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렌 마틴스의 지휘 아래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디젤. 패션 민주주의를 외치며 일반인에게 티켓을 판매, 약 5천 명 앞에서 쇼를 펼쳤다. 투명한 베이스에 데님을 직조하거나 얇은 데님을 러프하게 찢어 레이어하며 변화무쌍한 변신을 꾀했다. 또한 플로럴 슬립 드레스, 슈퍼 사이즈 포켓이 달린 유틸리티 팬츠 등 10~20대를 저격할 아이템도 가득했다.

쇼장에 설치된 안젤름 키퍼의 〈일곱 개의 하늘 궁전〉이 시선을 압도한 토즈. 부드러운 레더 드레싱과 자연에서 온 컬러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오버사이즈 재킷과 드레스, 실키한 셔츠와 와이드한 트라우저의 매치가 돋보였다. 오프닝과 피날레에 등장한 카를라 브루니와 나오미 캠벨도 반갑기 그지없었다.

카다시안 패밀리의 등장으로 그 어느 때보다 떠들썩했던 돌체앤가바나 쇼장. ‘Kim Dolce & Gabbana’라는 타이틀답게 킴 카다시안이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킴이 파스타를 먹는 영상이 백드롭을 채우고 1987~2007년 아카이브 중 킴이 픽업한 의상들이 2023년 버전으로 등장했다. 케이트 모스의 트렌치코트, 모니카 벨루치의 스트레치 드레스 등 방대한 아카이브를 끌어내 브랜드의 DNA, 라 돌체 비타와 디바의 개념을 재해석했다.

1930년대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로 모여든 예술가와 지성인 중 포토그래퍼 자크-앙리 라르티그의 뮤즈였던 르네 페르레와 건축가 아일린 그레이의 스타일에 초점을 맞췄다. 플로피 모자, 롱 플레어스커트, 세일러 팬츠, 홀터넥 톱, 나비 리본 등을 선보였는데 휴양지는 물론 도시에서 즐기기에도 제격!

“나의 디바는 가죽, 스터드, 해진 데님을 입고 시폰, 저지, 그리고 티아라를 섞을 수 있는 자유분방한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강인하고 해방된 여성이죠.” 도나텔라는 어둠의 고딕 여신을 테마로 특유의 도발적인 런웨이를 펼쳤다. 하이라이트는? 피날레를 장식한 패리스 힐튼!

니콜라 브로냐노의 손끝에서 블루마린 우먼은 로리타처럼 장난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인어로 변신했다. 조개 모티프의 브라 톱, 비스코스 소재의 홀터넥 롱 드레스, 인어 꼬리를 연상시키는 플레어스커트를 비롯해 물결 모양, 프린지, 리본으로 조류의 움직임을 형상화했다. 여기에 십자가, 헝클어진 롱 헤어, 스터드 같은 고딕풍 디테일로 반항적인 섹시함을 더하기도.

‘The Lover’를 테마로 한 N°21. 기쁨, 열정, 에로티시즘, 고통, 분노 등 사랑을 하는 사람이 겪는 다면적인 감정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평범한 듯 보이는 셔츠나 카디건, 펜슬 스커트가 주를 이뤘는데 란제리가 그대로 노출되는 시어한 소재, 다 풀어헤쳐 구겨진 셔츠, 벗겨질 듯 아슬하게 연출한 스커트 등 관능적인 무드를 강조한 스타일링이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