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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배우 김현주를 만났다!

파도가 언제 성나기만 할까. 또 잔잔하기만 하던가. 흘러가는 대로 내맡겨 움직이는 김현주는 차라리 새로운 물결 같다.

BYBAZAAR2021.11.23

NOUVELLE

VAGUE

〈왓쳐〉 〈언더커버〉 〈지옥〉까지 장르물에 연이어 출연했다. 연기 범위가 넓어졌다는 실감을 하나? 
주변에서 더 반긴다. 연차에 비해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는 자각을 하면서 도전을 시도하게 됐다. 도전을 즐기진 않는데 더 늦기 전에 욕심을 내보고 싶었고. ‘안 해봤던 거 위주로 해볼까?’라는 생각이 든 순간부터 신기하게 그런 작품이 들어왔다.
 
도전은 배우에게 숙명 같기도 한데. 
이사 가는 거, 물건 위치를 바꾸는 거,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거. 변화를 즐기지 못한다. 거부감은 아니고 두려움이 있다. 한 번 간 집은 수십 년을 다녀서 그 주인의 가족의 가족까지 알 정도인데.(웃음)
 
터틀넥은 Zara. 진주 장식 목걸이는 Panache Chasunyoung.

터틀넥은 Zara. 진주 장식 목걸이는 Panache Chasunyoung.

곧 공개되는 〈지옥〉은 웹툰 원작이 있다. 마니아 층도 있고 원작자가 직접 영상화 한다. 
웹툰을 실사화하는 건 어쩌면 우리가 숨을 더 불어넣는 작업을 하는 건데 원작이 너무 완벽해서 걱정은 됐다. 그렇지만 그 점이 도전 심리도 자극했달까.(웃음) 연상호 감독님이야말로 배우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고.
 
터틀넥은 Zara. 진주 장식 목걸이는 Panache Chasunyoung.

터틀넥은 Zara. 진주 장식 목걸이는 Panache Chasunyoung.

‘연상호 월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신의 화법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창작자와 함께했다. 
연상호 감독님은 스마트하고 유머 감각 있고 생각의 영역이 굉장히 넓은 것 같다. 배우들에게 ‘이 캐릭터는 꼭 이래야 한다’ 요구하거나 한계점을 두지 않고 배우들이 해석한 그대로 표현해주기를 원했다. 그러면 배우들이 굉장히 편하다. 같이 일하기 전에는 세계관이 확실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웃음) 여전히 감독님에 대한 궁금증이 있기는 하다. 그런 대로 궁금증을 한편에 남겨두는 게 오히려 좋을 것 같은 사람이다.
 
웹툰 속 ‘민혜진’과 붙여놓은 사진을 보고 놀랐다. 많이 닮아서. 
그런가? 민혜진을 떼어서 보지 않고 이 작품을 하는 데 큰 의미를 뒀다. 신선하고 재미있어 보였고 인간의 다양성을 표현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민혜진이 강한 캐릭터로 비춰지지만 등장인물 모두가 똑같이 나약한 인간이다. 세상 속에서 흔들리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는 이야기가 좋았다.
 
가죽 셔츠, 깃털 장식 스커트는 Oct 31. 벨트는 Alaia by 10 Corso Como. 원석 반지는 Stephen Webster.

가죽 셔츠, 깃털 장식 스커트는 Oct 31. 벨트는 Alaia by 10 Corso Como. 원석 반지는 Stephen Webster.

세 번 연이어 변호사 역할을 맡았다. 
나도 신기하다. 왜 계속 변호사 역할이 들어오지? 초등학생 때 변호사를 꿈꿨던 적이 있긴 한데.(웃음) 어릴 때라 단순히 어렵고 불편하고 힘든 사람을 변호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계속 같은 직업을 가진 역할을 선택해도 되는 걸까 염려했는데 직업은 같지만 맡은 바가 다 달랐다.
 
연상호 감독이 드래곤볼 모으듯 배우를 모았다고 하더라. 
내 입으로 얘기하기는 그렇지만 감독님이 나 데뷔했을 때 팬이었다고 했다. 정작 캐스팅은 다른 작가분이 추천해서 된 거지만.(웃음)
 
튜브 톱은 Ermanno Scervino. 와이드 팬츠는 Recto. 메시 소재 힐은 Sergio Rossi.

튜브 톱은 Ermanno Scervino. 와이드 팬츠는 Recto. 메시 소재 힐은 Sergio Rossi.

유아인,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 배우라니 정말 드래곤볼이다.(웃음) 가족도 아니고 위계도 없는 고유한 인물이 서로 조금씩 얽히는 구조가 흥미롭다. 
대부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다. 접점도 없고 활동하는 스타일도 다 달라서 캐스팅 얘기를 들었을 때 진짜 특이한 조합이라 생각했다. 〈지옥〉이라는 작품 자체가 그런 것 같다. 생경함 속에서 융화되는. 약간의 어색함이 오히려 작품이랑 잘 맞았다.
 
초자연 현상이 일어나고 크리처가 등장하는 드라마는 처음이다. 
물론 모든 연기를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있을 법하거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연기를 해왔다. 이번에는 많이 달랐다. 괴물이 나타났을 때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단지 놀라는 표정일까? 공포일까? 수도 없이 생각했다. 지금까지 상대 배우의 도움을 많이 받았구나 싶었고, 꽤 오래 연기 활동을 했는데 아직 겪어보지 않은 작업 스타일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모르는 게 부끄러울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르는 게 있어서 재미있다. 알아가자는 여유가 생겼다.
 
이번에 몸을 많이 썼다. 
액션을 하는 동안 몸을 쓸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날 너무 기분 좋게 하는 거다! 나는 좀 둔하고 움직임도 느리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나도 모르게 몸동작이나 태를 귀엽게 할 때 자신이 정말 싫어진다.(웃음) 〈지옥〉을 통해 강인한 모습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셔츠, 가죽 스커트, 이어커프, 반지, 부츠는 Alexander McQueen.

셔츠, 가죽 스커트, 이어커프, 반지, 부츠는 Alexander McQueen.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지옥〉도 그런 기대가 있지는 않나? 
글쎄. 그렇게 먼 곳을 보며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 나도 〈오징어 게임〉을 재미있게 봤고 잘돼서 좋은데 나에게 큰 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지 싶다.
 
혹시라도 수상 소감을 물어보려고 했다.(웃음) 
옛날에는 혼자 영어로 수상 소감을 연습하곤 했다!(웃음) 이제는 유명세 때문에 내 삶이 더 불편해지지 않을까, 오랜 시간에 걸쳐 조율을 잘해온 내 삶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오지도 않은 일을 벌써.(웃음) ‘내 인생 흔들지 마.’ 이렇게 설레발을.(웃음)
 
전 국민이 기억하는 CF와 기억에 남을 만한 데뷔작, 사극 등등 탄탄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부족하고 아쉬운 것도 많았고 힘든 시기도 있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와준 스스로에게 고맙다. 미움, 분노, 고마움 같은 지난 감정과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뿐이다. 옛날 일은 별로 감흥도 없다.(웃음) 언제 적 ‘국물이 끝내줘요’인가.(웃음)
 
베스트 스타일 원피스는 Kayooon. 가죽 장갑은 Oct 31.

베스트 스타일 원피스는 Kayooon. 가죽 장갑은 Oct 31.

천국 같을 때와 지옥 같은 때가 있을 테다. 
지금 갑자기 생각난 건데 데뷔하고 초창기 때 너무 바빴다. 얼마 전 집 정리를 하면서 97, 98, 99년도 다이어리를 보니까 쉬는 날이 하루도 없이 빼곡한 거다. 그게 너무 슬펐다. 20대 초반 청춘을 이렇게 다 보냈구나 싶고. 그래서 요즘 나한테 시간을 더 많이 주는 건가 보다. 반대로 내가 어떨 때 행복하지? 생각해봤는데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느끼는 걸 좋아하더라. 막 걷다 보면 땀이 나지 않나. 그러면 땀이 나지 않았으면 못 느꼈을 미세한 바람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원함이 느껴진다. 눈이 저절로 감기면서 “아 너무 좋다”라는 소리가 나온다. 마치 천국에서 구름에 감싸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지금 표정이 너무 좋다. 
상상했다. 그리고 집에 가서 반신욕을 하면서 맥주를 딱.(웃음) 그걸 꼭 해야 한다.
 
오버사이즈 코트는 Recto. 슬리브리스 톱은 Helmut Lang by Yoox. 니하이 부츠는 Rachel Cox.

오버사이즈 코트는 Recto. 슬리브리스 톱은 Helmut Lang by Yoox. 니하이 부츠는 Rachel Cox.

스스로에게 시간을 더 주는 삶은 어떤가? 
배우는 건 꺾이지 않으려는 어떤 몸부림이기도 하다. 나는 감정에 쉽게 휩싸이고 휘둘려서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한 없이 무너질 수 있는 사람이다. 스스로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에 끊임없이 움직이려 한다.
 
물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어디로 흘러갈 것 같나? 
배우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는 건 어느 정도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다. 앞장서고 선동하는 것에는 취미가 없지만 가진 것을 나누고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배우가 아니더라도 사람 김현주는 아마 마지막에는 그런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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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박의령
  • 사진/ 윤송이
  • 헤어/ 김귀애
  • 메이크업/ 이숙경
  • 스타일리스트/ 이선화
  • 어시스턴트/ 백세리
  • 웹디자이너/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