살다 간 예술인들의 얼굴을 하나 둘 떠올려본다. 그러므로 말줄임표에 생략된 건 경외심이다. 소마미술관의 전신은 서울올림픽미술관이고 올해는 서울올림픽 35주년이 되는 해다. 소마미술관은 이를 기념하여 외국 문화가 유입되면서 서양화단이 형성되기 시작한 1920년대부터 서울올림픽을 통해 문화적 대변환이 일어난 1988년까지 한국의 근현대미술이 어떻게 전개되어왔는지 조명하는 «다시 보다: 한국근현대미술전»을 열었다.
민족, 디아스포라, 여성, 추상, 조각을 키워드로 설명되는 5개의 소주제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한국의 여성 화가를 조명하는 ‘여성 또 하나의 미술사’ 섹션이다. 나혜석의 국경과 이성자의 은하수와 방혜자의 빛과 박래현의 이른 아침과 천경자의 초원과 최욱경의 환희를 본다. 아마 누구든 그 앞에서 형언할 수 없는 말줄임표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봉건, 유교, 가부장의 질곡을 딛고 일어선 근대 여성 미술가의 생애는 그 자체로 눈부신 역사이며 근대 여성 미술사야말로 페미니즘의 맹아이다. 여태껏 한국의 근대미술을 여성이라는 시각으로 조명한 전시가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뼈아플 따름이다.
※ «다시 보다: 한국근현대미술전»은 소마미술관에서 4월 6일부터 8월 27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