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미래를 예견한 브랜드 '쿠레주'의 새로운 메시아, 니콜라 디 펠리체

1960년대에 ‘우주 시대’라는 컬렉션으로 미니멀리즘과 퓨처리즘을 아우르며 패션계에 큰 획을 그은 쿠레주(Courrèges). 깊게 잠들어 있던 이 유서 깊은 하우스를 깨운 젊은 디자이너 니콜라 디 펠리체(Nicolas Di Felice)를 인디언 서머가 드리운 9월 초 파리 부트-쇼몽 공원에서 만났다.

BYBAZAAR2021.11.07

NEW AGE

쿠레주에서의 성공적인 안착을 축하한다. 두 시즌의 컬렉션 모두 인상 깊었다. 
고맙다. 사실은 한 시즌 반 정도 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F/W 컬렉션과 2022 S/S 남성복 컬렉션 그리고 몇 주 후에 있을 새로운 쇼 준비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쿠레주에 합류한 스토리가 궁금하다.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렌시아가에서 함께 일하던 알레그리아 토라사(Allegria Torassa)와 클로에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나타샤 램지 레비(Natacha Ramsay-Levi)였다. 그들이 갑자기 이 자리를 제안했을 때 주저 없이 바로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이미 나는 쿠레주의 팬이었고, 쿠레주 빈티지 피스의 심플함에 압도되어 있었다. 이후 케어링 그룹의 피노 일가를 만나게 되었고, 유년 시절부터의 이야기가 담긴 편지 한 장을 건넸다. 자기소개서 말이다. 그래서 쿠레주를 위해 처음 제작한 것이 편지 펜던트 액세서리였다. 두 개의 줄에 하나는 편지지, 다른 하나에는 편지봉투 펜던트가 달려 있어 서로 합칠 수 있다. 내가 쿠레주에 입성한 것은 바로 이 ‘편지’로부터다.
유서 깊은 브랜드에서의 시작은 큰 부담일 것 같다. 방대한 아카이브는 디자이너에게 어떤 의미인가? 
사실 벨기에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부담을 갖지는 않았다.(웃음) 프랑스 사람들이 갖는 그들의 문화유산에 대해 존경, 팬덤과는 다른 부분이다. 외국인으로서 좀 더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다고나 할까? 내가 작업하고 싶은 방향과 쿠레주의 심플함이 맞아떨어졌고, 본질적으로 앙드레 쿠레주의 열정과 나의 열정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유서 깊은 브랜드를 맡아 모험에 가담하는 것이 아찔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이곳에 있으면 두려움을 이겨낼 힘이 생기는 것 같다.
 
2021 F/W 컬렉션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특별히 애착이 가거나 소개하고 싶은 룩은? 
우선 가죽 소재의 시어링 칼라가 달린 에리타주(heritage) 재킷과 미니스커트 룩이다. 앙드레 쿠레주의 에리타주 패턴을 참고해 모던하게 재해석했다. 두 번째는 사이드 구멍 디테일 드레스로 이 테크닉은 앙드레가 1969년부터 시도했는데, 당시의 팜므 앙팡(어린애 같은 여자) 이미지보다는 섹시한 느낌을 더하고 싶었다. 보다 관능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다음 시즌에는 니트웨어에 적용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에리타주 피스들이라 해도 현재의 몸의 비율이 다르고, 당시의 볼륨과 소매 길이 등은 바꿀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패턴들을 참고하되 카피를 하지 않는데, 그 중에 하나가 드레이프 디테일 드레스다. 패턴은 직사각형 모양인데 버튼 하나로 어깨의 드레이프를 만들어 유동적인 실루엣을 강조했다. 심플하지만 강렬하게.
컬렉션을 선보인 위치와 장소, 화이트 큐브, 음악, 큐브 위에 쿨하게 걸터앉아 컬렉션을 지켜보던 젊은이 등. 동시대적 퓨처리즘과 함께 프렌치의 청춘, 젊음이 강하게 느껴졌다. 
쇼를 선보인 파리 북부 외곽에 위치한 오베르빌리에(Aubervillier)는 거칠지만 젊음과 생동감이 넘치는 지역이다. 이곳을 택한 이유는 어느 장소든 쿠레주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패션쇼의 배경이 된 하얀 큐브 공간과 백그라운드는 앙드레 쿠레주 시대의 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럼 당신의 청춘은 어떠했나? 
벨기에에서 태어났고 유년시절에는 예수회 학교와 수도원의 카톨릭 학교를 다녔다.(믿을 수 있겠나?) 한시라도 빨리 독립을 원했고, 17살에 브뤼셀에 있는 르 캄브르(Le Cambre)에 다녔다. 학교 생활은 열심히 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음악을 했고, 밤에는 나가서 놀았다.(웃음) 이후 졸업 전에 발렌시아가의 인턴십에 합격했다. 그래서 발렌시아가부터 루이 비통까지 디자이너로 10년 넘게 일하며 청춘을 보냈다. 그 시절의 삶은 야근의 연속이었고, 늦은 밤에는 트레이닝 웨어 차림으로 부트-쇼몽(Buttes-Chaumont) 공원 담을 넘어 자연을 보며 해방감을 느끼곤 했다.
F/W 시즌의 타이틀 ‘I Can Feel Your Heartbeat’도 인상적이다. 어떤 의미인가? 
첫 시즌에는 팬데믹으로 인해 디지털 컬렉션을 진행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그리웠다. 당시의 판타지는 내게 중요한 사람들과 아주 친밀하게 서로의 가슴에 머리를 대고 심장 박동을 느끼는 것이었다. 이런 욕망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타이틀이다. 아마도 나의 이런 로맨틱한 부분이 앙드레 쿠레주와는 다른 점이 아닐까. 
 
니콜라 디 펠리체가 쿠레주를 위해 처음 작업한 편지 펜던트 액세서리. 브랜드의 코드를 재해석한 숄더백.
비닐 소재 역시 브랜드의 시그너처 중 하나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걸로 안다. 시대성과 맞닿은 흥미롭고 인상적인 부분인데 계기가 있는가? 원래 환경에도 관심이 많았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특히 많은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므로 더욱 가능할지 모르겠다. 비닐 외의 대부분의 니트웨어도 재활용된 비스코스를 사용한다. 특히 상징적인 캐리 오버 스타일은 모두 재활용 비스코스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유행이 지나서 입지 않는 옷은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것이다. 사실 친환경은 옷을 무한대로 생산하거나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빈티드 이베이(Vinted eBay) 등 중고 사이트를 통해 쿠레주의 피스들이 많이 팔리고 있다. 멋진 일이다. 왜냐하면 빈티지야말로 미래 패션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기에. 지금 제작하는 2022 S/S 컬렉션도 시즌이 지나면 바로 빈티지 아닌가? 현재 SNS를 통해 쿠레주 빈티지 피스들을 선보이는 빌라 아르펠(@villaharpel)과도 많은 교류를 하고 있다.
액세서리 라인도 돋보인다. 특히 2022 남성복 컬렉션 중 어깨에 살짝 걸쳐 드는 미니 백은 나도 갖고 싶은 아이템이다. 
아쉽지만 가방은 이미 매진됐다.(웃음) 새 시즌에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까지 액서서리 라인에 대한 큰 계획은 없고 소량의 제품이 생산될 예정이다. 잠들어 있던 하우스를 깨우려면 할 일이 너무 많다. 몇 주 후 진행될 2022 S/S 컬렉션에서 미디엄 사이즈의 백을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브랜드의 코드를 최대한 유지하며 작업했다. 
 
파리 부트-쇼몽 공원에서 니콜라 디 펠리체.

파리 부트-쇼몽 공원에서 니콜라 디 펠리체.

첫 남성복 라인도 흥미롭다. 특히 쿠레주라는 브랜드에서 진과 트러커 재킷 등 데님의 사용과 조합이 신선한데, 남성 컬렉션에 대한 생각과 비전도 궁금하다.
쿠레주는 1973년부터 남성복을 선보였는데 굉장히 제한적이고 대부분 앙드레 자신을 위한 컬렉션이었다. 나 역시 나로부터 시작했고, 여기에 친구들이 원하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 심플하면서도 완벽한 재단과 좋은 소재로 만들어진 피스. 하지만 가격은 부담 없는 옷!
컬렉션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번 컬렉션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었나? 
아마도 브랜드의 유산을 모던하게 재해석하는 오마주 정신. 그리고 나의 친구들이 쿠레주에서 원하는 것. 다양한 스타일과 체형을 가진 이들의 몸에 맞추어 피팅하는 것을 좋아하며 그 자체만으로 많은 영감을 얻는다. 이것이 내가 가장 잘하는 부분이다.
쿠레주를 표현할 수 있는 세 단어는? 
단순함(simple), 급진적(radical), 날카로움(sharp).
 
현재의 쿠레주를 대표하는 셀러브리티 혹은 아이콘이 있다면? 
마돈나, 마크 제이콥스, 오페라 가수와 무용수 등 컬렉션을 선보인 지 일 년 사이에 다양한 사람들이 쿠레주에서 찾아주어 딱 한 명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마크 제이콥스는 특별한 친분은 없는데 어느 날 파페치에서 선보인 여성 컬렉션을 모두 구입했다. 며칠 전에는 직접 매장에 들러 남성용 재킷과 니트를 구입하며 나에게 쿠레주의 남성복을 입을 수 있어 행복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너무 멋지고 감사한 일이다. 유명한 사람들이 입는 것도 황홀하지만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젊은이가 쿠레주를 입고 있는 것 역시 무척 행복하다.
니콜라 제스키에르 시절의 발렌시아가에서 디자이너 커리어를 쌓은 걸로 안다. 그와의 스토리도 궁금하다. 컬렉션에 대하여도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가? 
발렌시아가부터 루이 비통까지 오랫동안 함께 일했다. 루이 비통을 떠날 때 그는 나를 위해 멋진 송별회를 열어주며 앞으로의 행운을 빌어주는 스피치도 했다. 바쁜 일정으로 연락을 주고받지는 못하지만 제스키에르 학교(니콜라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부른다!)에서 배운 모든 것들이 나의 디자인 작업에 큰 밑거름이 되어준다. 특히 그 당시 함께했던 파코 라반의 줄리앙 도세나와는 자주 연락하며 지내는 사이다.
혹시 한국 문화와 패션에도 관심이 있는가? 
오래전부터 한국에 관심이 있었다. 10년 전에 사귀던 남자친구가 서울에서 디지털 아트 전시를 했다. 당시 그는 한국에서 멋진 시간을 보냈다며 나에게도 무조건 서울은 가야 한다며 찍어온 사진을 보여주었다. 잦은 야근과 일에 파묻혀 지내던 때라 굉장히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게 벌써 10년 전이다. 이후 한류붐이 일어났고, 서울 컬렉션과 스트리트 패션으로 한국을 접하긴 하지만 케이팝 열풍은 정말이지 놀랍다. 파리 젊은이들은 한국에 미쳐 있다. 예전에는 비틀스 같은 영국 밴드들이 전 세계를 열광시켰다면 이제는 케이팝이다. 특히 영어가 아닌 가사의 노래에 전 세계가 이렇게 열광한 적이 있던가? 케이팝은 독특한 스타일과 비교할 수 없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팬데믹이 끝나면 가고 싶은 나라 1순위다.
 
일 외의 시간도 궁금하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즐긴다. 컬렉션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음악을 친구와 함께 작업한다. 춤추는 것도 좋아하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긴다. 혼자보다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을 좋아한다.
휴가는 주로 어떻게 보내나? 
겨울에 모험적인 여행을 하는 편이고, 지난 여름휴가는 2주 정도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 스쿠터를 타고 섬의 모든 시내를 하나씩 돌았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나면 호텔에 돌아와 낮잠을 자고, 저녁에는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러 가곤 했다. 오랜만에 책도 읽었는데, 샐리 루니(Sally Rooney)의 〈Normal People〉을 단숨에 읽었다.
팬데믹 후 특별한 계획이 있는지. 
그동안 가지 못한 긴 여행이(한국을 포함한) 가장 간절하다.
마지막으로 앙드레 쿠레주처럼 당신이 꿈꾸는 미래의 패션은 무엇인가? 
미래의 패션? 내가 꿈꾸는 패션은 언제나 지금, 바로 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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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인터뷰/ 이승연(파리 통신원)
  • 에디터/ 서동범
  • 사진/ Julien Weber(니콜라 디 펠리체) ⓒCourreges
  • 웹디자이너/ 민현지