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rity

지금 여기 배두나

어제의 자신을 뛰어넘어 부름에 답하는 배두나.

BYBAZAAR2021.11.25
무수히 인터뷰를 해왔다. 나서기 전에 어떤 마음인가? 
부담 없이, 아무 생각 없이. 집에 돌아오면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았구나’ ‘내가 그렇게 생각했구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이 정리되더라.
 
곧 나오는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놀이 시리즈’에 대해 먼저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 플랫폼에 흩뿌려진 취향이나 일상을 책으로 묶는 포토에세이 출판의 시초였다. 
스물두 살에 용감하게 뉴욕에 가서 한 달을 살았을 정도로 혼자 노는 거랑 여행을 좋아했다. 파리도 가고 도쿄도 가고 여기저기 서점을 다니면서 사진집을 많이 봤는데 왠지 또래들이 그런 걸 보고 싶어할 거 같은 거다. 글이 많지 않아도 눈을 자극하는 책. 그래서 내가 만들어야지 했는데 당시 대형 출판사에서는 정보가 없는 여행 책은 우리나라에서 안 팔릴 거라고 죄다 거절했다. 내 책이 첫 책인 작은 출판사를 통해서 〈두나’s 런던놀이〉를 냈고 너무너무 대박이 났다. 2006년부터 일 년에 한 권씩 세 권을 냈는데 〈서울놀이〉 〈도쿄놀이〉를 만들면서 글은 배우가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은 솔직하고 정말 거침없이 써야 재밌는데 배우가 관객에게 정보를 많이 주는 건 연기할 때 안 좋겠다 싶어 거기서 끝냈다.
 
가드너 재킷은 Poetsandpunks. 부츠는 Miu Miu. 귀고리, 이어커프, 코인 목걸이는 모두 Portrait Report. 골드 코인 레이어드 목걸이는 Mamacasar. 실버 체인 목걸이는 Midnightmomentx Amondz. 모자,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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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두나〉는 배두나에 관한 책이자 촘촘하고 방대한 배우론이다. 
영화와 배우를 사랑하는 백은하 작가가 쓰는 이 시대 배우에 관한 시리즈 중 하나다. 내가 두 번째인데 20년 넘게 연기를 한 시점에 나에 대한 책이 나오다니 영광이지. 일 년 동안 나와 일했던 스태프와 배우들을 만나서 나눈 정보가 다 들어 있다고 했다. 나도 아직 못 봐서 내용을 잘 모른다. 책이 나오면 보라고 하더라.(웃음)
 
배두나도 배두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 건가?(웃음) 
내가 어떤 배우인지 동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독자와 같은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이다.
 
가드너 재킷은 Poetsandpunks. 부츠는 Miu Miu. 귀고리, 이어커프, 코인 목걸이는 모두 Portrait Report. 골드 코인 레이어드 목걸이는 Mamacasar. 실버 체인 목걸이는 Midnightmomentx Amondz. 모자,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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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디자이너 니콜라 제스키에르, 배우 조승우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인복’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인복이 많다. 사교적인 편이 아니어서 많은 분들이 먼저 다가와줬다. 어릴 때는 더 소극적이고 의심도 많아서 마음을 잘 안 열었는데 〈플란다스의 개〉 촬영으로 봉준호 감독님 만났을 때 5분 만에 ‘이 사람은 천재다!’ 감이 왔다. 좋은 사람들한테 선택을 많이 받았고, 나도 내 몸과 마음을 걸어 모험을 할 사람들을 잘 선택해온 것 같다.
 
재킷, 셔츠, 버뮤다 팬츠는 모두 Dior. 이어커프, 귀고리는 Portrait Report. 넥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 셔츠, 버뮤다 팬츠는 모두 Dior. 이어커프, 귀고리는 Portrait Report. 넥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는 얼마 전 서울을 배경으로 〈브로커〉를 찍었다. 〈공기인형〉 이후로 10년을 훌쩍 넘어 다시 작품으로 만났다. 
〈공기인형〉을 2009년에 찍었으니까 그때부터 12년 동안 좋은 친구로 지낸다. 내가 일본 가면 밥 사주시고 감독님이 한국에 오시면 맛있는 간장게장집에 같이 가고. 〈공기인형〉을 찍었을 때는 작업에 영감을 주는 배우로 만났지만 이제는 서로 친숙해서 눈빛만 봐도 아는 파트너십이 생겼다.
 
롱 코트, 발라클라바, 타이츠는 모두 Miu Miu. 코인 목걸이는 Portrait Report. 골드 코인 레이어드 목걸이는 Mamacasar. 실버 체인 목걸이는 MidnightmomentxAmondz. 스니커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롱 코트, 발라클라바, 타이츠는 모두 Miu Miu. 코인 목걸이는 Portrait Report. 골드 코인 레이어드 목걸이는 Mamacasar. 실버 체인 목걸이는 MidnightmomentxAmondz. 스니커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조승우 배우가 무슨 얘기를 했을까 제일 궁금하다. 본인 인터뷰도 잘 안 하는 사람인데.(웃음) 
참여했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조승우 씨가요?” 이랬다.(웃음) 저자에 의하면 ‘배우 배두나’에 대해 정확히 보고 있다고 하더라. 같이 연기하면서 여러 번 놀랐다. 드라마를 찍으면 단역부터 조연까지 정말 많은 사람이 모이고 그들 모두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신을 잘 만들려면 배우를 빨리 파악하고 맞춰주고 빠져주는 게 중요한데 그 양반은 그걸 진짜 잘한다. 원래 남의 연기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이 아닌데 〈비밀의 숲〉 쫑파티 날 맥주 마시면서 딱 한마디 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배두나는 뼛속까지 메소드다”라고.(웃음)
 
감정 없는 황시목과 유일하게 교집합을 이루는 한여진은 〈비밀의 숲〉의 치트키다. 배두나의 공감 능력은 어떤지 알아보는 뇌파 검사를 했다고?(웃음) 
감수성이 풍부하기는 한데 그 감수성이 굉장히 극단적이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선 짜게 식는다. ‘척’을 못하는데 실제로 뇌파가 그렇게 움직였다고 하더라. 이것도 결과를 제대로 못 봤다. 나중에 책으로 확인해야 된다.(웃음) 그래서 연기할 때 맡은 역할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조금이라도 끼면 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야 하니까.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실존하는 걸 보는 게 몰입하기 쉽다.
 
레더 재킷은 Leha. 왼손에 착용한 볼드한 실버 반지는 NonenonxAmondz. 골드 반지는 InodorexAmondz. 오른손에 착용한 실버 반지는 LeeenoirxAmondz.

레더 재킷은 Leha. 왼손에 착용한 볼드한 실버 반지는 NonenonxAmondz. 골드 반지는 InodorexAmondz. 오른손에 착용한 실버 반지는 LeeenoirxAmondz.

‘시대의 아이콘’은 다소 낡은 표현이지만 늘 시대를 머금거나 이끄는 모습이었다.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언제나 그럴 것 같은 믿음이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재지 않고 열심히 한 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20대 초반의 필모그래피가 오늘날까지 나를 이곳저곳 데리고 다녔다. 〈고양이를 부탁해〉 〈플란다스의 개〉 〈복수는 나의 것〉은 상업영화였지만 다 흥행은 안 됐다. 한국 영화 르네상스라 독립영화 같은 상업영화가 쏟아져 나왔고 내가 거기에 부합되는 사람이라 타이밍이 좋았다. ‘텐텐 클럽’ DJ, 〈음악 캠프〉 MC, 각종 CF를 찍었던 그때 〈플란다스의 개〉를 찍지 않았다면 지금 전혀 다른 인생이 되어 있었을 거다. 다 포기하고 갑자기 진로를 틀었는데 영화가 하도 안되니까 속도 많이 상했다. 그런데 그 작업들이 나를 전 세계로 이끌었다. 좋은 영화를 하니까 내 삶이 바뀌더라. 진짜 할 말은 이것밖에 없다.
 
글리터 셔츠, 베스트, 데님 팬츠는 모두 Push Button. 귀고리, 이어커프는 Portrait Report. 팔찌는 Xte. 웨스턴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글리터 셔츠, 베스트, 데님 팬츠는 모두 Push Button. 귀고리, 이어커프는 Portrait Report. 팔찌는 Xte. 웨스턴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청춘 스타’ 자리를 놓을 용기는 어디서 나온 건가? 
미디어가 띄운 스타였다. X세대의 표상이라면서 HOT와 한자리에 뒀다. 방송국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는 팬들도 있었다. 그런 걸 볼 때마다 내 삶이 아닌 것 같았다. 중용을 맞추려는 이상한 본능이 있어서 누가 나를 띄우면 내가 나를 가라앉힌다. 가라앉히면 차고 올라가고. 그게 내가 사는 방법이다. 그렇게 비행기를 띄우면 띄울수록 ‘나는 그럴 정도의 사람이 아닌데’ 하고 불편해지는 거다. 일도 재미가 없었다. 텐텐 클럽 DJ는 좋아했지만 10대들에게 조언을 하면서 내가 자격이 있나 자꾸 검열을 하게 됐다. 그럴 때 〈플란다스의 개〉가 내게 왔고 바라던 걸 드디어 만난 기분이었다. 내 허물과 메이크업, 의상으로 낀 거품을 벗어던지고 싶었다. 영화에 매진하겠다고 3사 방송사에서 다 내려왔다.
 
왼손에 착용한 볼드한 실버 반지는 NonenonxAmondz. 골드 반지는 Inodorex Amondz. 오른손에 착용한 실버 반지는 LeeenoirxAmondz. 골드 반지는 Portrait Report. 티셔츠, 데님 재킷, 데님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왼손에 착용한 볼드한 실버 반지는 NonenonxAmondz. 골드 반지는 Inodorex Amondz. 오른손에 착용한 실버 반지는 LeeenoirxAmondz. 골드 반지는 Portrait Report. 티셔츠, 데님 재킷, 데님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 ‘행운아’라는 말을 자주 하더라. 그건 무조건적인 겸손도 아니고 기질이라는 걸 이제 알 것 같다. 그것도 엄청 일관성이 있는. 
되게 스무스하게 놀라운 길로 간다. 내가 봐도 놀랍긴 하다.(웃음)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비행기 한창 자주 탔을 때 했던 생각이다. 한 주에 해외를 2박 3일씩 두 번 가고 〈센스 8〉을 찍으면서 7개월씩 15개국을 세 번 돌아다닐 때. 아무리 비행기가 확률적으로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자주 타면 죽을 확률도 높아지겠다 싶었다.(웃음) 동시에 나 참 괜찮게 살았다. 죽어도 괜찮겠다 싶더라.
 
아쉬운 점이 하나 없나? 
신인 배우가 가장 부럽다. 〈고양이를 부탁해〉가 첫 영화인 옥지영 배우는 영화 속에서 실재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내가 어떤 역할을 맡아도 배두나가 연기하는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들까 봐. “황시목을 배두나가?” 이런 댓글이 있으면 속상하다.
 
재킷, 팬츠, 벨트는 모두 Aimons. 크롭트 티셔츠는 Michaelkors. 팔찌는 Xte.

재킷, 팬츠, 벨트는 모두 Aimons. 크롭트 티셔츠는 Michaelkors. 팔찌는 Xte.

〈코리아〉를 빼면 실존 인물을 연기한 적이 없다. 
제안이 한 번도 안 왔다. 오히려 가상 인간이 많았지. 가상의 인간을 땅을 밟고 사는 인간으로 보이게 하는 데 소질이 있는 것 같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태희도 되게 현실적인 캐릭터인데 내가 하면 사차원 같다고 그런다.(웃음) 〈코리아〉의 리분희를 연기했을 때 그분이 너무 궁금하고 보고 싶었다. 심지어 살아 계신데 내가 알 수 없다는 게 힘들더라.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배두나전을 치렀다. 책도 그렇고 배우 인생을 한 번 정리하고 가는 느낌이다. 
회고전 비슷한 건 한 60살 돼서 하는 게 아닌가?(웃음) 아니면 해외 영화제를 휩쓸거나 어떤 업적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래도 아무 명분이 없으니 좋더라. 정점을 찍는 게 두렵고 싫다. 계속 기대감을 주는 배우이고 싶다.
 
풀오버, 후드, 아우터는 모두 Louis Vuitton.

풀오버, 후드, 아우터는 모두 Louis Vuitton.

‘배두나의 쓸데없는 정보봇’이라는 게 있다. 데뷔일이 6월 12일이던데 기억하나? 
전혀. 암기는 되는데 기억력은 안 좋다. 작년에 친구한테 아이팟을 선물했는데 올해 생일에도 아이팟을 선물했다. 내가 생각해도 좀 심하다.(웃음) 최대한 현재에 집중하려 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찍을 때 6개월 단위로만 동료가 되지 않나. 모여서 ‘빡’ 에너지를 쏟아붓고 ‘싸악’ 해산하는. 그런 계약직을 20년째 하다 보니 순간에 몰입하게 된다. 세트장에 가만히 앉아서 동료 배우들을 보다가 ‘아, 너무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내일은 없으니까.(웃음)
 
요즘도 열렬하고 집요하게 취미를 즐기나? 
운동에 푹 빠졌다. 원래 촬영장에 절대 늦지 않는데 오늘 2분 늦은 이유가 집에 러닝머신이 도착해서 막 풀어보다가.(웃음) 마스크를 끼고 뛰는 게 힘들어서 집으로 들였다. 가만히 누워 있는 게 가장 좋은데 어느 순간 건강 때문에 하게 됐다. 아이패드에 마이클 조던이나 오사카 나오미 다큐를 틀어놓고 ‘저 사람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난 지금 너무 나태하다’ 이러면서.
 
용기가 되는 것이 있다면? 
그냥 내 삶을 보면 용기가 난다. 너무 괜찮지 않나. 내 삶이.(웃음) 내가 어떤 원석을 지니고 태어났는지 모르지만 많이 발견되었고 좋은 기회들이 많이 왔다. 이게 너무 아깝고 좋으니까 이어가려는 용기가 난다. 그래서 더 용기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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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박의령
  • 사진/ 목정욱
  • 헤어/ 손혜진
  • 메이크업/ 이준성
  • 스타일리스트/ 박세준
  • 어시스턴트/ 백세리
  • 웹디자이너/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