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 가수 나딘 시에라의 공연과 함께 시작된 버버리의 뉴 컬렉션은 해변에서 받은 영감으로 채워졌다. 아우터를 허리에 묶는 스타일링이나 컷아웃과 펀칭, 레이스 디테일로 변주된 비치 웨어, 고스 무드의 이브닝드레스 등 변덕스러운 날씨로 유명한 영국 해변의 다양한 면면을 담아냈다. 이번 쇼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 티시의 고별 컬렉션으로 아쉬움을 더했다.

쇼가 시작되자 크리스토퍼 케인을 사로잡은 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바로 해부학! 섹시하고 도발적인 란제리 룩에 해부학적 요소로 위트를 더했는데, PVC 소재로 인체의 늑골을 표현하거나 근육 조직이 돋보이는 프린트를 실크 드레스에 접목시키는 등 마치 예술작품을 보는 듯했다.

프랑스 남부로 여행을 떠난 유돈 초이 컬렉션은 경쾌하면서도 로맨틱한 무드로 가득했다. 살결을 드러낸 시어한 셔츠와 선명한 색감의 드레스에서 관능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고 지난 시즌부터 루이 까또즈와 협업한 핸드백들도 눈길을 끌었다.

라프 시몬스의 마지막 컬렉션은 자신이 데뷔했던 1980년대로 회귀했다. 발레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테일러드 재킷, 네온 레깅스와 도트 패턴의 저지 톱 등과 같은 미니멀한 펑크 룩으로 채워졌다. 벨기에 예술가 필리프 반덴베르크의 낙서 ‘Kill them all and Dance’를 곳곳에 새기며 자신의 언더그라운드적 감성을 드러내기도.

‘예술 복원의 기술과 헌신’을 테마로 진행된 컬렉션. 브리티시 뮤지엄을 런웨이 삼아 한 편의 장엄한 시와 같은 쇼를 선보였다. 튤 드레스에 정교한 자수로 기품을 더했으며 1950년대 풀 스커트와 함께 착용했던 브라렛을 접목시킨 뷔스티에, 다채로운 기법으로 표현된 플라워 모티프까지.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