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리스타일 협업에 참여하게 된 소감은?
현대에서 2023 리스타일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했을 때 벅차오르는 기쁨을 느꼈다. 자동차의 폐부품으로 오트 쿠튀르 룩을 만든다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흥미로웠으니까. 이 캠페인을 통해 현대자동차가 개척해온 지속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알 수 있었고, 또 깊이 공감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로 인해 환경보호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제러미 스콧×2023 리스타일 협업 컬렉션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오트 쿠튀르로 재탄생한 이종 산업의 융합’이라 할 수 있겠다. 자동차와 패션의 결합이라는 발상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했고 내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자동차와 어울리는 옷을 디자인하는 건 이미 많은 이들이 시도했지만, 자동차 폐자재를 바탕으로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하는 일은 그야말로 새로운 시도니까. 나만의 독창적인 창의성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스케치북을 받은 느낌이었다.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순간, 마치 마법처럼 머릿속에 영감이 떠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작업이었으니!
늘 참신하고 재기 발랄한 테마로 컬렉션을 선보이지만, 자동차 폐자재로 옷을 만드는 일은 흔치 않은 경험이었을 텐데. 그 과정과 소감이 궁금하다.
폐자재를 디자인에 활용하는 건 처음이었고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꾸준히 선보여온 이브닝웨어 컬렉션이 먼저 떠올랐다. 자동차를 구성하는 다양한 부품, 재활용 원단, 친환경 소재들을 아방가르드하게 변형시키는 모든 과정이 무척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이 특별한 소재를 사용해 컬렉션을 완성하는 것이 마치 비현실적인 꿈 같았고, 동시에 세련된 멋을 갖춘 옷을 선보이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했다.
‘아이오닉6’에 사용된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드레스 스케치.
리스타일이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행보 중 당신의 마음을 움직인 지점은?
현대자동차에서 연구하는 다양한 신소재가 인상적이었다. 디자인 과정에서 ‘소재’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버려진 폐자재를 재활용하거나 자연물에서 추출하는 등 현대자동차의 연구에 의해 탄생한 새로운 소재는 내게 영감을 선사했다. 이들의 행보가 보여주듯 어떤 소재를 개발하고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함께 나아갈 미래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자동차에서 제시한 소재 중 가장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무엇이었나?
드레스의 주재료로 쓴 현대자동차 전동화 차량에 사용된 친환경 소재! 버려진 페트병과 폐그물 혹은 옥수수, 아마씨, 유채꽃 등 자연에서 추출한 재료에 현대자동차의 기술력이 더해져 탄생한 소재다. 솔직히 디자인 원단으로 사용하기엔 너무 뻣뻣해 꽤 애를 먹었다. 비록 드레스를 만들기엔 까다로웠지만, 미래에 우리 인류는 모두 이러한 신소재로 만든 옷을 입고 있지 않을까? 지구의 긍정적인 미래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감내해야 할 일이다. 또한 자동차에 쓰이는 소재라고 해서 모두 투박하다는 편견은 버려주길. 전시를 방문한 관객들이 이 드레스의 제작 과정을 듣고 놀라는 모습을 상상하며 즐겁게 작업했다.
2023 리스타일 컬렉션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룩을 꼽는다면?
디자이너에게 이 질문은 너무 가혹하다.(웃음) 드레스마다 쓰인 소재가 모두 달라서 그런지 모든 룩이 의미 있고 특별했다.
디자이너로서 이번 협업을 통해 가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은?
요즘 ‘선한 영향력’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더라. 패션 디자이너라는 재능과 특성을 살려 이 캠페인을 통해 우리가 처한 지구 환경을 다시금 되돌아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민하고자 했다. 지금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많지 않으며 지키고 보호해야 할 것들이 분명하다. 업사이클링이나 친환경 패션은 전형적이고 따분하다는 고정관념 또한 깨고 싶었다. 친환경 패션도 충분히 섹시하면서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특정한 아이콘을 떠올리지는 않았지만, 2023 리스타일 컬렉션은 긍정적이면서 건강하고 패셔너블한 삶을 살아갈 지구 위의 모든 사람들이 즐겨주기를 바란다.
평소 실천 중인 친환경적 생활습관이 궁금하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이 ‘트렌드’로 자리 잡기 훨씬 이전부터 이 흐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낭비하지 않고 아끼는 생활습관이 필수였던 성장 배경이 내가 세상과 패션을 바라보는 관점에 영향을 줬다. 어렸을 적부터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활용해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을 좋아했고, 지금도 빈티지 아이템을 즐겨 입거나 디자인에 기존 것을 접목하는 등 지속가능성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앞으로 패션계가 함께 나아가야 할 지속가능성의 방향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패션계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망가진 환경을 재생시키고 지키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현재 모든 산업에서 환경 오염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고, 패션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패션이 환경 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브랜드와 디자이너들도 이미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패션은 ‘판타지’와 ‘드라마’적인 부분과도 동떨어질 수 없으니, 이를 친환경적인 작업을 통해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