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아와 유예림, 제3의 이야기를 그리는 예술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박진아와 유예림, 제3의 이야기를 그리는 예술가

프리즈와 샤넬이 협업한 ‘나우 & 넥스트(NOW & NEXT)’는 한국 현대예술의 업적을 기리고 서로 다른 세대의 예술가 간의 대화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6인의 예술가 박진아, 박경근, 정희승과 유예림, 이유성, 김경태가 다시 한 번 예술로 소통한다.

BAZAAR BY BAZAAR 2022.09.28

박진아와 유예림

언제 작업이 완성되었다고 느낍니까? 
Jina Park, 〈Public Sculpture 02〉, 2021, Oil on linen, 130x158cm. Photo: Chunho An,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Jina Park, 〈Public Sculpture 02〉, 2021, Oil on linen, 130x158cm. Photo: Chunho An,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박진아

박진아

1974년생 박진아는 일상의 작은 순간을 포착해 캔버스에 옮기는 회화 작가다. 1994년생 유예림은 가상의 내러티브를 이미지로 번역하고 그것을 삽화적인 회화, 회화적인 삽화 사이의 애매한 지점에 도달시키고자 한다.
최근 유예림은 “특유의 느슨한 붓질과 물감이 중첩되고 흘러내린 캔버스 표면의 흔적을 통해” 박진아의 작업 과정을 ‘상상’해보았다. 그러다 불현듯 새로운 차원을 발견했다. “박진아 작가는 주로 직접 촬영한 일상의 사진을 회화로 담아내는 작업을 하지 않나. 때문에 회화 안에 현실을 포착한 원본 이미지가 일정 부분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작품을 다시금 자세히 들여다보며 그림 속 시공간이 현실의 그것에 기반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매우 비현실적으로 보인다고 느꼈다. 작업 과정을 상상하게끔 하는 캔버스 표면의 흔적들 때문에 그런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회화의 표면이 그것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사진 이미지보다 훨씬 돌출된 듯 보인다.” 박진아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유예림이라는 신진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어느 정도의 나이 차가 있을 때는 선생과 제자, 선후배와 같은 수직적인 관계를 벗어나 이렇게 일대일로 대화할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어를 들으며 소리로 이야기를 상상한다는 그의 작업 과정을 듣고 좋은 의미에서 정말 엉뚱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작품 안에서 좀 더 엉뚱한 비약을 해봐도 좋지 않을까’ 자극도 얻었다.”
박진아와 유예림은 구상회화라는 틀 안에서 이야기를 선사한다. “나는 처음에 떠올린 단어와 문장들이 서로 엉겨붙고 튕겨 나가고 수렴되며 만들어진 제3의 내러티브를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박진아 작가님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장면, 어떤 상태와 그다음 상태의 사이에 존재하는 찰나를 포착하고 이를 회화로 옮기는 작업을 하시지 않나. 우리 둘 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목하는 제1의 이야기가 아닌 제3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작업의 시작점으로 삼는다는 면에서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Yae Rim Ryu, 〈Fragrance of You〉, 2021, Oil on panel, 193.9x224.2cm.

Yae Rim Ryu, 〈Fragrance of You〉, 2021, Oil on panel, 193.9x224.2cm.

유예림

유예림

박진아는 두 사람의 연결고리를 “나를 꽁꽁 숨긴 나의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우리 둘이 제시하는 이야기의 성격은 차이가 크다. 유예림의 작품은 상당히 이국적이고 서사적인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데 반해 내 작품은 훨씬 보편적인 이야기를 제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장면으로 열려 있는 모종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나는 유예림이 스스로를 작품에서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본인과 가장 먼 대상에서 소재를 찾고 내러티브를 만든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나의 경우 항상 나와 가까운 주변에서 소재를 가져오지만 내 감정이나 주장을 작품에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내 작품의 키워드를 ‘거리감’으로 꼽는 평도 종종 듣는다. 그러니 스스로를 숨기고 싶어하는 작가들이 만난 것이다.”
유예림은 “화면의 모든 부분이 튀는 곳 없이 고르게 칠해졌을 때”, “캔버스 표면이 ‘완벽한 한 판’으로 보일 때” 작업이 비로소 완성에 가까워졌다고 느낀다. 그런 그가 물었다. “언제 작업이 완성되었다고 느낍니까?” 박진아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재현하려고 하는 순간을 완전히 재현했으면서 순간성과 움직임은 사라지기 직전인 상태”라고. 그때가 비로소 캔버스가 ‘완벽한 한 판’이 되는 순간이라고.
 
손안나는 〈바자〉의 에디터다. 예술을 매개로 ‘나’와 ‘세상’ 사이의 대화를 지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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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손안나
    사진/ 샤넬 코리아 제공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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