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는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대면 미팅이 줄어든 대신 화상 회의가 늘었고, 대중교통보단 랜선을 통한 이동이 잦아졌다. 책보단 ‘아리’나 ‘빅스비’에게 정보를 얻고 스크린이 아닌 액정 화면으로 영화를 즐긴다.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 이지언은 “교통수단이나 물품 사용이 줄어든 온라인 생활이 지속가능한 활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탄소발자국을 남기죠.”라고 말한다. 2021년 예일대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당시 인터넷 사용량은 40%로 크게 늘었으며 4천2백만 메가와트시(MWh) 수준의 전력 수요가 증가했다. 현재 전력은 상당 부분 화석 연료를 연소시켜 생산하는데 이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로 이어진다. 와이파이나 LTE에 접속하면 서버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소비된다. 또 수많은 정보가 쌓이는 데이터센터는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서버를 냉각하는데 이때 엄청난 양의 전력이 소모된다. 쉽게 말해 우리가 매일 하는 포털 검색, SNS 활동, 이메일 확인, 동영상 스트리밍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의 운영과 통신 네트워크의 전력 소비량은 전 세계 전력 수요의 약 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세계 항공산업의 총 전력 소비량과 유사한 수준이죠. 인터넷, 전자기기를 포함한 디지털 시스템을 합하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7%에 달하며 2025년에는 2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지언의 설명이다.
물론 운송이나 농·축산업에 비하면 이 수치는 아직 미미한 편이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 급격한 디지털화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5G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디지털 탄소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선임연구원 서효제는 “정부와 공공기관은 정책과 가이드를 마련해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하며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은 투자와 노력을 멈춰선 안 됩니다.”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개인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습관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개인의 절감 활동은 그 효과가 적어 무의미하다고 주장하지만, 작은 변화라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탄소 배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분명 세상은 달라진다.
디지털 기기는 되도록 오래 쓰기
전자 폐기물의 양은 매해 5천만 톤에 이르는데 이는 1초에 1천 개의 노트북이 폐기되는 양이다. 전자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17.4%이며 스마트폰은 1%에 불과하다. 또 스마트폰 한 대를 생산할 때 나오는 탄소의 양은 10년을 사용하는 것과 맞먹을 정도. 따라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가능한 오래 사용해야 한다. 특히 신제품이 출시됐다고 멀쩡한 제품을 교체하는 행동은 자제가 필요하다.
전원을 끈다
“PC 모니터의 밝기와 해상도를 조정하세요. 밝기를 70% 낮추면 약 2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이지언의 조언. 점심 시간이나 휴식 중에는 컴퓨터 전원을 절전 모드로 바꾸고, 오래 사용하지 않을 땐 완전히 끄거나 플러그를 뽑는다. 화상 회의 시 발표자 외에는 카메라를 끄고 음성으로만 소통하는 것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클라우드 비우기
클라우드에 저장되는 데이터 양이 2025년에는 1조 테라바이트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구글 드라이브, 드롭 박스 등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불필요한 데이터를 삭제하고 외장 하드와 같은 장치로 옮긴다.
스트리밍 대신 다운로드
자주 보고 듣는 영상과 음악은 다운로드할 것. 스트리밍보다 전력 소비가 적다. 또 “모바일 데이터보다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NGO 단체 시프트프로젝트의 환경 전문가 막심 에퓨이-헤스는 말한다. 유튜브 등에서 자동 재생을 차단하고 가끔은 고화질보다 일반 화질로 영상을 시청하자.
메일함 비우기
한국 에너지 공단 자료를 따르면 2019년 한 해에만 국내 이용자가 받은 스팸 메일은 5 천 만 건 이상. 이는 이산화탄소 2백만 톤을 발생시킨다고 한다. 스팸 메일은 차단하고 읽지 않는 뉴스레터 구독은 취소할 것. 또 장기간 보관했거나 보지 않는 이메일은 정리한다.
북마크 사용하기
홈페이지의 디자인 요소가 많아지면서 웹서핑을 할 때 발생하는 탄소 양도 증가했다. 2020년 한 페이지 당 평균 데이터 소모량은 2010년의 4배에 달한다. 자주 방문하는 웹사이트는 ‘즐겨찾기’ 해서 검색 단계를 줄일 것. 또 데이터 절약 모드를 켜서 불필요한 데이터와 에너지 소모를 방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