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WeekendRoom 디스위켄드룸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42길 30
김나형 디렉터는 전속 작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시키고자 때로는 한계를 냉철히 판단하고 때로는 한계를 과감히 뛰어넘는 시도를 하다 보면 모두와 동반성장하는 인큐베이팅 플랫폼으로 거듭날 거라 믿는다. 한남동의 여러 갤러리 중 이곳의 개성이 또렷이 빛나는 이유는 진정으로 작가를 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갤러리 하면 떠오르는 상투적인 분위기를 걷어내고 싶었다. 관람객이 오로지 작품에 집중하고, 그 면면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가장 화창한 날의 실외 조도에 맞춰 내부 조명을 자체 제작했다. 간혹 작가들이 발가벗겨진 기분이라고 비유하는데 작품에 자신이 있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진가를 잘 드러낼 장치가 아닐까 싶다.
1층과 지하를 잇는 수직 보이드가 눈에 띈다. 왜인지 특별한 역할을 수행할 것만 같다.
요즘 젊은 작가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평면과 입체 등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매체를 탐구하는 일에 능숙하다. 따라서 실내 구조에 따라 작품을 변주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길이 6m 남짓의 수직 보이드는 호기심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이를 활용한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도 여럿이다.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젊은 작가를 주로 소개한다. 작가의 어떤 면을 면밀히 체크하나?
기본적으로 흥미로운 세계관과 독창적 재능의 유무, 작업을 향한 몰입도를 살핀다. 본능적인 감각으로 멋진 작업을 선보이는 신진 작가는 여럿이다. 동시에 자신이 속한 예술 생태계에 무관심하거나 전업 작가의 성실한 태도를 갖추지 못해 수년 사이에 사라지는 작가 또한 부지기수다. 그렇기에 본인의 가능성과 한계를 잘 알고 동시에 도전적이며 근면한 자세를 가진 작가를 주목하고 있다.
전시 기획을 할 때 절대 놓치지 않는 주안점은?
갤러리는 개인의 소유가 아닌 생동하는 유기체이자 플랫폼이고 전시는 작가, 기획자, 큐레이터의 협력으로 완성되는 하나의 콘텐츠다. 그렇기에 작가의 현재 작업과 지금 갤러리가 아트 신에서 점유하는 요소 간 최적의 시너지를 낼 지점을 치열하게 연구한다.
CDA Gallery CDA갤러리
서울시 성동구 성수일로10가길 4
전시기획사를 운영하는 문현철 디렉터는 언제나 순수한 기획을 그리워했다. 클라이언트의 의뢰가 아닌 기획자와 작가, 둘이 머리를 맞대고 깊이 파고드는 그런 전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성수동에서 알맞은 공간을 만났고, 그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갤러리를 오픈하기로 마음먹는다. 지하철역에서 조금 먼 위치였지만 큰 걸림돌은 아니었다. 일부러 찾아올 만큼 좋은 전시를 만들 자신이 있으니까.
명확한 기준이 있다. 우선 우리가 보았을 때 비주얼이 아름답고 신선해야 한다. 그다음이 작품에 담긴 메시지다. 작가가 무엇을 전달하고 싶고 그것이 얼마나 관람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나아가 신선한 영감을 줄 가능성까지 두루 살핀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CDA갤러리의 색깔을 한 방울 떨어트린다. 단지 예쁜 이미지만 즐비한 전시는 지양한다.
단연 무지개다. CDA갤러리의 철학을 담는 동시에 작가 저마다의 표현 방식을 존중하는 게 우리 방식이다. 매번 똑같은 필터를 씌우기보단 개인의 성향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메인 작품, 에스키스, 스케치 등 여러 소스를 충분히 확보한 뒤 수많은 논의를 거쳐 작가의 매력을 최대로 끌어내는 방법을 찾는다.
공식 홈페이지에 “관람객에게는 영감의 확장과 컬렉팅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적어놓았다. 대체로 어떤 사람들이 이곳에서 컬렉팅을 시작하는가?
이제 막 시작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림에 관심은 있지만 입문 방법을 모르는 이들이 찾는다. CDA갤러리가 소개하는 작가는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의 화려한 경력을 가지곤 있지만, 순수 회화 커리어만 놓고 보았을 땐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신진이다. 아직 가격은 높지 않지만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젊은 작가를 소개하기에 비슷한 결의 컬렉터가 모이는 듯하다.
매번 전시를 준비하며 작가의 작품이나 삶에서 특정 메시지를 발견한다. 그것이 관람객에게 잘 닿길 바란다. 좀 더 캐주얼하게 말하자면 여기까지 걸어온 보람이 있었으면 한다.
Cylinder 실린더
서울시 관악구 양녕로1길 48
영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잠시 한국에 들어온 노두용은 의도치 않게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재정비를 마치는 대로 런던으로 돌아가 작업에 몰두하려 했는데, 코로나로 손발이 묶여버린 것. 달라진 계획에 마음은 울적했지만, 가만히 있는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일단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다니던 헬스장 근처에 실린더를 열었다.
실린더는 실린더다. 오픈 때부터 지금까지 뚜렷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있다. 초기에는 비영리를 지향한다고 작품도 판매하지 않았다가 더 프리뷰 한남에서 첫 셀링을 했다. 그때 얻은 수익으로 다음 전시를 준비해보니 이런 방식도 괜찮겠다 싶어 여러 페어에 나가는 중이다. 굳이 말하자면 이제야 조금씩 작동되는 괴상한 형태의 갤러리라고 해야 할까?
젊은 작가이자 기획자인 만큼 작가 선정에 있어 남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을 듯하다.
속부터 탄탄한 위트가 있어야 한다. 한없이 진지하지 않길 바란다. 관람객 기준을 온통 그들에게 맞추는 건 아니지만 미술을 잘 몰라도 이해 가능한 작업을 선보이려 한다.
기획, 커뮤니케이션, 홍보, 페어 참가 등 여러 일을 혼자 해내고 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데 단독 운영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나?
다소 강박적으로 일을 하는지라 혼자가 마음 편하다. 타인이 나와 같지 않기에 서로 생각하는 업무 범위가 다르고,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차이는 결국 내가 메워야 한다. 그럴 바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책임지는 게 더 효율적이더라.
지금과 같았으면 한다. 전시를 끝내고 서로 다독이며 안아주는 정도로만 유지되길 바란다.
프리랜스 에디터 이효정은 미술에 있어 상반된 취향을 가지고 있다. 클래식한 정통 회화를 좋아하면서 이제 막 데뷔한 작가의 실험적인 작품에도 마음을 쉽게 빼앗긴다. 주말에는 서울 곳곳에 숨겨진 새로운 공간 방문에 여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