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웨이스트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접해왔을 ‘디어얼스’의 고체치약. 지금처럼 친환경에 대한 많은 관심이 있기 전부터 지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 디어얼스의 결과물은 이제 여러 곳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처음 제로 웨이스트 숍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분위기는 어떻게 느껴지는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떠한지 ‘디어얼스’의 권용진 대표에게 물었다.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끼시나요?
처음엔 생소해 하셨던 분들도 있었죠.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알리는 것부터 시작했기에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제로 웨이스트, 친환경 라이프를 이해하고 참여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어요. 모든 사람이 제 맘 같지 않아서 아쉽고 속상했던 적도 있죠. 요즘은 방송이나 SNS로 제로 웨이스트를 알게 됐다는 분들이 훨씬 많아졌어요. 낯설어하기보다는 ‘우리 동네에도 있었네!’ 하며 반가워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더없이 기쁘죠. (웃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텐데, 반짝하는 유행으로 지나치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어요.
창업할 때 가장 우려하고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한순간의 유행이 아니라 오래도록 지속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었죠. 저희는 생산자로서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기반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구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세부적으로 파악해 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소비자가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소비자는 물건을 오래도록 사용하는 태도와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건을 만드는 기업과 사용하는 소비자가 함께 노력해야 단순한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모두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는 제로 웨이스트 제품을 구매하거나, 어떤 운동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대하는 태도나 습관에 달렸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는 소비자가 사용가치에 따라 구입하는 모든 상품들이 친환경, 제로 웨이스트에 기반을 둔 것들로 가득하길 기대하고 있죠. 디어얼스는 그런 제품들을 선보일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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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동물, 지구, 내일을 생각하는 ‘착한’ 비건 베이커리 ‘포포브레드’
사람, 동물, 지구, 내일을 위한다는 뜻을 담은 포포 (for four) 브레드. 이곳을 운영하는 두 쉐프 모두 몸이 아픈 시기를 겪어 건강한 사람들처럼 아무거나 먹을 수가 없었기에 그 경험을 바탕으로 쌀가루와 유기농 밀, 천연발효종을 이용해 누구나 마음 놓고 맛볼 수 있는 빵과 디저트를 선보이고 있다. 친친들이(손님들의 애칭) 마음껏 빵을 담아갈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한 한순천 대표와 나눈 이야기.
플라스틱, 비닐 포장을 하지 않는 등 환경 보호에도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네요.
무포장을 지향하지만 아직은 전체 손님 중 10~15% 정도만 참여해주시는 정도라 기본적으로 종이나 생분해 수지로 포장하고 있어요. 처음 방문하시는데도 용기를 챙겨오는 분도 있고, “다음엔 용기 챙겨올게요.”라고 말씀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분도 있곤 하죠. ‘왜 비닐봉투 안 쓰냐?’, ‘종이봉투 불편하다’, ‘너무 까다로운 거 아니냐!’ 하는 분들도 종종 있는데, 이 또한 애정이라고 생각해요. 편한 비닐봉투 안 드려도 또 찾아주시니까요. (웃음)
제로 웨이스트와 비건은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비건은 완전채식으로 육식을 줄여 탄소배출을 억제해 환경에 이롭고, 제로 웨이스트는 쓰레기를 줄여 환경에 이로우니까요. 어찌 보면 상관없는 듯해도 ‘환경’을 생각한다는 점이 연결고리라 할 수 있겠네요.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도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이들의 실천을 독려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법과 제도로는 유행을 넘어서 트렌드나 문화로 변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불편하지만, 좋은 것을 경험적으로 알면 지속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외출할 때 텀블러 챙기기, 장바구니로 장보기, 간식은 용기 내서 사오기 등 생활에서 실천하고 있는데요,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자주 노출하고, 경험해보는 것, 그리고 그 경험을 나누는 것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석유 화학 설계 쪽에 일하던 하진경 대표는 나무를 좋아해서 ‘우디무드’를 창업하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에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 갖게 되며 무포장 가게로 이곳을 꾸려가고 있다. 이제는 보다 더 환경을 이롭게 하는 데에 일조하고자 변화를 꿈꾸고 있다.
플라스틱은 최소화하고 나무, 라탄등의 자연에서 온 소재로 만들어진 리빙 제품들을 판매하는 리빙 셀렉샵 이에요. 2018년 즈음에 오픈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제로 웨이스트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어요. 사회에 꼭 필요한 개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처음에는 단순한 우드 제품들을 판매하는 소품 가게였지만 점차 방향을 넓히고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죠. 그래서 한켠에는 비닐 랩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그랩, 고체 비누 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상품들이 준비되어 있기도 하고요.
무포장 가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어떤가요?
사실, 저희 숍은 제로 웨이스트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곳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구매자분들에게 무포장에 대한 설명을 드리면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아요. 그냥 가져가는 분들도 있고, 뭐라도 담아달라는 분들도 있고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필요 없는 포장을 지양하는 것에 대해 설명드리고 설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죠. 이런 설명들을 통해 스쳐 가듯 제로 웨이스트라는 것에 대해 인식하고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요. (웃음)
리빙 소품들만 판매하는 상점보다는 제로 웨이스트 숍으로 변화해 갈 것 같아요. 보다 더 건강한 방식의 소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 방향성을 찾기 위해 실험해나가는 시간이 계속될 거고요. 저를 포함한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고민도 해야겠죠. 사실 제가 환경 운동가처럼 앞에 나서서 운동하고, 목소리를 내는 적극적인 사람은 아니거든요. 선두에 선 분들이 어떤 것이 필요하고 좋다고 소리 낸다면 저는 모세혈관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널리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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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마을 카페 안 작은 제로 웨이스트 상점 ‘플라눌라’
은평구청 뒷골목에 들어서면 마을 주민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마을 카페 ‘즐거운 반딧불이’가 자리하고 있다. 2013년 문을 연 이곳은 청소년과 그의 부모님들의 휴식처가 되고자 이곳에 자리 잡았고,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매장 한쪽에는 숍인숍 형태로 제로 웨이스트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플라눌라’가 지역주민들에게 친환경 라이프를 알리고자 준비되어 있다.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형욱씨와 이야기 나눴다.
마을 카페인 ‘즐거운 반딧불이’ 내에 위치한 플라눌라. 어떤 곳인가요?
오랫동안 마을 카페로 자리 잡던 ‘즐거운 반딧불이’를 중심으로 생긴 모임에서 기후 위기 이슈와 관련하여 고민 끝에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쓰레기 없는 생활을 알리려는 목적이죠. 플라눌라는 어린 산호를 뜻하는 단어인데요, nula는 스페인어로 ‘없다’라는 뜻도 갖고 있어서 ‘플라스틱 (pla)이 없는 (nula)’ 이라는 뜻도 갖고 있답니다.
지역 주민과 은평구청 직원들이 주로 방문하세요. 주위에 선물하겠다며 구입해가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아직 제로 웨이스트 상품 판매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일상이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해요. 사회는 우리가 느끼는 위기만큼 빨리 바꾸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하나씩 실천해내고 있는 분들이 있기에 지구의 시간이 조금은 더 늘어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웃음)
쓰레기, 기후위기 관련 활동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함께 환경 관련 영화들을 보기도 하고, 생활 속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함께 하는 거죠. 이런 모임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기대되네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