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GENERATION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 남달리는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한 주얼리를 만든다. 전통적인 자개에 드로잉을 그려 넣고, 또 이 드로잉을 그대로 은으로 형태화하는 작업을 한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오묘하게 넘나들며 스페이스 오디티를 전개 중이다.
원래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다.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고 일하다 보니 내 것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9년간 일했던 회사에 과감히 사표를 내고 그해 브랜드를 론칭했다. ‘희소성 있는 창작물을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란 생각으로 시작했다.
주얼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빈티지 주얼리가 지닌 시대를 초월하는 신비로운 매력에 늘 매료되었다. 스페이스 오디티 역시 트렌드에 동요하지 않는 차별화와 희소성으로 오래 두고 볼 가치를 지녔으면 한다.
데이비드 보위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OST 노래 제목이다. 괴짜라는 오디티의 뜻 그대로 남들과 똑같지 않은 길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용감한 사람이란 의미를 담았다.
이번 시즌의 주목할 만한 특징 몇 가지를 짚어준다면?
기존의 자개 주얼리는 블랙&화이트 대비가 특징이다. ‘Ver 6’라 이름 붙인 이번 시즌엔 화이트를 바탕으로 톤온톤으로 구성했다. 자개에 담긴 패턴은 전통적인 민화를 바탕으로 보디와 백합, 카라 같은 드로잉으로 동서양의 조화를 강조했다. 실버 제품들 역시 이 패턴을 그대로 적용해 정교하고 섬세하게 세공했다.
모든 피스들은 핸드메이드로 제작된다. 특히 자개 주얼리의 옻칠은 매우 섬세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작업이다. 때문에 가장 집중도가 높고 정신이 맑은 아침에만 작업한다.
독학으로 했다. 늘 주변에서 “왜 쉬운 길도 돌아서 가냐”고 한마디씩 한다.(웃음) 스스로 경험하는 걸 좋아한다. 종종 실패하거나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정해진 답 없이 혼자 도전할 때 배우는 부분이 분명 있다. 그런 고군분투했던 시간들이 모여서 나만의 노하우와 자산이 된다. 물론 자개 장인들에 비할 바는 안 되지만 퀄리티는 꽤 자신 있다. 주얼리 역시 독학으로 배웠다.
자개는 천연 조개 껍질 소재로 긴 세월 동안 지구상에 존재해왔다. 이 소재에 담긴 시간과 정신성에 매료되었다. 자연스레 자개장은 내 영감의 원천이 되었고, 그 아름다운 디테일을 일상 속으로 가져올 수 없을까 고민했다. 또 금속에 비해 자개는 드로잉을 풍부하게 표현하기 좋은 소재다.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드로잉 작업을 해왔는데, 나의 기술과 자개가 만나 발현되는 임팩트가 좋았다.
자개는 동양의 전통 문양과 어울린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매 시즌 고루하지 않은 다양한 드로잉을 입혀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만화 캐릭터나 보디 드로잉이 그 예다.
여성의 몸을 모티프로 한 작업도 눈길을 끈다.
매 시즌 토르소의 형태를 조금씩 변형해 주얼리로 만든다. 여성의 몸은 가장 아름다운 형태 중 하나다. 그 유려한 곡선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긴장감은 사람들에게 감흥과 영감을 주지 않나.
주로 오랜 세월이 차곡차곡 쌓인 빈티지 오브제에서 영감받는다. 가구, 조명, 조각품 등. 시간이 날 때마다 이지(Easy)나 체어리시(Chairish)에서 빈티지를 서치한다.
주말마다 캠핑을 다니고 있다. 자연과 만나고 보니 삶이 더욱 다채로워지는 것 같다. 감동은 곧 창작의 시작이다. 다음 시즌을 위해 바람, 물 등 원시적인 힘에 의해 움직이는 조형에 관해 탐구 중이다.
다른 것의 대체품이 되지 않는 것. 트렌드에 휘둘리거나 담합되지 않을 것. 하지만 대중적 가치에 균형을 유지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