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아와 유예림

Jina Park, 〈Public Sculpture 02〉, 2021, Oil on linen, 130x158cm. Photo: Chunho An,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박진아
최근 유예림은 “특유의 느슨한 붓질과 물감이 중첩되고 흘러내린 캔버스 표면의 흔적을 통해” 박진아의 작업 과정을 ‘상상’해보았다. 그러다 불현듯 새로운 차원을 발견했다. “박진아 작가는 주로 직접 촬영한 일상의 사진을 회화로 담아내는 작업을 하지 않나. 때문에 회화 안에 현실을 포착한 원본 이미지가 일정 부분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작품을 다시금 자세히 들여다보며 그림 속 시공간이 현실의 그것에 기반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매우 비현실적으로 보인다고 느꼈다. 작업 과정을 상상하게끔 하는 캔버스 표면의 흔적들 때문에 그런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회화의 표면이 그것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사진 이미지보다 훨씬 돌출된 듯 보인다.” 박진아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유예림이라는 신진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어느 정도의 나이 차가 있을 때는 선생과 제자, 선후배와 같은 수직적인 관계를 벗어나 이렇게 일대일로 대화할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어를 들으며 소리로 이야기를 상상한다는 그의 작업 과정을 듣고 좋은 의미에서 정말 엉뚱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작품 안에서 좀 더 엉뚱한 비약을 해봐도 좋지 않을까’ 자극도 얻었다.”
박진아와 유예림은 구상회화라는 틀 안에서 이야기를 선사한다. “나는 처음에 떠올린 단어와 문장들이 서로 엉겨붙고 튕겨 나가고 수렴되며 만들어진 제3의 내러티브를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박진아 작가님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장면, 어떤 상태와 그다음 상태의 사이에 존재하는 찰나를 포착하고 이를 회화로 옮기는 작업을 하시지 않나. 우리 둘 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목하는 제1의 이야기가 아닌 제3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작업의 시작점으로 삼는다는 면에서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Yae Rim Ryu, 〈Fragrance of You〉, 2021, Oil on panel, 193.9x224.2cm.

유예림
유예림은 “화면의 모든 부분이 튀는 곳 없이 고르게 칠해졌을 때”, “캔버스 표면이 ‘완벽한 한 판’으로 보일 때” 작업이 비로소 완성에 가까워졌다고 느낀다. 그런 그가 물었다. “언제 작업이 완성되었다고 느낍니까?” 박진아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재현하려고 하는 순간을 완전히 재현했으면서 순간성과 움직임은 사라지기 직전인 상태”라고. 그때가 비로소 캔버스가 ‘완벽한 한 판’이 되는 순간이라고.
손안나는 〈바자〉의 에디터다. 예술을 매개로 ‘나’와 ‘세상’ 사이의 대화를 지속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