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비엔날레를 위한 키워드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부산비엔날레를 위한 키워드

올해 부산비엔날레의 주제는 ‘물결 위 우리’다. 물결은 요동치는 역사와 사람들의 이동 등 다층적인 의미를 품고 있다. 특히 '물결 위'라는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해 개개인이 맞이하는 움직임과 변화의 물결, 혹은 한마음으로 위기나 미래에 대처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큐레이터와 관람자가 부산비엔날레의 물결을 탔다.

BAZAAR BY BAZAAR 2022.09.30
 
김주영(b.1948, 한국), 〈제1부두의 고고학: 물결은 빛이 되다. 바람이 되다. 길이 되다. 역사가 되다〉, 2022, 혼합매체, 가변크기.

김주영(b.1948, 한국), 〈제1부두의 고고학: 물결은 빛이 되다. 바람이 되다. 길이 되다. 역사가 되다〉, 2022, 혼합매체, 가변크기.

물은 시간이다. 쉬지 않고 흐른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은 이야기다. 무릇 시간이 있는 곳에는 서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물의 흐름을 지켜보는 일은 인간의 과거를 돌이켜보는 일과 흡사하다. 인간은 끊임없이 이동했고, 노동했으며, 도시를 만들었고, 기술을 신봉했다. 자못 ‘자연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이 굴레는 무수한 사건을 낳았다. 요즘 인간은 그 굴레의 결과가 ‘자연’에 반한다는 진실을 느리게 알아채는 중이다. 그 진실이란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서 아무런 자극도 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세계의 참혹이다. 환경파괴, 빈부격차, 글로벌 불균형과 불평등, 물신주의, 혐오와 차별. 용케도 현대미술은 한 번의 지친 기색 없이 앞선 참혹의 종류를 가차 없이 반성한다. 가까운 예로 59회 베니스비엔날레의 세실리아 알레마니 예술 감독은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를 주제로 20세기 초현실주의, 미래주의, 다다, 바우하우스의 개념과 현대의 예술을 교차시키며 인간의 ‘변형’에 대해 질문했다. 2022 부산비엔날레의 김해주 예술감독은 ‘물결 위 우리(We, on the Rising Wave)’라는 제목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사건의 ‘연결’에 방점을 찍는다. 김해주 감독은 “글로벌리즘을 넘어서는 전 지구적 사고(Planetary Thinking)”를 지향한다. 요컨대 조류에 따라 흐르는 물결을 맞이하고 보낼 때, 나와 당신은 결국 같은 곳에 있는 셈이다. 이때 이주, 노동과 여성, 도시생태계, 기술의 변화는 언제나 나의 문제이자 당신의 문제다. 이런 주제일수록 비엔날레와 같은 대형 전시에서 예술감독의 전시 장소 선정은 하나의 선언과도 같다. 어디에서 무엇을 보게 할 것인가? 어떤 순서로 보게 할 것인가? 이 모든 선택이 주제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그런 점에서 김해주 감독은 부산항 제1부두 옛 창고부터 영도의 폐공장, 초량의 한 주택, 을숙도의 현대미술관까지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쟁점을 오가는 정확한 선택을 선보였다. 비엔날레 시즌이 되면 해마다 ‘비엔날레 무용론’이 지치지 않고 등장하지만, 1981년 이래 약 40년간 존속해온 부산비엔날레의 명맥이 무용했던 적은 없었다. 전시는 여전히 질문이 많고, 질문할 의지가 있다는 점에서 전시는 유효하다. 다만, 좋은 비엔날레는 작품 한 점을 통해 거대한 질문을 나누는 방법을 고민한다. 이번 부산비엔날레도 그렇다.  글/ 박수지
 
박수지는 독립큐레이터이자 기획자 플랫폼 WESS의 공동 운영자다. 요즘 기후위기 뉴스를 마주할 때마다 반사적으로 박경리를 탐독한다.
 
김성환(b.1975, 한국), 〈머리는 머리의 부분〉, 2021, 어머니 마일레 마이어의 머리를 들고 있는 드류 카후아이나 브로더릭, 시에라 드라이브, 윌헬미나 라이즈, 호놀룰루, 코나, 오아후, 하와이.

김성환(b.1975, 한국), 〈머리는 머리의 부분〉, 2021, 어머니 마일레 마이어의 머리를 들고 있는 드류 카후아이나 브로더릭, 시에라 드라이브, 윌헬미나 라이즈, 호놀룰루, 코나, 오아후, 하와이.

부산비엔날레의 나침반이 되어줄 네 개의 키워드
 
부산비엔날레가 제시하는 네 개의 주요 항로, 즉 전시의 키워드는 이주, 여성 그리고 여성노동자, 도시생태계, 기술의 변화와 로컬리티에 대해 질문이다. 네 개의 항로에 호응하듯 네 개의 장소에 정박한다. 패트릭 블랑의 수직정원이 외벽에 설치된 을숙도 부산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부산항 제1부두 창고, 영도 공장, 초량 주택에서 진행되고 있다. 2020년부터 영도가 비엔날레의 주 무대가 되었고, 올해는 부산항 창고와 초량의 산복도로까지 한발 더 나아간다. 부산항 제1부두 창고는 1912년 준공 이후 근대도시 부산의 출발점으로 기능했다. 부산의 경제와 노동, 이주와 맞닿은 장소로 역사적 의미와 가치가 있으며, 4천m² 옛 창고 건물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했다. 전시 이전의 창고 모습이 궁금하다면 퍼포먼스 리허설을 담은 남화연의 작품 〈당신은 오직 두 번 산다〉 (부산현대미술관 2층 상영)를 보면 된다. 올여름 텅 빈 제1부두에서 진행된 리허설을 통해 옛 모습과 만날 수 있다.
 
이디스 아미투나이(b.1980, 뉴질랜드), 〈노스 웨스트 배틀〉, 2021, 플렉스 원단에 프린트, 알루미늄 프레임, LED 조명, 350x525x18cm.

이디스 아미투나이(b.1980, 뉴질랜드), 〈노스 웨스트 배틀〉, 2021, 플렉스 원단에 프린트, 알루미늄 프레임, LED 조명, 350x525x18cm.

부산현대미술관과 부산항 제1부두 창고가 대부분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메인 전시장이지만, 영도 공장과 초량 주택도 빼놓을 수 없다. 두 공간은 접근성이 용이하지는 않지만, 영도와 초량만의 특성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방문할 필요가 있다. 먼저 피난민과 실향민의 집이자 출항 해녀들의 일터인 영도는 이주와 노동의 섬이다. 최근 영도는 흰여울문화마을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비엔날레는 영도구 동삼동에 위치한 송강중공업의 폐공장 건물을 전시장과 야외극장으로 활용했다. 미술 영상과 다큐멘터리가 바다와 배가 어우러진 야외 공간에서 상영된다. 반면 초량의 마을 풍경은 부산의 오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금수사 옆 초량의 언덕에 위치한 집 한 채에 송민정의 작품(〈커스텀〉)만 전시되어 있다. 이곳은 사실 전시장을 방문하기 위해 서민들의 거주지를 연결하는 이동망인 산복도로를 체험하는 데 의미가 있다. 웅장한 야외극장과 소박한 언덕 위의 집, 규모나 분위기에서 대조적인 두 전시장은 부산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부산의 감춰진 역사와 이주자/노동자의 삶이 새겨진 공간이 주제에 잘 부합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비엔날레의 여정은 감동적이며, 상당수의 작품이 신작이거나 비엔날레를 위해 맞춤형으로 재제작되었다는 점에 특히 마음을 빼앗겼다. 보통 비엔날레는 테마에 맞춰 익히 소개되었던 작품을 모으기 마련이다. 신작 위주의 소개일 경우 잘 알려지지 않는 특정 국가의 작가들로 집중되기 쉬운데, 이번에는 지명도 있는 거장과 신진 작가의 조화, 다양한 국적뿐 아니라 작품의 테마나 장르까지 적절히 안배되었다. 
 
현남(b.1990, 한국), 〈연환계〉, 2022, 에폭시 수지, 폴리우레탄 수지, 안료, 아크릴, 시멘트, 탈크, 유리섬유, 철, 플라스틱 체인, 카라비너, 폴리스티렌, 가변크기.

현남(b.1990, 한국), 〈연환계〉, 2022, 에폭시 수지, 폴리우레탄 수지, 안료, 아크릴, 시멘트, 탈크, 유리섬유, 철, 플라스틱 체인, 카라비너, 폴리스티렌, 가변크기.

부산현대미술관 1층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시멘트 지지대와 철골 기둥 위에 그물을 설치한 거대한 작품이다. 마스터피스 런던에서 마스터피스 프레젠트에 초대된 바 있는 필리다 발로는 기존 연작에서 파생한 새로운 버전의 〈무제: 블루캐처; 2022〉를 내놓았다. 부산의 어선에서 사용한 그물들을 통해 부산 바다와 고단한 노동을 반영한다. 인디고 식물과 쪽 염색을 전시한 피아 뢰니케는 식물의 흔적과 언어,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살피는 〈미래의 수평선〉에서 부산 외곽 섬유 작업장의 쪽 염색법을 활용했다. 지하 1층에는 2013년 터너상 수상자이자 올봄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전시 〈심층여행사〉를 선보였던 로르 프루보가 야자수로 엮어 만든 터널로 유혹하고 있다. 터널(〈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바다의 깊은 곳까지〉)을 지나면 마치 자궁 같은 전시 공간(심지어 인간의 체온에 맞춰 따뜻이 데워진 공간)이 나온다. 다양한 해양생물이 알몸의 여성들과 함께 공존하는 영상 〈Four For See Beauties〉가 백일몽에 빠지듯 몽롱함을 선사한다. 2층에는 엘리사 제인 카마이클이 바닷가에서 자란 목화나무 줄기로 제작한 그물 위에 숭어 비늘을 엮어 올린 〈풍요로운 자연의 아름다움에 동화되는 것이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자연의 숨결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와 달리 마르완 레치마위는 2020년 8월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폭발 사고로 파괴된 벽에서 6백kg의 금속을 거둬 압축한 〈갤러리 6.08〉을 통해 도시의 비극적인 기억을 환기한다. 부산항 제1부두 창고로 가보면, 패총에 대해 연구하는 호주 출신의 메간 코프가 경남 진해에서 수급한 굴 껍질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킹인야라 구윈얀바(오프 컨트리)〉는 나무 기둥에 굴 껍질을 엮은 후 갯벌에 꽂아 기르는 전통 양식법을 차용한 설치인데, 이번에는 진해의 굴 껍질을 활용했다. 항구라는 공간에는 히라 나비의 영상 〈땅의 경계에서 죽어가는 모든 것들〉이나 강태훈이 컨테이너 형태의 구조물에 영사한 〈그들은 어디로 가나이까〉가 어울린다. 전자는 1995년 경남 진해에서 건조된 컨테이너선 오션 마스터가 2018년 해체된 장소인 파키스탄 가다니의 노동자들과 상상의 대화를 한다. 후자는 전쟁, 부산의 역사, 이주노동자 등의 이미지를 자본과 물류의 흐름을 상징하는 컨테이너에 투사해 현대 제국주의의 지도를 그려낸다. 또한 창고의 한쪽 구석에는 크고 작은 조각들이 사슬로 연결되어 공중에 떠 있는 형태를 지닌 현남의 설치작품 〈연환계〉가 창고에 오랫동안 방치된 낡은 닻과 긴밀하게 묶여 교류하듯 묘한 기운을 자아낸다.
 
메간 코프(b.1982, 호주), 〈킹인야라 구윈얀바(오프 컨트리)〉, 2022, 굴, 목재, 철, 가변크기.

메간 코프(b.1982, 호주), 〈킹인야라 구윈얀바(오프 컨트리)〉, 2022, 굴, 목재, 철, 가변크기.

오우암(b.1938, 한국), 〈통학생〉, 2002, 캔버스에 유채, 80x117cm.

오우암(b.1938, 한국), 〈통학생〉, 2002, 캔버스에 유채, 80x117cm.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한 이미래가 비계, 폐유, 공사 가림막을 사용해 만든 〈구멍이 많은 풍경: 영도 바다 피부〉가 영도 폐공장에서 멋진 장관을 이루고 있다. 태풍으로 건물의 지붕과 벽체 일부가 날아간 공장은 건물의 골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마치 죽은 고래의 거대한 뼈대를 보는 것처럼 숭고함마저 일으킨다. 이곳에 공존의 흔적을 남기는 이미래의 작업은 혼돈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 공장의 기둥과 내부의 작품이 빚어내는 충돌만큼 자연의 힘, 즉 태풍(올해 개막 시기에도 찾아옴)의 피해가 긴장을 불러온다. 공장 밖 컨테이너에는 시부야의 검은 쥐를 피카츄로 탈바꿈한 작업 〈슈퍼 랫〉을 선보였던 침↑폼 프롬 스마파!그룹이 DIY 정신을 실천해 〈Drink It Yourself〉를 설치했다. 일본 도부로쿠 사케 제작 방식을 금정산정 막걸리의 누룩에 결합해 제3의 술을 빚어냈다. 한국과 일본 간의 문화적 교차점을 드러내는 작업으로 공식 밀조주를 자처하며 부산 주점에서 마실 수 있는 무료 쿠폰을 나눠준다. 무엇보다 야외 극장에서 저녁에 상영되는 영상들은 영도만의 독특한 경험으로 인도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영도와 기장의 해녀촌을 방문한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스 클럽의 해조류 관련 작업이나 부산 풍경을 소박하고 담담하게 담아낸 오우암(1938년생)의 회화 등에서 부산의 고유함(지역성)을 찾을 수 있다. 이외 미처 소개하지 못한 작가들의 많은 작품들이 있다. 64팀의 작가가 총 2백39점을 선보인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4개의 항로를 따라 혹은 자신의 심미안을 발동해 작품과 세상을 연결하며 공명을 만들어내는 것이 비엔날레의 즐거움이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이번 비엔날레는 홈페이지에 무척 신경을 썼다. 별 어려움 없이 전시 관련 정보를 습득할 수 있으며, '부표들'이나 '조약돌'을 누르다 보면 전시를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부산의 변천사를 품은 네 개의 정박지를 거치는 긴 여정, 궁극적으로 다양한 물결 위에서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글/ 전종혁
 
 
전종혁은 프리랜스 에디터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되던 시절부터 빠짐없이 부산비엔날레를 방문했다. 2년마다 부산의 잠재력을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 2022 부산비엔날레 ‘물결 위 우리’는 11월 6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 부산항 제1부두, 영도, 초량에서 열린다.
 
이미래(b.1988, 한국), 〈구멍이 많은 풍경: 영도 바다 피부〉, 2022, 비계, 폐유, 공사 가림막, 1620x2160x1660cm.

이미래(b.1988, 한국), 〈구멍이 많은 풍경: 영도 바다 피부〉, 2022, 비계, 폐유, 공사 가림막, 1620x2160x166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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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박수지
    글/ 전종혁
    사진/ 부산비엔날레 제공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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