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결이 거센 한강 위로 루이 비통 2023 프리폴 컬렉션이 흘렀다. 하우스 앰배서더 정호연이 캣워크를 시작하자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웅장한 가락과 함께 산울림의 ‘아니 벌써’가 울려 퍼졌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그래, 이곳이 서울이구나.’
루이 비통은 브랜드 철학이자 근원인 ‘여행 예술(Art of Travel)’에 기반해 전 세계 랜드마크에서 패션쇼를 진행하며 문화유산에 경의를 표해왔다. 그런데 이번 컬렉션 베뉴로 여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서울 한강을 선택한 이유는? 그의 뮤즈 배두나가 출연했던 영화 〈괴물〉의 배경이 한강이었다는 것이 영향을 줬다는 후문! 이토록 영화를 사랑하는 제스키에르는 한국 문화예술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감독 황동혁에게 손을 내밀었다.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로서 쇼 콘셉트 디자인을 의뢰한 것. 네모난 관중석 의자의 초록빛과 런웨이 뒤를 밝힌 파랗고 붉은 빛, 그리고 피날레에 뿜어져 나온 잠수교 분수는 가히 압도적 스케일을 자랑했다. 한국 관중 모두가 반가워했던 오프닝 곡 이후로도 쇼장에 울려 퍼진 펄 시스터즈의 ‘첫사랑’,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 등 음악 또한 그의 아이디어일 터다.





한국적 공연 연출에 반해 런웨이 룩은 제스키에르 시그너처인 ‘파리지엔’ 터치가 가득했다. 볼드한 버클 디테일은 물론 과장한 어깨 실루엣, 연이어 변주한 레더 플레이가 다채롭게 펼쳐졌다. 사실 그의 프렌치 여인이 국내에 상륙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10월 인천국제공항 격납고에서 2020 크루즈 컬렉션 스핀-오프 쇼를 선보였다. 여기서 ‘스핀-오프’ 쇼란 해외에서 이미 진행한 패션쇼를 재현하는 것. 반면 이번 쇼는 한국만을 위해 기획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케일 또한 이만저만 큰 게 아니었다. 2023 프리폴 컬렉션은 루이 비통 SNS와 서울 곳곳 LED 스크린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고, 하우스는 관련 전공 학생 1백여 명을 쇼장으로 초대해 함께하는 미래를 도모했다.
서울과 루이 비통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우스는 서울특별시, 한국관광공사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 한강의 다채로운 면모를 세계에 알리는 행보를 펼치기로 했다. 한강의 자연성 회복과 생물 다양성 보전 활동을 도모하는가 하면, 루이 비통 여행 가이드 북 시리즈인 〈루이 비통 시티 가이드〉 컬렉션 ‘서울’ 편에 한강 관련 콘텐츠를 더하는 자체적 활동도 진행한다. 또 패션 포토그래퍼 시각으로 특정 도시 모습을 구현하는 시리즈 북 〈루이 비통 패션 아이(Eye)〉 사진전을 개최해 한국 관광 홍보를 돕는다. ‘아니, 벌써’ 서울에서의 루이 비통의 밤이 깊었다. 서울을, 미래를 향한 찬가가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