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V가 특히 환경오염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도로의 새 왕자’라는 표현을 썼는데. SUV는 덩치가 큰 만큼 에너지 효율이 낮다. 날렵한 세단과 비교했을 때 확연한 차이가 있다. 엔진이 배출하는 미세먼지 또한 문제다. 미세먼지 발생량은 승용차의 부피와 정비례하기 때문에 배출량도 증가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SUV 선호도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2020년 신차의 절반 정도가 SUV였으며 2030년에는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전기차 또한 차량 이동 마찰로 비배기(Non-exhaust) 미세먼지를 생성하기 때문에 전기차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는 승용차로 인해 ‘납치된 도시’를 되찾기 위해 철도 이용을 권유한다. 기후위기 탈출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교통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동할 때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수단은 물론 자전거지만 3일을 걸쳐 페달을 밟아서 가려는 경우는 희박할 것이다.(웃음) 때문에 철도가 현실적인 방안이다. 급행열차가 정차하는 수원, 영등포, 평택 역처럼 체계적인 철도망이 이뤄져야만 도시 사이를 효과적으로 오갈 수 있다.

책에서 언급한 ‘매일의 이동 기록 남기기’가 흥미롭다. 실제로 엑셀 스프레드시트에 이동 경로를 기록하며 하루에 내뿜는 탄소량을 계산한다고. 어떤 효과가 있나? 기록한 수치를 보면 경각심을 갖게 된다. 버스를 기다리며 ‘택시 탈까?’라는 생각이 들 때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탄소배출량 계산을 하게 된다. 그럼 결국 기다리는 옵션을 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렇듯,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현명한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우리 모두 마이너스 통장에서 계속 당겨 쓰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말하자면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파리기후협약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 제로 달성을,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실현가능한 수치라고 보는가? 1.5℃는 기업의 부채비율과 비슷한 성격의 숫자다. 석유 1리터를 사용하면 온실가스가 2kg 발생한다. 이는 소멸하지 않고 몇 만 년 동안 지구에 남아있다. 지속적으로 쌓여서 펼쳐진 상황이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현상이다. 무력감을 느낄 수 있지만 오히려 반대로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내가 지금 배출하고 있는 탄소 1kg이 빙하를 녹게 만드는 마지막 지푸라기일 수도 있다는 것. 일종의 발상의 전환이다. 이런 마음들이 모여서 “내 삶과는 아무 상관 없어”라는 체념에서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