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굴러다니는 쓸모없는 물체를 청소하는 오메가의 작업 광경. ⓒ ClearSpace
현재 지구상의 모든 제조업은 ‘필환경’이라는 화두에 몰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환경이 아닌 필환경 시대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것. 무엇을 하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소재와 제조과정, 포장과 유통방식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미래 세대와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지속가능한 길을 걷고 있는 하이엔드 워치의 발자국을 살펴보자.
먼저 태그호이어는 이번 2022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스위스 최초로 인증된 ‘에코 드라이브’ 태양광 다이얼 시스템을 사용한 새로운 아쿠아레이서 컬렉션을 공개했다. ‘아쿠아레이서 프로페셔널 200 솔라그래프’ 워치는 영원한 자연의 에너지원인 태양에 의해 움직인다. 솔라그래프 무브먼트를 탑재함으로써 별도의 배터리 충전 없이 오직 태양광 혹은 인조광을 통해 충전할 수 있다. 충분한 햇빛 아래에서 2분의 충전이면 하루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고, 20시간 완충 시간 후에는 무려 6개월간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시계의 슈퍼루미노바 역시 태양의 힘을 받아 밝게 빛나며, 베젤과 다이얼 그리고 핸즈에 반영된 이 슈퍼루미노바는 착용자에게 해 질 녘에도 뛰어난 가시성을 선사해 아웃도어 활동에 도움을 준다. 또 플라스마 기법으로 만든 새로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까레라 플라스마 투르비용 나노그라프’ 시계도 소개했다. 인공적으로 만든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천연석보다 저렴하지만 신기술을 더한 투르비용을 탑재한 크로노그래프 기능에 다이얼, 인덱스, 케이스, 크라운까지 모두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시계는 거의 5억원에 달하는 가격이다. 환경을 고려하는 만큼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방증이 아닐까. 파네라이는 신소재와 새로운 기술 공정을 개발해 업계에서 자원 재활용을 리드하는 워치메이커다. 워치메이킹 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고철을 재활용해 만든 e스틸™을 개발했는데, 100% 재생 원료로 만든 차세대 금속 소재로 주목할 만하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는 사실. 최근 파네라이는 재활용 소재의 비율을 최고치로 극대화한 콘셉트 워치인 ‘eLABID™’를 선보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활용 소재의 구성에 대한 세부 정보를 독점하지 않고, 재활용 소재 공급업체와 협력사에 대한 정보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했다는 점이다. 2025년까지는 전체 컬렉션의 30%를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여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호이어의 ‘아쿠아레이서 프로페셔널 200 솔라그래프’ 워치.
IWC 샤프하우젠 역시 스위스 럭셔리 워치 브랜드 최초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행했으며, 포지티브 럭셔리 버터플라이 마크 획득, FSC(삼림관리협의회)의 인증을 받은 제품만을 공급하고 있다. 이와 같은 꾸준한 노력의 결과로 IWC는 친환경 소재인 종이를 주재료로 만든 팀버텍스 워치 스트랩을 탄생시켰다. 가죽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의 중요성을 인지한 것. 그동안 스틸, 텍스타일, 러버와 같은 다양한 소재의 스트랩을 제공해왔는데, 새롭게 팀버텍스 스트랩을 추가해 지속가능한 스트랩 컬렉션의 라인업은 더욱 확장되었다. 팀버텍스 스트랩은 질감이 부드럽고 유연하며, 플라스틱이나 석유 기반의 합성 가죽과 달리 80%가 천연 식물 섬유로 구성되었다. 뿐만 아니라 책임감 있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되는 유럽의 산림에서 수확해 비영리기구인 국제산림관리협회에서 부여하는 인증을 획득한 목재에서 셀룰로스를 추출하여 사용한다. 팀버텍스 스트랩은 세심한 수작업 공정을 핵심으로 총 60여 단계의 제작 공정을 거쳐 완성되며, 스트랩 내부는 편안안 착용감을 위해 재활용 마이크로파이버로 채워진 후 재활용 실을 이용하여 꼼꼼하게 마감된다. 뛰어난 내구성과 방수 기능을 제공하므로 시계를 착용하고 수영을 한 후에도 스트랩이 마모되지 않는다. 1백61년 전통의 쇼파드 역시 2018년 7월부터 워치 주얼리 전 제품을 윤리적으로 채굴된 골드로 제작하고 있다. 루센트 스틸 A223으로 제작한 ‘알파인 이글’ 워치가 대표적이다. 윤리적인 방식으로 채굴한 스틸 소재로 2번의 멜팅 과정을 거쳐 기존의 스틸에 비해 견고하고 스크래치에 강하다. 또한, 피부에 자극이 적어 민감한 피부도 안심하고 착용할 수 있으며 기존의 스틸보다 불순물을 훨씬 적게 포함하고 있어 골드에 버금갈 정도로 빛나고 반짝인다. 또한 쇼파드는 ‘이글 윙스 파운데이션’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알프스의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파네라이는 해양보존을 장려하는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제니스 역시 최근 LVMH의 스타트업 기업인 노나 소스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노나 소스는 DARE(LVMH의 경영자 마인드 개발 프로그램)를 통해 탄생한 최초의 온라인 리셀러 플랫폼으로, 럭셔리 패션 메종의 여분 패브릭에 새로운 가치와 생명력을 불어넣어 다양한 예술가들이 이를 구매해 재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제니스는 LVMH 패션 & 가죽 제품 메종의 화려한 여분 패브릭을 시계 스트랩으로 새롭게 디자인해 선보였는데, 시작은 바로 ‘데피 미드나잇’ 컬렉션이다. 다채로운 컬러와 텍스처를 살린 패브릭에 러버 안감을 갖춘 7개의 스트랩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데피 미드나잇 모델에 호환이 가능한 우븐, 캔버스, 데님 등으로 제작된 스트랩은 시계 케이스백에 탑재된 실용적이고 간편한 스트랩 교체 시스템을 활용하여 특별한 도구 없이 탈착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 한편 패키지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브라이틀링이 선보인 새로운 워치 패키지는 재활용뿐만 아니라 추후에 재사용도 가능한 소재로 제작된다. 원단에서 푸시 버튼까지 100% 업사이클된 페트병으로 만들어졌으며, 지정된 시설에서 다시금 재활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패키지에 사용하는 요소를 평균 12개에서 3개(상자, 쿠션, 사용설명서)로 줄인 것도 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다. 또 새로운 워치 패키지를 시장에 직접 배송함으로써 이동하는 평균 거리를 30% 단축하였으며 특히 상자를 접어 납작한 상태로 배송할 수 있도록 부피를 간소화함으로써 운반 과정에서 발생하는 CO2 배출량 역시 60% 이상 감소시켰다.
비단 시계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만 환경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오메가는 클리어스페이스 팀에 합류하여 위험한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달에서 착용한 최초의 시계 브랜드다운 행보 아닌가. 1965년,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가 모든 유인 우주 임무를 위한 시계로 나사(NASA)의 인정을 받으면서 새 장이 시작되었다. 클리어스페이스와 협력하여 통제를 벗어난 우주 위성을 최초로 포착한 뒤 제거하는 작업이다. 오늘날 지구 주위에는 수천 개의 인공위성이 있으며, 그 중 상당수는 발사에 ‘실패한’ 위성이라는 놀라운 사실. 통제 불능으로 남은 물체들은 폭발하거나 다른 위성과 충돌할 위험을 안고 있다. 인류가 해야 할 큰 과제는 미래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하도록 우주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 뿐만 아니라 오메가는 굿플래닛 재단 및 재단 창립자 얀 아르튀스-베르트랑(Yann Arthus-Bertrand)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세계를 변화시키는 수많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으며, ‘지구를 위한 시간(Time for the Planet)’이라는 기치 아래에서 공동 보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또한, 오메가는 전 세계 해양 보호에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비영리 연구재단 넥톤(Nekton)을 지원하고 있다. 육지와 바다를 청소하는 데 일조할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지점에 도달한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한 빅터 베스코보의 파이브 딥스 엑스퍼디션(5 Deeps Expedition)을 후원하며 해저 지형을 파악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이제 손목 위의 시계에는 시간을 확인하고 삶의 순간을 기록하는 것 외에 수많은 환경적 가치와 사회적 행보가 더해질 것이다. 우리는 물론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동반자로서의 워치메이킹이 더욱 기대되는 바다.
‘섭머저블 쿼란타콰트로 카보테크™ 블루 아비소’ 워치는 Paner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